‘만족’을 모르는 욕망의 무한 질주
1 파격 혹은 외설로 불렸던 욕망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나 위대한 영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엿한 ‘이즘’의 주인공이 되는 존재들이 있다. 보바리 부인도 그중 하나다. 보바리즘(bovarysme)은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처한 현실을 …
2011032011년 02월 22일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된 여인들
1 환영받지 못하는 신붓감“여자가 가문을 빛낼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멋진 상대 만나 시집가는 길뿐! ” 애니메이션 ‘뮬란’의 한 대목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허용하지 않던 시절, ‘바람직한 신붓감’의 마지노선을 통과하지 못한…
2011022011년 01월 21일자아를 찾는 여성, 마녀가 되다
1 남성의 지배에 길들지 않는 여인들남성의 가장 흔한 불평 중의 하나. “도대체 여자들이 원하는 게 뭐야?” 꾸밈없는 솔직함이 여성의 매력이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수많은 여성은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원하는 것을 직접 …
2011012010년 12월 21일‘여성’과 ‘여신’의 경계를 넘어
1 일과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어린 시절, 놀고 싶은 마음과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 사이에서 갈등하며 가슴속에 콱 박힌 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아실현’이었다. 자아를 실현한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모호하고 추상적인…
2010122010년 12월 03일여자의 빛나는 ‘세 치 혀’ 아둔한 남자를 일깨우다
슬프도다! 영혼과 생명을 지닌 자들 중 우리 여성들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존재일 것이다. 우리들은 지참금으로 남편을 사야만 한다. 그리고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때부터 우리들의 몸은 남편의 소유가 된다는 점이다. (…) 남자…
2010112010년 11월 03일죽음에 이르는 유혹, 그 비장한 매혹과 공포
1 ‘바라보는 자’의 욕망이 탄생시킨 팜파탈적장(敵將) 홀로페르네스의 잘린 목을 들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 유디트, 삼손의 머리카락을 잘라 그의 괴력을 빼앗은 데릴라, 아름다운 춤 하나만으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는 데 성공한 살로메…
2010102010년 10월 01일한국형 호러(horror)물의 끊임없는 귀환과 진화
1 품기엔 두렵고, 내치기엔 아까운 존재들정말 더러운 게 인간의 정이라더니….-드라마 ‘구미호’ 중에서그녀들은 ‘유혹자’로 나타나 ‘희생양’으로 사라진다. 구미호와 여우누이. 그녀들은 한국형 팜므 파탈의 전형으로, 남성을 향한 공격…
2010092010년 09월 02일인류를 사로잡은 ‘무인도’와 ‘외딴집’의 상상력
나는 혼자만의 해와 달과 별들을 가지고 있으며 혼자만의 작은 세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밤에는 길손이 내 집 옆을 지나거나 문을 두드리는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마치 내가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거나 마지막 인간이기라도 한 것 같…
2010082010년 08월 04일‘사이’의 존재들을 향한 공포와 매혹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가장 무서운 영화의 주인공은 드라큘라였다. 공포의 못난이 사탄의 인형 처키도, ‘여고괴담’의 소녀 귀신들도 무섭긴 했지만 드라큘라에 대적할 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덧니가 송곳니처럼 뾰족하게 돋아나는 친…
2010072010년 07월 06일희망이 없을수록 아름다워지는 짝사랑의 비밀
인간의 행복이 되는 것이 또한 인간의 불행의 근원이 되리라는 것은 도무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중에서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지닌 치명적인 매혹이 있다. 왠지 진정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제 …
2010062010년 06월 04일토착형 영웅의 매력 유쾌 상쾌 통쾌
그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신출귀몰한 변신의 귀재다. 제우스가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변신했다면, 이들은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때로는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변신한다. 홍길동과 전우치…
2010052010년 04월 30일현실의 결핍을 뛰어넘는 상상의 힘
어른들의 감시가 없는 곳, 시험도 학교도 숙제도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중 남자 아이의 우상이 피터팬이었다면 여자아이의 우상은 말괄량이 삐삐가 아니었을까. 삐삐롱스타킹이 원숭이…
2010042010년 04월 06일그들이고 싶었던 나의 몸부림
아무리 달달 외워도 금세 까먹는 영어단어가 있는가 하면 한번에 가슴에 콕 박혀 불도장처럼 새겨지는 영어단어가 있다. 나의 경우 ‘eccentric’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중심(center)에서 벗어난(ex-)’이라는 어원을 지닌 …
2010032010년 03월 04일콤플렉스로 얼룩진 어른들의 동화
동화를 둘러싼 ‘집단의 기억’과 ‘개인의 기억’ 사이에는 종종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 나에겐 신데렐라와 인어공주가 특히 그렇다. 이 두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동화였지만, 커가면서 세간의 무수한 지탄을 목격하고 점점…
2010022010년 02월 02일희대의 독학자들, 길 위에 방을 만들다
고등학교 시절 몹시 따분한 시간 중 하나가 고전문학 시간이었다. 텍스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거의 모든 시조의 주제를 ‘군주에 대한 충성’ 혹은 ‘자연합일’로 단순화하는 놀라운 교육 프로그램의 결과였다. 이제 와 다시 보면 윤선도의 …
2010012010년 01월 08일‘효녀’ 틀에 담기 힘든 버려진 딸들의 엄청난 에너지
그래 어허, 저 자손아 부모 목숨 구하러 가겠느냐?”“아흔아홉 빗장 속에서 청사 흑사 이불에 진주 안석을 귀하게 기른 여섯 형님네는 어찌 못 가나이까?”-아비 오구대왕의 질문에 대한 바리의 대답-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운 고전문학 중…
2009122009년 12월 08일미실과 클레오파트라
그녀의 강렬한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선과 악을 가르는 판단의 잣대를 잃어버린다. 그녀의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독설, 타인의 안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소름끼치는 무심함 앞에서도, 사람들은 선뜻 반기를 들지 못한다. 올여름 안…
2009082009년 0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