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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소설은 ‘당사자’가 쓴다 나도 그에게 포획됐다”

작가 한수산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소설은 ‘당사자’가 쓴다 나도 그에게 포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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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역사를 복원하고 문학으로 기억한다’는 작가적 의무 속에서 27년을 보냈다는 그에게 세월을 물었다.
  • 그는 1981년 ‘한수산 필화(筆禍)사건’을 운명으로 여겼다.
“소설은 ‘당사자’가 쓴다 나도 그에게 포획됐다”

[조영철 기자]

“소설은 ‘당사자’가 쓴다 나도 그에게 포획됐다”

[사진제공·창비]

작가 한수산(韓水山·70)의 신작 소설 ‘군함도’는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현장을 찾고 관련 문헌을 확인해 취재를 시작한 지 27년 만에 출간됐다. 최근 배우 송중기가 류승완 감독과 함께 동명(同名)의 영화 촬영을 시작하면서 소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소설은 군함도에 끌려온 조선인 징용공들의 분투기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의 하시마(端島) 섬이다. 바다에 떠 있는 모양이 군함 같은 무인도다. 하루 12시간 이상 해저탄광(미쓰비시광업 하시마탄광) 채탄 작업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감옥섬’이라 불렀다. 하시마는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에 포함돼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정부기록물 ‘사망 기록을 통해 본 하시마탄광 강제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실태 기초조사’(2012)는 1943~45년 이곳에 500~800명의 조선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시마에서 발견된 화장 기록에 등재된 조선인 사망자는 122명, 우리 정부가 피해조사를 통해 인정한 ‘동원 중 사망자’는 27명이다.

한수산 작가가 역사소설에 천착한 배경은 뭘까.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암흑 속에 성장하는 자아

“소설은 ‘당사자’가 쓴다 나도 그에게 포획됐다”

일본 시민단체가 펴낸 ‘원폭과 조선인’. [사진제공·한수산]

▼ 소설이 나온 5월에 뵈려고 했는데, 많이 편찮으셨다고요.

“체력 회복이 안 되더군요. ‘군함도’를 작년부터 15개월 동안 바짝 달려서 썼거든요. 작년에 만난 사람이 10명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개 산책을 못 시켜줘서 개도 나도 살이 쪘어요. 2003년 ‘까마귀’ 쓰고 나서는, 폭탄 맞은 사람처럼 머리가 뭉텅이로 빠진 적도 있는데, 탈진했나 봅니다.”  

▼ ‘까마귀’를 요약해 ‘군함도’를 쓰셨다고….

“‘까마귀’가 5300매인데, 그중 3300매를 잘라냈어요. 그러곤 1500매를 새로 써서 3500매 ‘군함도’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걸 그리기보다 압축된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목표였어요. ‘군함도’에선 징용공인 주인공을 성장시키려고 했어요. 암흑 속에 있어도 창조적인 자아를 발견해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인물이 해방 후 일제를 청산하는 게 아닐까 하면서.”

▼ 일본에서는 ‘군함도’가 2009년에 발간됐는데요.

“한국에서 2003년 5권으로 출간된 ‘까마귀’가, 일본에선 2009년 2권짜리 ‘군함도’로 나왔어요. 일본인들이 조선인에게 까마귀에게 하듯 돌팔매질을 했대서 징용공을 까마귀로 치환해 붙인 제목인데, 부정적인 제목이라 영 불편했거든요. 그러다 일본 번역진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군함도’로 바꾸고, 일본인들이 잘 아는 그들의 풍습, 생활습관, 전시 상황이 나오는 대목을 대폭 줄였지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하기로 했는데, 제 개인적 사정으로 한국판이 늦어지게 된 겁니다.”



생존자와 찾은 군함도

▼ 일제 강점기의 많은 피해 현장 중 군함도에 주목한 이유는.

“1989년 도쿄 고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작은 책자를 보면서 시작됐죠. ‘나가사키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펴낸 건데, 모임을 주도한 오카 마사하루 목사님을 빼놓고는 이 작품을 말할 수 없습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다들 직업이 있으니 주말에 삼삼오오 모여 그걸 들고 나가사키 전역을 10년 넘게 찾아다니며 조선인 피해 사실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물로 ‘원폭과 조선인’ 소책자를 7번 냈는데, 그걸 보곤 경악했지요. 나가사키에서 피해를 입은 조선인이 1만 명이나 된다니…. 소설로 써야 했습니다.”

▼ 군함도는 언제 처음 갔습니까.

“1990년에 오카 목사님을 처음 뵙곤 군함도의 소설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군함도에 갔습니다. 나가사키에서 50분밖에 안 걸려요. 어부의 배를 빌려 섬에 들어가서 3, 4시간 있다가 오는 거죠. 당시 그곳은 사기업 미쓰비시의 땅이라 정식 입도(入島)는 금지됐지만 철조망을 쳐놓고 일반인의 입도를 막지는 않았습니다.”

▼ 섬의 첫인상은 어떻던가요.

“저를 위한 ‘세트장’ 같더군요. 축구장 3배 크기의 섬에서 징용공들은 초속 8m로 떨어져 내리는 통을 타고 토하면서 해저 700m 갱으로 내려가 채탄 작업을 하다가 돌아와 한 공간에서 2교대로 잤습니다. 공원하고 묘지만 없지, 절벽 있겠다, 바다 있겠다, 유곽터 있겠다…. 소설가가 뭘 더 만들어낼 게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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