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당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한동훈 신임 대표는 ‘변화’를 강조했다.
이날 전대에서 한 후보는 62.84%(32만702표)로 과반 득표를 하며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 자리로 직행했다. 이어 원희룡 후보 18.85%(9만6177표), 나경원 후보 14.58%(7만4419표), 윤상현 후보 3.73%(1만9051표)로 뒤를 이었다. 한 대표가 과반 득표(62.84%)를 하며 결선 투표는 치러지지 않는다. 최고위원엔 장동혁,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후보가, 청년 최고위원엔 진종오 후보가 선출됐다.
4월 총선 패배로 비대위원장을 내려놓은 지 103일 만에 다시 당을 이끌게 된 한 대표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강한 힘이 모였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논란 등 대표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부터 봉합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즉 ‘당청 관계’ 정립도 그가 풀어야할 큰 숙제다. 여소야거(與小野巨) 상황에서 야당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 승리를 이끄는 지도력도 발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한 대표가 2027년 대권을 향한 본격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가장 큰 숙제는 尹과의 관계 설정”
전문가들은 당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한 대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 지지자와 원희룡 후보 지지자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하고,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이 있었다고 한 후보가 폭로하면서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번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48.51%)이 지난해 3월 전당대회 투표율 55.1%보다 6.59%포인트 낮아진 원인도 이런 영향이 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것은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패스트트랙 발언’은 당원들의 마음이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소 취소 청탁 시엔 법무부 장관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젠 정치인으로서 당원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과제는 ‘당정 관계 정립’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당 대표 선출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데엔 결국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 ‘친윤’과 ‘비윤’으로 나뉘어 갈등을 유발했기 때문”이라며 “당정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당 대표가 국정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윤 대통령과 너무 멀어져서도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는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대통령과 거리를 벌리더라도 현재로선 당내 통합을 위해서라도 화해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상대 후보의 발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조급하고 짜증 섞인 말투와 표정 등은 정치에 입문한 지 7개월 된 정치인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젠 집권여당 대표가 된 만큼 포용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안아야 하는 것도 그의 숙제다.
“민심의 파도에 우리가 올라타자”
신 교수는 “대통령과 다르게 가더라도 민심에 가까워져야 한다”며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의 말이 아닌 여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예컨대 채 상병 특검법을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더 많다면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밝히더라도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동훈 지도부’의 첫 정면승부인 2026년 지방선거를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결국 당정관계에서 이어지는 말이지만 윤 대통령과 ‘적당한 차별화’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간 한 대표는 정치인으로선 뚜렷한 정책적 어젠다를 제시하진 못했다.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민심이 큰데다가, 같은 검사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있기에 더더욱 정책적 차별화가 필요하다. 한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며 진정한 시험대에 놓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락연설에서 “민심의 파도에 우리가 올라타자”고 강조한 한동훈호(號)가 민심의 바다에서 순항할지, 민심의 파도에 자초할 지는 이제 신임 당 지도부에 달렸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소송전 끝내고 ‘원 팀’ 택한 이유
[영상]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낮아, 자체 핵무장 전 안보의식 강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