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인권 보장 마지노선,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사수하라

[집중 분석] ‘장윤기 사건’이 경고하는 형사사법 체계의 공백

  •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2026-07-16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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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성 부족 중수청, 수사 지연 야기할 것

    • 부실 수사, 사건 은폐 등 통제장치 없어

    • 경찰 자의적 불송치로 범죄자 검거 못 해

    • 피해자 위해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수용해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도심에서 10대 여고생을 강간 목적으로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도심에서 10대 여고생을 강간 목적으로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검찰청 폐지’ 이후의 변화에 대해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검찰청 폐지 후 수사 당국의 범죄 대응 능력 약화를 우려하는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검찰청 폐지의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경찰 수사 결과의 전건송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러한 우려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건송치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기소권자인 검사에게 넘겨 처분 판단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자체 종결(불송치)한 사건까지도 전부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포함한다. 실제로 검찰개혁에는 공감하지만 검찰청 폐지에는 의아함과 우려를 표하는 국민이 많다.

    검찰청 폐지 후폭풍, 중수청과 공소청이 막을 수 있나

    그 배경에는 검찰청 폐지 이후 역할이 훨씬 커질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 부족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로 이관된 사건들에서 부실수사, 수사 지연 등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의 수사 능력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빠른 시일 내 국민의 불신을 씻어낼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신설을 앞둔 중수청과 공소청에 거는 기대가 더 큰 것이 현실이다. 

    과연 중수청과 공소청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검찰청 폐지 이후 이른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각기 이관하는 것이 제도 개혁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개혁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과 우려가 크다. 

    먼저, 이른바 수사-기소 분리 원칙 자체가 타당한지가 논란거리다. 이 원칙대로라면 이미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전부 경찰로 이관됐는데 무슨 수사 기능이 남아서 중수청을 또 설립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차라리 공소청 설치 없이 검찰청 이름 그대로 두고 기소 기능만 담당하게 하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더 맞는 것 아닌가. 굳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은 검찰이라는 이름 자체를 지우려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담당하는 기관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수청과 공소청이 검찰청 후신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검찰의 수사권을 이관받은 경찰의 수사 지연, 수사 공백, 수사 암장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률 전문성과 수사 노하우, 외부 통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또 다른 경찰기관인 중수청을 설치한다는 것은 실패가 예정된 수순이다. 



    검사로 구성된 공소청은 법률 전문성 부족 문제는 없겠지만, 수사-기소의 기계적 분리 때문에 과연 제대로 기소 및 공소 유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문제다. 수사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어야 수사-기소의 연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며, 그 전제 위에서만 공소를 제대로 유지해야 법원의 형사재판에서도 정당한 형량의 유죄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수청 설치의 핵심은 법률 전문성과 수사 노하우다. 법무부도 이를 알기에 검찰청 폐지 후 검찰청을 떠나는 검사 인력을 최대한 중수청으로 영입하고자 했다. 그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수사사법관이다. 그런데 이 안은 여당의 강력한 반대로 포기됐다. 아무런 합리적 대안 없이 왜 그리 반대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에 대해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중수청장에 대해 개별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갖기 때문에 중수청 수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중수청은 공수처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어떻게 책임지려는 것일까. 

    만일 중수청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실패를 답습한다면 그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법률상의 독립기관이지만 조직과 인력 및 예산이 한정된 공수처와는 달리 중수청은 지방청까지 두는 대형 수사기관이며 그 실패 시 파급효과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수사 인력의 낭비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며,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날카롭게 제기될 것이다. 그렇다고 중수청이 실패할 경우에도 현재 공수처처럼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보완수사권 없으면…‘장윤기 사건’ 반복될 수도

