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 지자체를 許하라!
매주 KTX를 탄다. 강의를 마치고 학교 일정이 끝나면 서울행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거기서 다시 소요산행 전철로 갈아타 동두천으로 향한다. 일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인천행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마산행 KTX를 탄…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2018년 06월 20일좋은 추억이 만든 속 편한 밥상
나는 자연주의자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고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하는 걸 즐긴다. 얼마 전엔 비건 오트밀 쿠키를 만들었다. 오트밀을 섞어 식감이 고소하고, 포만감을 주는 쿠키였다. 그런데 한동안 식단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인지 밀가…
박민정 도시농부2018년 06월 13일문제적인,너무나 문제적인 집!
J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번 찾아오고 싶다고. J는 내 지도로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학생이다. 학부 졸업을 앞둔 그 어느 날, J는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사회학을 배워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고. 나는 뛸 듯이 기뻐 어서 …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2018년 05월 09일#미투의 한가운데서 꿈꾸는 ‘훗날 언젠가’
물에서 나오지 못한 이들의 아우성에는 비명이 없다. 방향 없이 침잠한 바다 한가운데, 데이터의 심연 속에서 그들은 오늘도 악다구니를 이어간다. 사회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내 눈앞에, 오늘도 누구를 향한 것인지 딱히 …
김도훈 ‘아르스 프락시아’ 대표2018년 04월 01일평창올림픽과 ‘민속 연구’ 단상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관련 뉴스를 보자니, 문득 강원도 춘성군 추곡국민학교 진병황 교장선생님이 떠오른다. 함자도 안 잊히는 그 어른의 열띤 목소리가 생생해진다. 수십 년 전이었다. 만삭의 배를 안고 무작정 어정거리다가…
유안진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회원2018년 03월 11일새해, 전자방(田子方)을 그리며
20대 초반. 내가 국역연수원(현재의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한국고전번역교육원)에 막 입학해 한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할 때에 경험한 일이다. 1974년 5월의 어느 날 ‘통감절요(通鑑節要)’ 시간에 맛본 감동은 칠순을 앞둔 지금…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장2018년 01월 14일정동길 따라 걸으며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정동극장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은 보행자가 걷기 편하도록 차도를 좁히고, 인도를 넓혀놓은 길이다. 양옆으로 은행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같은 가로수가 우거져 아름다운데다 걷기에…
손상원 정동극장 극장장2017년 12월 10일1987년의 스무 살에게 건네는 인사
오십이 되었다. 나이에 무감한 편이지만 ‘50세’는 좀 세다. 생일을 맞아 늦은 휴가를 내고 혼자 여행을 가려 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감기가 너무 심해 포기하고 휴가 내내 누워 쉰 살의 생일을 맞았다. 누워서 생각해보니 모험에 가까…
강석란|두산아트센터 예술감독2017년 11월 12일‘82학번 심재명’
아직 해가 뜨기 전 추운 겨울 아침, 베갯머리 너머로 들리는 고등학생 오빠의 ‘후루룩 찹찹’ 아침밥 먹는 소리에 잠이 깬다. 뜨거운 흰 쌀밥에 갓 구운 김을 싸서 씹는 소리, 멸치볶음을 오드득 씹는 소리가 나 중학생 때 기억나는 아…
201709012017년 09월 03일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너
1990년대 중반. 전북 익산시 어느 수영장입니다. 30대 젊은 아빠인 나는 두 아들을 데리고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즐기고 꽤 오랫동안 수영을 해온 나는 물이 침대보다도 편안합니다. 물살의 저항을 비웃듯 힘차게 가릅니다. …
201708012017년 08월 13일‘중동’은 내 운명
15년 전 이야기다. 중동정치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고 귀국 후, 시간강사만 5군데씩 뛰며 하루하루 버겁게 지냈다. 사실 유학을 준비할 때 모교 지도교수님은 내게 중동을 전공하지 말라고 했다. 국내 대학에 자리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201707012017년 06월 21일행복은 벼락치기가 되지 않는다
최근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다산지식하우스)라는 책을 펴낸 뒤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책을 쓰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책을 쓴 건 정말 운명적이었다.”법무연수원 검사…
201706012017년 05월 19일‘시골 교수’의 조용한 강의혁명
경북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 ‘한의대 오바마’라 불리는 나의 현주소다. ‘시골 교수’란 별명은 서울에 있는 동료 교수들이 붙여준 것이고, ‘한의대 오바마’는 학생들이 붙인 별칭이다. 둘 다 맘에 든다. 3월이면 수선화가 노래하고 4…
201705012017년 05월 11일정치인의 성대
나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후두질환과 음성장애가 전공으로, 음성클리닉을 운영한다. 환자 가운데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성악가, 가수, 교사, 학원 강사, 성직자, 성우, 연극인, 아나운서, 정치인 등의…
201704012017년 04월 10일다섯 딸에게 쓰는 편지
나에겐 딸이 다섯 있다. 다인승 승합차에서 아이들이 차례로 내리면 사람들이 휘둥그레 쳐다본다. 다섯 딸은 꽤나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 중인 큰애는 책임감이 강하고 포용력이 있다. 맏이 구실을 톡톡히 한다. 미대…
201703012017년 02월 28일인생도 결혼도 상생관계
2016년 12월 25일은 결혼 30주년 된 날이다. 진주혼식이다. 아내가 다시 웨딩드레스를 입기 원해 리마인드 결혼식을 했다. 30년 전 집안 어른의 뜻에 따라 고향의 작은 농협 예식장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치렀다. 아내는 그때의 …
201702012017년 01월 20일한계령의 四季
한계령의 사계(四季)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한 편의 수필과도 같다. 강원도의 관동과 관서를 연결하는 고개로는 위쪽에서부터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조침령, 진고개, 대관령, 백봉령 등을 들 수 있다. 한계령은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
201701012016년 12월 21일‘목욕의 영(令)’을 받았느냐?
얼마 전, 진시황의 병마용갱으로 유명한 중국 시안(西安)시를 방문했다. 병마용갱과 양귀비는 이 도시의 최대 브랜드다. 병마용갱의 규모와 위엄에 당연히 놀랐으나, 내겐 양귀비와 당현종이 자주 갔다는 온천지대 ‘화청지(華淸池)’가 더 …
201612012016년 12월 06일어느 판사의 재판 전 10분
나는 판사다. 수도권의 법원에서 형사단독재판을 맡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 재판을 한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날은 사무실 창가 화분에 물을 주면서 보내는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실은 법정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더 바쁘다. 하루 재판…
201611012016년 10월 20일“무릎아, 고맙다!”
드라마한국 펜싱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금2, 은1, 동3)을 얻어내자 유럽 중심의 세계 펜싱계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은 뒤이은 세계선수권, 월드컵,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세계 정상급임을 거듭 증명했다.그럼…
201610012016년 0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