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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총선후보 공천 완전히 손뗀다”

“DJ, 총선후보 공천 완전히 손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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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총선 후에 당에서 새 리더십이 성장하고 경쟁하는 것을 대통령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협력하고 국가에 봉사하면서 자기성장의 길을 찾게 될 겁니다.” 》
“구당(舊黨)의 총장”. 그는 웃으면서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1월에 신당이 발족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표정 속에는 서운함보다는 도리어 기대와 뿌듯함 같은 게 잔뜩 묻어 있었다. 신당 자체가 DJ의 실질적인 주도로 발진됐고 그 의지를 관철해내는 최일선에 ‘리틀 DJ’로 불리는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이 자리잡고 있었음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탄생 2년여만에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다시 그 2년 뒤에 새천년을 향한 ‘민주신당’에 바통을 이어주며 퇴장하는 집권당으로서는 복잡한 감회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퇴장하는 국민회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그리 곱질 못하다. 옷로비의혹이다, 문건파동이다, 파업유도사건이다 해서 한해동안 국민들을 짜증나게 했던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 국민들은 집권측의 책임과 능력을 묻곤 한다. 그런 상황속에 깃발을 내리는 국민회의측 소회와 새 당을 통해 추진하려는 여권의 국정운영 방안을 들어보기 위해 한총장을 만나보았다.

한총장은 인터뷰에서 경제와 대북정책에서의 자랑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건들을 단호하고 투명하게 다루지 못한 여권의 책임을 인정한 뒤 “앞으로 다시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없도록 인사분야의 일대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총장은 또 신당체제와 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2선후퇴’나 당지도부 경선에는 부정적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민주적 운영’과 ‘대통령의 총선후보 공천권 완전포기’ 방침을 밝혔다. 한총장은 차기 리더십 문제와 관련, “총선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리더십 성장과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후계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며 우리(동교동계)는 굳이 우리가 다음에도 (대통령을) 해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이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고 하지만 현 여권의 지지율 자체가 최근들어 많이 떨어져 있는 것같습니다. 안성─ 화성 보궐선거 결과도 그런 걸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집권당이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김대중정부 출범초보다 지지도가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3가지로 봅니다. 첫째 소수정권으로, 제1당이 못된 상태로 출발해 법안처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둘째, 민주적인 정부로서 과거 정부와 같은 관계기관대책회의 및 이를 통한 정보제공을 받지 못하고 셋째, 공동정권으로서 과거처럼 행정부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방탄 역할을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만 있으면 바로 청와대가 공격대상이 됩니다. 이런 여건 등으로 우리는 경제와 대북정책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요.



우선 외환보유고가 700억달러에, 외자유치가 131억달러이고…. 또 남북문제에서도 분단이래 유례없는 평화가 유지되고 있어요. 금강산관광을 통해 평화가 유지되면서 많은 외자가 유치되고 무역이 제대로 되고 관광객이 왔다는 말입니다.”

대통령 눈과 귀 막는 인사, 대쇄신 있어야

─ 경제와 대외정책 면에서의 평가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욕을 먹는 것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여러 사건들과 이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옷사건, 언론문건사건, 파업유도사건 등은 본질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사건들이었는데 잘못 다뤄서 우리 정부여당을 곤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옷사건을 보세요. 신동아그룹측이 검찰에 로비를 하려다가, 안통하니까 회장 부인이 자기 남편을 구하기 위해 검찰총장부인한테 옷을 갖고 잘봐달라고 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안 통하니까, 결국 실패한 로비예요. 우리는 과거정권처럼 돈 때문에 문제된 건 없습니다. 언론문건 사건도 본질이 뭡니까. 이강래 정무수석이 언론탄압 문건을 작성해서 대통령에 보고하고 대통령이 이걸 보고 중앙일보에 대한 언론탄압을 시작했다, 이게 정형근의원이 주장하는 사건개요입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우리는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정직하게 사건을 밝혀 나가고 있습니다.”

─ 정직이라고 하셨는데 정부가 정직성과 투명성, 단호한 태도가 결여된 채 어물어물 넘어가려다가 국민에게 실망과 의혹을 안겨준 것 아닙니까?

“그런 비판을 따갑게 수용합니다. 그런 질책을 들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행정부가 당에 플러스를 주기보다는 정부 때문에 당이 마이너스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옷사건도 누가 로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 끝난 사건인데, 사직동팀에서는 더 고위층에 무슨 로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을까봐, 과거 정권이 그랬으니까, 있는 그대로 밝히면 될 것을 우물쭈물하다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그러다보니 사건이 검찰로 갔는데 검찰에선 진상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검찰총장 부인이나 보호하려는 인상을 주다가, 이거 뭐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샀어요. 그래서 특검까지 왔어요.”

─ 그런 상황까지 이르게 한 책임이 누구에 있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사례가 비단 이번 사건뿐이었겠느냐는 지적이 적잖은데요.

“거기까지 오게 된 책임이 우리 정부·여당한테 있습니다. 보고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이 없도록 인사문제에서 쇄신이 있어야 합니다.”

─ 인사분야에 문제가 있게 된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저희가 30년 이상을 대통령을 모셔왔지만 정부직에 안간다고 선언하고 실제 그렇게 했습니다. 이번에 남궁진의원이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갔지만, 바로 간 게 아니고 국회의원하다가 더 큰 것을 포기하고 간 거예요. 세계 어느 나라 정부 중에 대통령이 청와대 갈 때 직속부하 한 명도 안 데리고 가고, 국무회의 멤버중에 내 사람 한 명도 없는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과거 수십년간 대통령과 같이해 온 사람중에 장관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때문에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거나 대통령이 위험할 때 방패막이가 돼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내각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 과거 우리가 탄압받을 때 했던 생각들을 행동으로 못 옮기고 있다 이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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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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