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산·강·나무가 함께 만든 교향시 경북 울진
동해 바다는 제가 떠받치고 있는 하늘과 참으로 꼭 닮았다. 하늘이 울면 바다도 우르릉 우르릉 몸부림치며 울음을 운다. 바닷가 바위섬은 그러면 그보다 더욱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파도에 제 한 몸을 다 내주고 만다.하늘이 맑고 푸르면 바…
2003082003년 07월 30일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바람이 풍경(風磬)을 울리는가, 아니면 풍경이 바람을 부르는가. 산속 요사채에서 맞는 밤은 그야말로 청아하다. 먼 듯 가까운 듯 나무들이 울고 계곡이 우릉대는 소리 또한 낮고 중후한 배경음으로 깔린다.찰그랑거리는 풍경 소리에 마음의…
2003072003년 06월 23일그리움 솔에 담고 외로움 파도에 씻네 덕적도
“얼마는 저승 쪽에 기울고 / 남은 얼마를 이승 쪽에 기운 / 눈부시어라 / 섬은 사랑의 모습이네”이름이 가물가물한 어느 작고 시인의 시, ‘섬’을 입 안에서 조곤조곤 읊조리는 동안 배는 어느새 덕적도에 닿았다. 인천 연안부두를 떠…
2003062003년 05월 27일산과 강, 계곡에 숨은 전쟁의 상흔 강원 철원
야트막한, 볼품없는 언덕 하나를 뺏고 빼앗기며 죽이고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과 그 주변에서 무심한 새들은 조잘조잘 끊임없이 지저귄다.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맞는 아침은 아이러니다. 한국전쟁 중부전선 최대의 …
2003052003년 04월 29일한강 두물머리
안개비가 봄을 재촉하는 새벽이다. 어둠이 밀려가 희뿌염한 자리에 강이 누워 있다. 비 때문인가 아니면 안개 때문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발 아래 철썩이는 물결 소리만 강의 너비와 깊이를 어렴풋이 가늠케 한다.사위가 조금씩 밝아지…
2003042003년 03월 26일충남 공주∼부여
금강에 달은 느닷없이 떠오른다. 짧게 졌던 노을이 어스름에 묻히기 무섭게 쟁반만한 달덩이가 불쑥 강을 타고 솟아올라 눈 가득 달려든다.불그스름하다. 아직 사위지 않은 노을 기가 달에 비낀 걸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도 그걸 먼 옛날 …
2003032003년 02월 26일전남 담양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소쇄원(瀟灑園)에 가본 적이 있는가. 청죽의 기품에 놀란 백설이 내리다 말고 댓잎 위에 머물다, 제풀에 겨워 은빛 가루로 바스러져 날리며 객의 뺨을 애무한다. 이름마냥 ‘비 그친 뒤의 맑고 서늘함’을 자랑하…
2003022003년 02월 04일인천 영종도
깨어 있으면서 꿈을 만든다는 건 날아오르는 것만큼 멋진 일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설레고, 아쉬워, 발을 구르면서도 희망과 기대를 부풀려 꿈을 꾸어보는 공간. 먼길 여행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기도 한 곳. 공항에서 사람들은 초롱 눈…
2003012003년 01월 03일서울 인사동
변덕스러운 건 바람인가 사람인가. 된 바람 한번 몸짓에 우수수 떨어져 뒹굴거나 흩날리는 노란 잎새들. 그걸 밟으며 사람들은 낭만과 멋진 추억을 얘기할까, 아니면 흘러가는 세월에 덧댄 아쉬움과 서글픔을 달래는 걸까.서울 종로구 인사동…
2002122002년 12월 04일가을, 속살 감춘 봉우리마다 타는 그리움 금강산
누가 물은 다투지 않는다고 했는가. 너럭바위를 타고 쏜살같이 내려가다, 떨어지지 않으려 바둥대는니 차라리 뛰어내려 산산이 부서지는 물보라를 보라. 다투어 쏟아지는 그 장렬함에도 산도 놀라 일곱 색깔 무지개를 걸어주지 않는가.쿵쾅대…
2002112002년 11월 07일소록도, 미어지는 한으로 빚은 슬픈 아름다움
빛 바랜 사진 한 장이 가슴을 찌른다. 무명 저고리를 입은 남녀 어른 수십명이 엉거주춤 길가에 줄지어 서있다. 신작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역시 무명옷 어린이들이 나란히 서서 갈구하듯 어른들을 올려다본다.이름하여 월례 정기면회.…
2002102002년 10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