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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문화예술흥행사 3인의 신선한 발상

문화는 돈이다

문화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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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국내 경쟁력이 좀 모자라더라도 나가서 자주 하면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먼저지요. 국내에서 출발해 아시아로 나가고 그 다음 유럽, 미국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수를 생각하면, 이를테면 빌보드 차트에 오르기 전에 아시아 차트를 먼저 공략하는 것이 순서지요. 현실적으로 당장의 경쟁상대는 미국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음반시장이 일본인데, 일본도 아시아 시장에 별 관심이 없어요.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다 합쳐봤자 자기네 음반시장의 10%밖에 안 되거든요. 우리 문화가 일본이나 미국보다 수준이 낮더라도 남미나 아프리카, 중국에서 많은 대중들한테 호응을 얻는다면 적어도 이들 나라에서는 문화 선진국으로 대접받을 수 있잖아요.

유인택 :새 정부 들어서 영화계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된 것이 스크린쿼터 문제입니다. 한편으로는 영화는 벤처산업이라며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야 한다면서, 또 한편으로는 문화의 논리를 들어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자기 모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프랑스를 뺀 전세계 대다수의 나라들이 자국 영화가 없다는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영화가 산업이면서도 문화라는 인식은 반드시 견지돼야 하거든요.

홍사종 :문화상품은 그것이 영화가 됐든 음반, 연극이 됐든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죠.

이수만 :문화에는 선도하는 축이 있어야 해요. 하나의 선도축이 있어 그 장르의 종사자들이 이를 쫓아가고, 이것이 다시 커지면서 분화하는 방식이어야 전체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하지요. 이를테면 ‘모래시계’ 같은 것이 자꾸 만들어져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TV문화에는 이게 없어요. 저는 그 이유를 경직된 광고 가격에서 찾습니다. 지금 텔레비전 광고료는 프라임타임에는 얼마, 다른 시간 얼마 이런 식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건 없건, 그 시간대에 방영되는 광고는 모두 같은 가격이에요. 우리 방송사들은 밤 12시 반 이후에는 프로그램 제작을 안 해요. 시청률이 낮으니까 짜깁기 편집만 해서 방송하고 있어요. 광고료가 비싸니 광고가 안 붙고, 제작비가 안 나온다는 거죠. 이렇게 해서 무슨 발전이 되겠느냐 이거예요. 일본은 밤 10시 이후에는 레코드사 없이 TV사가 존재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레코드사가 광고를 합니다. 싸기 때문이에요.

문화의 논리, 산업의 논리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문화산업 관련 논의의 특징은 문화보다 산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심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문화의 논리가, 소비자가 외면한 상품은 도태돼야 한다는 산업의 논리에 밀리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지난 11월 25일 사단법인 4월회가 연 ‘21세기 문화산업 정책의 방향과 과제’ 토론에서 한 참석자는 “우리는 아직도 ‘문화’가 순수하게 문화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없는 왜곡된 문화환경에 둘러싸여 있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연극배우협회가 연극공연을 공공근로사업으로 인정해줄 것을 유관기관에 요구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협회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협회 조사 결과 회원 409명 가운데 수입이 연간 500만원 이하인 경우가 268명), 그나마 IMF 이후 공연물의 절대 감소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들이 매월 50만원 가량의 혜택을 받듯이 연극연습 시작일부터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3개월간 하루 2만7000원씩을 지원하면 약 150만원의 수입이 발생해 최저생계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 예산안에서도 문화예술 예산이 99년보다 70억이 증가한 545억원인 데 비해 문화산업 예산은 803억원이 늘어난 1553억원이나 됐다. 문화투자인지 산업투자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예술은 아직도 배가 고파야만 하는가.

이수만 :제가 활동하는 무대는 가요라기보다는 넓게 TV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싶군요. 그런데 대개는 TV에 나오는 문화를 단순한 놀이 정도로 치부해버려요. 언론도 대중문화계의 소식을 전하는 데 인색하고요. 말로는 문화의 한 영역이라고 하면서도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별 다른 지원이 없어요. 이전까지 비슷하게 대접하던 영화는 요즘 문화의 범주에 당당히 끼워주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유인택 :이선생님 말씀은 일종의 ‘연예인 콤플렉스’ 아닐까요. 우리를 왜 예술가로 대접하지 않느냐는. 대중문화가 가진 콤플렉스의 본질은 사실 문화가 아니라 예술에 대한 콤플렉스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80년대에 끝났다고 봅니다. 특히 가요 분야는 서태지와 H.O.T가 시대의 사회현상을 주도했잖아요. 이처럼 문화의 한 장르의 파급효과가 그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은 90년대 대중가요가 우리 사회에 확인시킨 분명한 현상입니다.

홍사종 :대중문화에 지원이 없는 것은 문화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확실한 구매력이 뒷받침돼 자금 회전이 빠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가에서 정통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와 차원이 다릅니다. 국가가 우리 영화 산업에 대해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발전의 여지가 많은데 집중적인 투자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요가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요.

대중문화에도 관심을

이수만 :그 말씀은 자립기반이 있으니까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그러나 사정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시각을 외국으로 향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세계 대중문화계의 판도는 미국이란 메이저와 이에 대항하는 세력간의 싸움입니다. 모든 것의 적은 메이저, 즉 미국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 저는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일단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TV뿐만 아니라 지금 전 문화 영역에서 한국과 대만 중국이 중요한 문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먼저 아시아의 리더가 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아시아에서부터 경쟁력을 가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홍사종 :경제적인 지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수만 :돈을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너희끼리 알아서 해보라는 식의 인식이 바뀌고 정책이 뒷받침되길 바라는 것이지요.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문화를 크게 클래식문화와 대중문화 두 가지로 나누어 클래식 부분만 문화로 취급하는 사회 인식이에요. 물론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버는 것으로 끝난다면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상정한 무대는 세계거든요. 문화가 경제적 진출의 기반을 다지는 기초임을 인정한다면, 딱히 대중문화를 다른 문화와 구분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예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품이 나갈 유통망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유통망은 혼자 하면 되지 않느냐, 이건 혼자 못 합니다.

홍사종 :그건 가수나 영화배우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사정은 정명훈도 백남준도 마찬가지예요. 문화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예술가에 대한 지원은 가수나 영화배우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니죠. 제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지원이 필요없다는 게 대중문화가 자립기반이 강하다는 것과, 더 연약한 곳이 있기 때문에 그쪽에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순수예술은 쉽게 말해 문화산업의 인프라입니다. 모든 문화는 이 뿌리의 바탕 위에서 가지를 친 것이지요. 미켈란젤로나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이탈리아의 디자인, 패션이 나온 거란 말이죠. 패션 디자인이 예술이 아니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어요.

유인택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21세기를 앞두고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가 인기 위주, 다시 말해 돈 되는 것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향은 비단 문화 부분만의 현상은 아니지요. 인문과학은 인기가 없고, 스포츠도 프로축구 프로야구만 하려 들지 기본인 육상은 소홀히 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순수예술이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홀대해서는 안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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