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중독
겨울밤 뜨끈한 안방 아랫목에서 자다 눈을 떴다. 기름진 닭고기 냄새와 시큼한 무 냄새가 났다. 거실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퇴근길에 술 한잔 걸친 아버지가 전기구이 통닭을 사오셨다. 이불을 박차고 거실로 나갔다. 기름이 …
김주욱 소설가2020년 03월 09일責子 ; 자식을 꾸짖다
12월 말,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셨다. 과일과 반찬거리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고구마를 구워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오시는 날 추위에 고생하실 것 같아 따뜻하고 편안하시도록 집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보일러와 형광등을 켜두고 출…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2020년 02월 09일늙을수록 고귀해지는 것은 나무밖에 없다
20만 평 수목원 조성에 매달린 지 10년을 넘기자 철마다 연출하는 숲의 풍경이 풍성해졌다. 생태계가 연출하는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다. 그동안 내 눈높이가 부지불식간에 자연에 많이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나무들과 씨름하며 그들과 생…
조상호 나남출판 발행인, 나남수목원 이사장2020년 01월 11일65세에 4개국 어학연수라니…
돌이켜 보면 1989년 1월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이뤄진 이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행 초기에는 단순히 해외여행 활성화만 이뤄지는 것 같더니 1990년대 중반부터 어학연수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조금씩 파급되기 시작했다. 1997…
김원곤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2019년 12월 10일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
나는 집에 전기밥솥도 없고 전자레인지도 없다. 가스불로 냄비 밥을 짓는데, 밥맛은 더 좋다. 전기밥솥은 전기 소모량도 상상외로 많다. 물론 내가 냄비 밥 짓는 솜씨는 퍽 괜찮은 편이다. 양말도 스스로 기워 신는다. 사실 나는 20년…
소준섭 국회도서관 조사관·국제관계학 박사2019년 11월 11일미국 최고령 은행나무가 경북 청도 은행나무 후손?
필라델피아 39번가 기차역에서 우버(승차공유기업) 택시를 호출했다. 호출 후 5분 만에 나타난 우버 기사는 교포였다. 승객이 한국인인 것을 확인한 교포 기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자신부터 소개했다. 미국에 온 지 5년째이고, 필라…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2019년 10월 06일탈북자 명칭과 나
가장 오래된 탈북자 단체는 ‘숭의동지회’다. 숭의동지회 새 회장으로 선출된 ‘탈북자 1호 박사’ 안찬일이 탈북자 명칭을 ‘자유민’으로 개칭하겠다고 해 논란이 인다. 필자는 같은 탈북자이자 ‘탈북자’라는 명칭을 처음으로 제시한 당사자…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2019년 09월 13일위장된 善보다 솔직한 惡이 낫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조직 생활 등에서 ‘튀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산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성격이 너무 곧거나 일에 두각을 보이면 오히려 질투와 시기 또는 ‘안티’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함대진 前 서울 서초구 기획재정국장2019년 08월 08일‘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가르쳐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은 화려한 성공 이면에 숨은 내면의 공허함을 견디며 홀로 아파하는 경우가 많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오직 생존과 가족, 책임과 의무를 향해 달려만 가다가 문득 우리 인생의 아픈 그림자를 되돌아보…
정여울 작가·문학평론가2019년 07월 13일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방법
상대를 제압하는 동시에 상생하는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에서 최선(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2019년 06월 12일불륜(不倫), 커피 대국을 만들다
“커피는, 정치가를 현명하게 만들지. 또한 눈을 감고도 모든 걸 꿰뚫어보게 하지.”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1688~1744)가 남긴 커피에 대한 시구(詩句)다. 당파가 다른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면서도 “포프의 시에는 찬성표를 던…
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2019년 05월 06일사관(史官)의 가짜 뉴스
[신동아=하응백 문학평론가] 세종대왕이 승하하고 2년 정도가 지난 1452년 7월 4일의 일이다. 이날 ‘세종실록’ 편찬 책임을 맡은 지춘추관사 정인지(鄭麟趾)는 실록 수찬관들을 불러 모았다. 정인지는 사관(史官)의 황희(黃喜)에 …
하응백 문학평론가·(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소장2019년 04월 12일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을 따라가며
서울에서 안동 도산까지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을 따라 걷는다. 지금으로부터 450년 전인 1569년 어느 봄날(음력 3월 4일. 이하 날짜 음력) 그동안 여러 차례 고향으로 내려갈 것을 간청하던 69세의 퇴계는 마침내 임금 선조…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전 기획예산처 장관2019년 03월 15일삶으로 그려내는 이주청소년의 꿈
2019년 1월 1일 새해 아침부터 아이들한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가 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新年快(중국어)’ ‘Chu′c m‵u’ng na∪m m‵o’i(베트남어)’ ‘’نیا سال مبارک(파키스탄어)‘ ‘Танд…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센터장2019년 02월 12일세상의 가장자리로 향하다!
2019년 새해가 밝아온다. 간지가 기해(己亥)이니 돼지의 해다. 언제부터인가 그해의 띠가 무슨 색이어서 대길(大吉)하다고 말한다. 2007년 정해(丁亥)년에는 황금돼지 띠라고 해서 출산이 많았다. 이해에 신생아는 49만7000명으…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수석위원·의학박사2019년 01월 09일너의 모습 그대로 괜찮아
최근에 알게 된 한 지인이 그림을 보내줬다. 맨발의 집시 소녀가 들판에 서 있는 그림이었다. 일전에 내 어릴 때 사진을 보고 부그로의 그림 ‘Pastorale’이 떠올랐다고 한다. 지인은 내게 물었다. “언제부터 이 모습을 잃어버린…
김수련 소설가2018년 12월 16일여행이라는 선물 일상이라는 보험
단기 연수로 한 달간 스위스에서 지낸 남편 덕분에 스위스에 갈 기회가 생겼다. 나는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 곤란한 개인병원 원장이다. 큰아이도 중학생이 돼 긴 여행이 쉽지 않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기회 삼아 큰마음을 먹기로 했다…
문경원 선릉 예인피부과 원장2018년 11월 11일밥상은 약국이 아니다
오랜만에 옛 직장 동기들을 만났다. 명분은 새로 책을 낸 친구를 축하하기 위함이었지만 늘 그렇듯 주제가 일 얘기, 회사 얘기로 자연스레 흘렀다. 이미 외부인이 된 지 오래라 주제가 심드렁하던 찰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들렸…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2018년 10월 10일여백서원과 ‘괴테 전집’에 쏟는 땀
가을의 문턱, 여름내 비지땀을 쏟았던 일 보따리를 싸며 독일 바이마르로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건만 그사이 질문이 또 잔뜩 쌓여버렸다. 의논해 그걸 함께 해결할 전문가들을 만나봐야 한다. 한 해에도 여러 …
전영애 여백서원 원장,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2018년 09월 12일여름 힐링 바캉스
우리는 모두 영화를 찍고 있다, 영화 제목은 ‘내 인생’.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따로 연기 학원을 다닐 필요는 없다. 정말 내 인생이기에 내 캐릭터에 몰입해 주인공 시점에서 매일을 살면 된다. 영화 주인공이 자신의 영화를…
윤대현 서울대 의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018년 08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