    현 상황에서는 중수청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 10월 발족 전까지 성공을 위한 여건을 갖추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결국 중대범죄 여부를 막론하고 일반적 수사권을 갖는 경찰의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거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도 6대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인정했던 이유, 그리고 이와 유사한 중대범죄를 경찰청이 아닌 중수청의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법률 전문성과 수사노하우에 답이 있다. 법률 전문성과 수사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중수청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는 것이고, 중수청이 단기간에 이를 키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경찰청, 중수청 등을 막론하고 수사 과정에서 법률전문성 부족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수사권이 사실상 사법경찰에게 집중되면서 그 오남용에 대한 통제장치는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반 국민은 검찰 수사와 경찰 수사의 차이를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성을 가진 검사와 그렇지 않은 경찰의 수사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경찰 수사에서는 범죄와 관련한 팩트를 찾는 것에 주력하지만,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수사에서는 그러한 팩트 중에서도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러한 증거가 피의자의 유죄 입증에 충분한 것인지를 따지게 된다. 그 때문에 경찰은 형사사법절차의 중요한 한 축이기는 하지만 그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검찰은 수사와 기소, 나아가 형사재판까지 관여하면서 그 전체를 연결하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경찰 수사에서 부분적 증거는 잘 확보했으면서도 핵심 증거가 부족해 유죄판결을 이끌어내기에 불충분한 상태에서 수사를 종결한 사건들이다. 이 같은 예가 적지 않고, 심지어 위법 수집 증거로서 재판에 쓸 수 없는 것을 핵심 증거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경찰의 수사 과정에 검사가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보완수사조차 불가능하다면 검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피의자가 진범이라는 확신은 있지만 증거가 부족한데도 이대로 기소해서 형사재판에서 패소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불기소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범죄피해자 구제와 사법 정의는 어떻게 되는가. 

    나아가 경찰의 수사권 오남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꼭 필요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장윤기 사건’이다. 장윤기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간부라는 점,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강간살인죄의 핵심 증거로 지목되는 케이블타이, 리얼돌 등을 인멸하고 리얼돌 DNA 감식 보고서를 누락하는 등 경찰이 범죄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이를 계기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안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런 문제들도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은폐됐을지 모를 일이다. 이는 결국 범죄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장윤기 사건에서 검사가 살인의 목적이 성범죄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드는데도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만을 할 수 있었다면, 경찰은 보완수사를 했지만 성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단순 살인이라고 보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경찰이 폐기한 증거들과 누락시킨 DNA 감식 보고서도 그대로 묻혀버렸을지 모른다. 

    이미 정치권에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애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범죄피해자인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뜨거웠는데, 장윤기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만일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보완수사권은 경찰의 부실 수사 및 수사권 오남용을 막고 범죄피해자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다. 이조차 없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범죄의 피해자들, 특히 변호사의 조력조차 받기 어려운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은 범죄 피해에 더해 형사사법절차에 의한 구제 가능성조차 막혀버리는 이중의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여당은 보완수사권에 대해 그렇게까지 반대하는 것일까. 

    ‘전건송치’만으론 문제 해결 안 돼 

    일각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을 해법으로 ‘전건송치’를 말한다. 전건송치는 애초에 기소할 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을 공소청으로 보내라는 것으로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맞물려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과 통제 필요성 때문에 ‘전건송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사례가 수없이 많은데,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얘기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범죄가 확인되거나 장윤기 사건처럼 더 중한 범죄 정황이 새로 밝혀진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에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해 ‘불송치’ 결정한 사건 중에는 이런 사례가 없을까. 이제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됐고, 보완수사권마저 인정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될까. 결국 경찰 수사로 엉뚱하게 가해자가 돼 기소 대상이 된 사람도 문제지만, 이 경우는 그래도 법원의 재판에서 구제될 수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가 경찰에서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받는 경우다. 검사는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도, 관여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경찰의 사건 은폐와 암장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전건송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건송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세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 경찰에서 무혐의로 수사가 종결됐음에도 공소청으로 송치된 사건을 공소청 검사가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거기서 문제가 발견된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보완수사권이 인정돼야 한다. 셋쩨, 보완수사의 결과에 따라 새롭게 기소 여부 등이 결정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 조건들이 갖춰지려면 공소청 검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의 대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보완수사에 한정해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인정함으로써 경찰의 수사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보완수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사건들, 예컨대 중수청이 담당하는 중대범죄 사건이나 경찰의 자의 개입 우려가 큰 인지 사건 등으로 송치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다. 양자는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어느 쪽이라도 현재 상태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지금 발생한 모든 문제는 검찰청 폐지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검찰청 후신으로 계획된 중수청과 공소청은 그 성공 조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말 이것이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개혁이 맞는가 싶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은 오히려 검찰청의 존속이라 할 수 있다. 검찰청 폐지로 인한 득실을 계산할 때 득보다 실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을 정부·여당이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면 차선책은 무엇일까. 현재 상황에서는 검찰청 폐지로 인한 국민 인권침해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그것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인정하고 전건송치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답은 최선의 해결과 차선의 해결 사이에서 찾아야지 그 밖으로 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국민의 인권 보장, 그것도 범죄로부터의 인권 보장을 방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완수사권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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