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1차적인 원인으로는 코스닥 종목의 발행 주식수가 매우 적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다수의 코스닥 등록업체들은 발행 주식수가 수백만주를 넘지 못한다. 자본금이 100억원에 못 미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증자를 통해 주식수를 늘리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지만, 워낙 작은 몸집으로 출발한 탓에 ‘체중 불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발행하는 주식수가 적다보니 거래량도 적다. 요즘은 하루 거래량이 1억주를 넘나들어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그 내용을 파고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부 상위 종목을 뺀 나머지 종목들의 거래량은 극히 적다. 1만주 이상 거래되는 종목이 전체 종목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심지어 5000주가 안되는 종목도 30%나 된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살 때 하루 거래량이 최소한 5000주 이상은 돼야 안전하다고들 한다. 이 정도 규모는 돼야 사고 팔기가 편하고 외부의 요인에 충격을 덜 받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적으면 팔고 싶을 때 제대로 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을 팔려고 내놓아도 거래가 뜸하면 사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급히 현금이 필요해 주식을 내놨는데 파리를 날리고 있으면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최근 코스닥 시장에 작전세력이 개입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도 이처럼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종목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작전세력이 ‘장난’을 치기가 쉽기 때문이다. 주식수가 적어 주가를 올리고 내리는 데 드는 돈이 적은데다, 기술적으로도 ‘찍은 종목’을 컨트롤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공매도·공매수 악용
예를 들어 아침 일찍 특정 종목에 대해 상한가 주문을 잔뜩 내놓으면 주가는 자동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기를 두세 차례 반복하면 주가는 어느새 50% 이상 급등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 투자자들은 멋 모르고 따라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손님’이 들었다 싶은 시점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면 적잖은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막차를 타고 들어간 개인투자자들만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공매도 제도(신용거래제도를 이용, 소정의 위탁보증금을 적립하는 것만으로 실물이 없더라도 주식을 팔 수 있는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장이 열리자 마자 공매도 물량을 하한가에 잔뜩 쌓아놓고 가격을 끌어내려 개인투자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투매에 나서면 하한가 근처에서 싼 값에 산 다음 며칠 뒤 이번에는 상한가에 공매수 물량을 내놓아 비싼 가격에 되판다.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도 작전세력들이 들끓을 가능성이 높다. 여건상 작전을 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이 때를 전후해 코스닥 시장에서 작전을 펴는 듯한 징후들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거래소 시장에서 증자나 액면분할의 ‘약효’는 그리 길지 않다. 공시를 전후해 약간 오른 후 배정기준일을 앞두고 다시 며칠간 뜨는 게 고작이다. 그래봐야 상승률이 20∼3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공시를 일주일 이상 앞둔 시점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2∼3일 동안은 상한가를 치는 등 공시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잠깐 쉬었다가 배정기준일 전에 다시 한번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간다. 종목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유·무상증자가 50∼100%의 주가상승률을 초래하기도 한다.
문제는 공시 직전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다는 사실이다. 공시 이후에는 어차피 내용 자체가 공개된만큼 유·무상증자 등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생길 수 있고 주가 역시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그런데 공시일 이전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당해 회사의 대주주나 임직원들이 정보를 미리 빼내 주식을 샀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상승폭을 납득하기 어렵다. 외부세력이 끼여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만큼 상승폭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의혹이 드는 기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십중팔구는 유·무상증자 직전에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진다. 일정한 차익을 챙긴 투자자들(작전세력으로 추정되는)이 이 시점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정주가는 얼마인가
수학에는 해답을 구하는 공식이 있다. 공식에 따라 문제를 정확하게 풀면 답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적정주가를 산출하는 데는 이런 공식이 따로 없다. 증권사나 주식전문가들마다 특정 기업의 적정주가를 놓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적정주가 계산법은 주당 순이익(EPS)에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현재의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곱하는 방식. 상당수 주식전문가들이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40만원대로 보는 것도 삼성전자의 2000년 주당순이익을 2만2700원으로 예상하고 여기에 우리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인 20배를 곱한 결과다.
그런데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적정주가를 뽑아내는 데는 이처럼 객관적인 합의가 없다. 거래소 시장에서 곧잘 활용하는 위와 같은 계산법 역시 코스닥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현재의 주가수준이 너무 높아 이 방법을 쓸 경우 터무니없는 가격이 산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코스닥 주가에 거품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어 적정주가를 계산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가란 어차피 기업의 미래 수익가치를 반영하는 것인만큼 지금의 주가수준은 결코 고평가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지금의 잣대로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그들은 여기에 한술 더 떠 코스닥의 주가수준은 나스닥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점을 들어 코스닥 주가는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주장에는 모두 허점이 있다. 먼저 거품론자들의 주장은 이미 상당 부분 빗나갔다. 그들은 99년 4월 이후 코스닥 지수가 100을 넘어서자 곧바로 거품론을 들고 나왔다. 150을 거쳐 200을 넘을 때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을 빨리 팔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후 코스닥 시장은 끄떡없이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한때 조정을 받는가 싶더니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외형적인 부분만 놓고 볼 때 그들의 주장은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당시 거품론자들의 말을 믿고 코스닥 주식을 팔아치운 투자자들은 지금쯤 땅을 치며 그들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의 주가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주가는 일정 부분 누군가가 관리한 흔적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주가가 높게 매겨진 자취가 여기저기서 관측되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등록하는 기업들이 처음 거래를 시작하는 주가만 봐도 그렇다. 요즘 웬만한 코스닥 기업들은 주식을 보통 주당 3만∼5만원선에 내놓는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첫 거래가를 10만원 이상으로 매겨 등록하기도 한다. 거래소 시장에서도 주당 10만원이 넘는 주식이 얼마 되지 않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적정한 주가를 산정하는 과정에 증권사측에 적정주가를 높게 매기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과 코스닥을 직접 비교하는 것도 아직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나스닥의 경우 역사가 코스닥보다 훨씬 긴데다 등록절차가 까다로워 말 그대로 우량기업들이 수두룩하지만, 코스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더욱이 코스닥 등록 기업 가운데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실적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도 많아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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