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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파리로 떠나는 오구라 가즈오 주한 일본대사

“프랑스 주재 한국 대사로 기억해 주세요”

  • 이영이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프랑스 주재 한국 대사로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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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으로 한일 과거사가 어느 정도 청산됐고 오랫동안 논란이 많았던 일본 문화개방도 단계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앞두고 양국 국민들은 이제 막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그의 재임기간은 말 그대로 양국 외교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셈이다.

그가 외교실무를 담당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국민 반응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고 털어놓는다. 그동안 양국 관계가 워낙 조심스러워 국민 반응을 예측할 수 없는데다가 언제 누가 양국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양국 중요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매사를 합리적이고도 치밀하게 처리하는 오구라 대사의 외교 스타일 덕이라고 주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 지금의 한일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졌습니다만 일본은 또 북일 수교협상도 적극 추진해 머지 않아 북한과의 관계도 크게 개선되리라 예상됩니다. 앞으로 북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무라야마 전 일본총리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북일 수교협상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빠른 시일내에는 어렵겠지만 북일 수교도 서서히 해결될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이란 것이 있습니다. 어떤 폐쇄적인 국가도 2~3년은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있겠지만 10~20년 이상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북한도 국내 체제를 한꺼번에 바꾸지는 못해도 천천히 시대 흐름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일본의 역할은 북한이 시대 흐름에 합류하도록 설득하고 이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중요한 것은 남북한 정부 당사자지만 일본 미국 등 주변국은 남북한 당사자가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그는 현재의 북일수교협상을 자동차가 막 터널에 들어선 상황에 비유했다. 캄캄한 터널에서 출구의 빛이 보이지 않지만 내년까지는 어슴푸레하나마 그 빛이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확하게 21세기의 시작을 2001년이라고 한다면 20세기인 내년까지는 북일관계 해결에 커다란 방향을 잡아 21세기에는 구체적인 협상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사랑 변함 없다

─ 최근 한일관계가 상당히 좋아졌지만 아직도 관계개선에 필요한 숙제가 많습니다. 양국이 가장 힘을 쏟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사람의 30%가 반일(反日)주의자이고 일본사람의 20%가 한국을 싫어합니다. 이들의 숫자를 줄일 수만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지만 문제는 이들이 하루 아침에 생각을 바꾸거나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들 극단적인 반일·반한주의자의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70%, 80%의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중도적인 사람들은 상대국가를 별로 싫어하지 않지만 극단적인 반일·반한주의자의 발언이 나오면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아무리 극단적인 발언이 나와도 ‘한일 관계가 중요하니까 그런 말을 하지 말자’고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지요.

물론 일본측에도 책임은 있습니다. 나머지 70%의 중도적인 한국인과 교류하는 데 좀더 힘써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들이 용기를 갖고 양국관계 개선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것이 21세기 최대의 숙제라고 봅니다.”

그 누구보다 한국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며 한일 외교사에 상당한 진전을 이끌어냈던 오구라 대사. 그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면서도 한국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겠다고 했다.

“파리에는 한국대사가 세 명 있습니다. 한 사람은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 한 사람은 OECD(파리소재) 주재 한국대사,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프랑스 주재 일본대사인 바로 저입니다. 저는 파리에 가서도 한국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세 명의 한국대사 중 세 번째 대사를 기억해주십시오.”

오구라 가즈오 대사가 신라호텔 환송회에서 한국 친구들에게 남긴 말이다.

신동아 200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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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이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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