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하고 따사로운 생명의 땅 전남 순천·여수
대전∼통영을 잇는 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순천으로 향하는 길. 가을빛 바랜 지리산 능선이 아스라이 보이는가 싶더니 호수처럼 고요한 섬진강 하구의 다리를 건너선다. 이내 순천IC와 서순천IC를 뒤로 하고 승주IC에서 고속도로를…
2004122004년 11월 25일첫사랑처럼 설레는 가을여행지 경기 양평· 여주
가을이 황금빛 절정의 꼬리를 내리기 전에 단 하루만이라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번 주말 당장 차에 시동을 걸어보라. 변변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때 가장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코스 중 하나가 양평이나 여주 쪽으로 한강…
2004112004년 10월 28일4000년을 유람하는 섬 강화도·석모도
초가을 햇살이 아찔하게 비춰온다. 강화섬의 초입에 들어선 나그네를 반기는 건 유난히 청명한 하늘과 짭조름한 바다내음. 서울에서 김포를 지나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넘으면 살아 숨쉬는 ‘과거’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에서 불과…
2004102004년 09월 30일짙푸른 원시림 속 안식처 강원도 인제·양구
“하낫, 두울, 하낫, 두울…”힘찬 함성이 콰르르 쏟아지는 진줏빛 물보라를 뚫고 울려퍼진다.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가 눈 깜짝할 새 흠뻑 젖고 말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구령에 맞춰 힘차게 패들(paddle)을 내젓는다. 급류를 …
2004092004년 08월 27일입이 즐거운 남도기행 전남 무안·함평
차창을 내리자 밀려드는 매운 내에 정신이 퍼뜩 든다. 도로 옆에 쌓아둔 양파자루가 붉은 벽돌담처럼 길게 뻗어 있다. 이정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신통한 코는 이미 전남 무안군에 진입했음을 감지한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20%가 넘는다는…
2004082004년 07월 30일‘여유 속 활기’로 생동감 넘치는 충남 서천
눈이 부시도록 푸르렀다. 서천을 향해 서해안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동안 창 밖의 하늘과 산천은 거추장스런 봄기운을 털어내고 짙푸른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초입으로 들어서자 밀짚모자를 쓰고 수건을 두른 농민들이 모내기에 분주하다. 일손은 …
2004072004년 07월 02일번잡한 일상사 떨치는 평안의 땅 충북 단양·제천
단양으로 향하는 길은 마냥 순조롭다. 화창한 봄볕. 차창밖을 지나는 까치놈의 날갯짓도 그저 여유로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품이다. 영동-중앙고속도로를 번갈아 타고 논스톱으로 내달린 지 3시간. 제천 어귀에서부터 준봉들이 삐주룩삐주룩 …
2004062004년 05월 27일섬진강 따라 200리, 꽃길 따라 80리 전남 구례·경남 하동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해 전라남도 곡성과 구례, 경상남도 하동을 지나 다시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이 꽃이 지는가 하면 저 꽃이 피고, 저 꽃이 지기도 전에 질세라 피어나는 흐드러진 꽃사태에 …
2004052004년 05월 03일1500년 전으로 떠나는 여로 충남 공주·부여
영화 ‘황산벌’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투에 패한 백제의 계백은 신라의 김유신 앞에서 참수를 당한다. 삼국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사투리를 썼을 거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황산벌’이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없었던 것은 백제의 최후가 …
2004042004년 03월 30일여유로워 역동적인 바닷마을 거제도·통영
지난 1월의 끝자락, 남쪽으로 차를 내달렸다. 설 연휴를 꽁꽁 얼어붙게 한 심술궂은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한풀 꺾인 덕분일까.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사롭다. 입춘을 열흘이나 앞뒀고, 맵게 겪어야 할 꽃샘추위도 아직 멀었건만…
2004032004년 03월 03일순박한 사람과 새들의 땅 강원도 철원
길을 떠났다. 짙뿌연 안개가 찬 겨울공기와 뒤섞여 거대한 스모그를 만들어내는 서울을 뒤로하고 나선 참이었다. 꽉 막힌 한낮 도심을 피해 한순간이라도 빨리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욕심에, 의정부 너머 포천으로 곧게 뻗은 북행 3번…
2004022004년 01월 30일꼭꼭 숨은 겨울 서정 강원도 태백·정선
겨울 풍경과 먹을거리가 남다르다는 태백과 정선. 고원지대인 데다 오지라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가보면 ‘숨어 있는 자연’이라 확실히 다르다 싶게 아름다워 후회하지 않게 된다. 태백에선 해마다 1월에 ‘태백 눈축제’가 열린다.…
2004012003년 12월 30일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경북 안동
탐스러운 사과는 늦가을 햇살이 아쉽기만 한데 매서운 겨울바람이 내버려두질 않는다. 갑자기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자 사과 따는 아낙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안동사과는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색상이 선…
2003122003년 11월 28일가을빛 머금은 바다마을 충남 안면도·홍성
얼마 전부터 충남 태안군 안면도는 봄철에 열리는 꽃박람회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그러다 여름이 오면 꽃지, 방포, 백사장 해수욕장 등을 찾은 피서객들로 분주한 계절을 보낸다. 그러나 안면도의 매력이 봄, 여름뿐이겠는가. 선선한 바람…
2003112003년 10월 28일물 맑고 사연 많은 강원 평창·영월
9월 초순∼중순이면 절정에 이르는 봉평 메밀밭에는 부부동반이나 가족단위 나들이 인파가 끊이질 않는다.여름 휴가는 끝났고 가을 단풍은 아직 멀었다. 한껏 높아진 하늘 아래 해바라기는 큰키를 자랑하고 옥수숫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
2003102003년 09월 29일다함이 없어 융화하는 땅, 전북 무주·진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7월 중순. 시원하게 뚫린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니, 대전을 지나 무주읍내까지가 ‘단숨(2시간 10분)’이다. 2001년 11월 개통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대전에서 무주까지 30분에 주파할 수 있도록…
2003092003년 08월 26일‘내륙의 바다’ 충주
서울에서 충주까지 고속도로 구간은 1시간 남짓 거리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최근 개통되면서 충주는 성큼 수도권으로 다가왔다. 충주호, 수안보온천, 월악산국립공원은 차로 30분 거리의 충주동심원에 쏙 빨려 들어온다. 문경새재, 단양팔경…
2003082003년 07월 30일가평·춘천, 물과 숲의 나라
새벽 4시. 강촌유원지는 어린 처녀 같다. 아직 밤의 푸른 기운이 서려 있는 뺨은 싱그럽고, 물안개 피어오른 눈동자는 촉촉하다. 웃옷자락 풀어헤치고 그 시린 호흡 속으로 몸을 던진다. 해와 달이 입 맞추는 신성의 시간. 강바람 속엔…
2003072003년 06월 23일진홍 철쭉숲 피내음에 취하고 청정도량 해인의 薰香에 깨다
‘합천’ 하면 대개 해인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합천은 철쭉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에 자리한 황매산 군립공원엔 전국 최대 규모인 15만여 평의 철쭉 군락지가 펼쳐져 늦봄 무렵이면 산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든다.…
2003062003년 05월 27일초록 차밭, 고즈넉한 포구, 그윽한 風磬소리… 봄날은 무르익고
남도땅엔 봄볕이 완연하다. 승용차로 6시간 남짓한 서울∼보성간 여정 내내 차창을 넘는 바람도 순풍(順風). 송광사 앞 ‘순천식당’에서 점심으로 산채비빔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니 이내 춘곤증이란 놈이 슬며시 몸을 비벼댄다. 영락없이 …
2003052003년 0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