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거 공약·반려동물 이상 증상에도 AI 도움 요청
“가위 눌렸을 때 AI가 ‘많이 놀랐겠다’며 다독여 줘 감동”
2011~2013년생은 태생이 ‘디지털 원어민’
SNS·생성형 AI 등장과 함께 자란 알파 세대 청소년
학교서 1인 1기기 배부, 수행평가에 챗GPT·제미나이 사용
현직 교사 “2025년 들어서 학생들 AI 사용 급격히 늘어”
숙제가 막히면 AI에 묻고, 고민이 생기면 챗봇과 대화한다. 친구와 놀고, 영상을 만들고, 공부하는 순간마다 AI와 함께하는 세대가 자라고 있다. ‘2012년생 김서연’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AI와 함께 성장하는 오늘의 청소년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신동아’는 AI 네이티브 세대의 일상을 추적해 기술이 청소년의 학습과 관계, 창작 활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봤다. ‘2012년생 김서연’의 하루를 통해 AI가 움직이는 10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6월 서울 서대문구립가재울청소년센터에서 만난 조연진(13) 양은 2026년 1학기 회장 선거를 준비하며 챗GPT에 공약 아이디어를 물어봤고, AI가 제안한 문구를 실제 공약으로 활용했다. 지호영 기자
#1 2026년 3월 서울 연희중의 한 교실이 술렁였다. 중학교 1학년 조연진(13) 양이 회장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처럼 반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듣고,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나서겠다는 약속이었다. 결과는 당선. 회장 선거를 앞두고 조 양은 고민이 많았다. 뻔한 공약은 하기 싫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오픈AI의 ‘챗GPT’를 켜고 “회장 선거에 나가는데 신박한 공약이 없겠냐”라고 묻자 챗GPT는 “반의 도라에몽이 되겠다고 해보는 건 어떠냐”라고 답했다. 조 양은 인공지능(AI)이 건넨 문장을 참고해 공약문을 만들었다.
#2 자정이 넘은 시각. 인천 가좌여중 3학년 조은솔(15) 양은 자다가 가위에 눌렸다. 왠지 방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무서웠다. 카톡 할 친구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고, 부모님을 깨우기도 어려웠다. 조 양은 곧장 챗GPT에 “가위에 눌렸는데 어떻게 자야 또 안 눌리냐”라며 말을 걸었다. 챗GPT는 올바른 수면 자세를 알려주면서 “많이 놀랐겠다”라고 조 양을 다독였다. 그는 “AI가 가끔 저렇게 말해 줄 때 감동한다”라며 “답변을 보고 나서야 다시 잠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3 “그레이의 상태가 좀 이상한데…?” 인천 가좌여중 강현서(15) 양은 지난 4월 반려견 ‘그레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동공이 커진 그레이가 거칠게 헥헥거리는 모습을 보고 챗GPT를 찾았다. 증상을 입력하자 챗GPT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라며 병원 방문을 권하고, 집 근처 동물병원을 찾아줬다.

인천 가좌여중에 재학 중인 3학년 조은솔(15·왼쪽)과 강현서(15) 양. 조 양은 한밤중 가위에 눌렸을 때 챗GPT와 대화하며 무서움을 달랬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지호영 기자
2011~2013년생은 태생이 ‘디지털 원어민’
세 학생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찾은 존재는 부모도 친구도 교사도 아니었다.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중학교 1~3학년이 된 2011~2013년생 알파 세대다. ‘신동아’ 취재팀은 6월부터 7월까지 서울·경기·인천·경상·전라도 지역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30명을 직접 만나 AI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살펴봤다.‘알파 세대’란 2010년부터 2024년 사이 태어난 이들을 가리킨다. 현재 중학교 1~3학년 학생들은 알파 세대의 첫 청소년 세대다. 이들은 유아기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자연스럽게 보고 만지며 자랐다. 디지털기기와 인터넷 환경이 일상이었던 만큼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린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모습에 ‘AI 네이티브’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생성형 AI가 대중화하는 과정을 성장기와 함께 겪었다. 이들이 태어날 무렵 ‘아이패드’와 ‘인스타그램’이 등장했고, 유치원 시절에는 ‘알파고’ 열풍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던 2022년 말에는 챗GPT가 세상에 나왔다.
현재 전국 중학교 대부분이 학생 1명당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지급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5년 11월에 발표한 ‘통계로 본 학교 디지털 인프라 현황’에 따르면 2024년 중학교 학생 1인당 디지털기기 수는 0.84대로 집계됐다. 2021년 0.22대에서 4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수업 시간에도, 수행평가를 할 때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기기를 켠다. 교사가 AI 사용을 허용하면 자료를 조사할 때 챗GPT·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뤼튼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쓴다. 실제 학생들은 AI를 사용해 논설문을 쓰고, 동아리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학교폭력 예방의 날을 맞아 노래를 작곡하는 등 창작 활동에도 활용하고 있었다.
“사춘기도 안 왔는데, AI 훈련 원리까지 설명해 놀라”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부모 상당수는 “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 조금 사용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직접 들은 학생들의 얘기는 달랐다. 숙제하다가 막히면 AI를 찾고, 게임 공략법을 물어보고, 친구와 싸운 뒤 고민을 털어놓고, 진로 상담도 받고 있었다. 이 중 일부는 부모가 먼저 AI 사용을 권하거나 보호자 동의하에 유료 멤버십을 구독한 학생도 있었다.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강숙(47) 씨는 취재 전까지 자녀가 AI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줄 알았다. 김 씨는 “아직 사춘기도 안 왔고 마냥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AI를 생각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더라.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AI를 직접 훈련하는 원리까지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하는데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학생들의 AI 활용은 학교 교실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울 신반포중에 근무 중인 강지원(29) 교사는 “2024년만 해도 일부 학생만 AI를 쓰는 느낌이었다면 2025년에 들어서는 AI 사용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라며 “궁금한 게 생기면 학생들이 먼저 ‘챗GPT에 물어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알파 세대에게 AI는 배워야 할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일상이다. 교실과 가정 곳곳에 자리 잡은 AI는 이들의 학습과 정서, 창작, 놀이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학생들에게 AI는 검색창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고,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는 일상의 도구가 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AI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학생들의 공부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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