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국 침공할 의지, 능력 없어
2006년 한미 ‘운영 지침’으로 주한미군 투입
대만 유사시 우리의 참여는 필연적
외교도 ‘떼쓰기’…국민 호도하는 함정으로 가득
대만 유사시 국민 64.5% ‘미국과 공동 대응’
김준형 의원, 중국과 북한 자제도 촉구하라
대만 명분, 안보 이익 확대 기회로 삼아야

5월 12일 대만군이 남부 핑둥현에서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이용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 위협에 맞서 지난해 10월 HIMARS를 배치해 이날 최초로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AP·뉴시스
앞서 지난 3월 미 국방부의 임시 국방 지침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역할을 중국 견제 전략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이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과거 사건과 견주면서 반미·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듯하다. 대한민국 국익 관점에서 보면 ‘떼쓰기’ 정치 악행을 외교 영역으로 확대하는 거 같아 우려스럽다.
이는 곧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두고 우리의 공동 대응 의무를 규정하는 한미동맹 조약을 무시한 처사이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반대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정부, 동맹과 우방을 일방적으로 질책하는 식의 이러한 결의안은 ‘G10’이라는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지 않은 외교 의식과 자질을 보여준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부정(否定)하는 의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 조국혁신당 9명, 진보당 3명이 발의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은 국회에 회부돼 있다. 이들은 발의 이유로 미·중 무력 충돌에서 우리의 양자택일 결과가 한반도의 안보 위기 초래로 직결되는 점을 꼽는다. 그러면서 이들은 을사늑약 120년을 맞이한 올해 일본이 주도하고 미국이 묵인했던 제2의 가쓰라·태프트 협정의 결과를 상기시켰다.이들은 일본이 대만해협을 이유로 동아시아를 하나의 전장으로 간주하는 ‘하나의 전구(戰區·전쟁구역, One Theater) 구상’을 “위험천만한 시도”라며 단호히 배격·거부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주권과 국민 안전 보장 차원에서 대책 강구를 촉구했다(제4항).
나아가 이들은 우리 정부가 대만 유사시에 “군사적 지원이나 경제·정치적 수단은 물론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선제적으로 천명할 것을 촉구했다(제2항). 그 당위성은 미·중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점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주한미군의 동원만으로도 우리의 개입이 자명하다고 단정하면서 주한미군이 본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될 것을 주문했다. 이를 미국 정부가 공약하고 실천할 것을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의 결의안은 우리 국민을 호도할 수 있는 함정으로 가득하다. 우리 주변의 안보 정세 흐름과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비현실적이고 부조리한 논리에 근거해 작성됐기 때문이다.
우선 대만해협 전쟁이 중국의 선공으로 발발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은 애써 무시했다. 대만은 중국을 침공할 의향, 의사, 의지, 능력조차 없다. 중국과의 통일 염원도 사라진 지 오래다. 2024년 2월 22일 대만국립정치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상 유지’를 원하는 대만인이 61.1%로 압도적이었다. ‘통일을 원한다’는 응답은 7.4%, ‘조속한 통일을 원한다’도 1.2%로 역대 최저치였다.
반면 중국인들의 대답은 상당히 정치적이었다. 2021년 7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무력 통일’ 5년 내 가능설(說)이 중국 내에서 만연했다. 이후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진행된 싱가포르국립대와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의 설문조사에서 55%의 중국인이 통일 전쟁을 지지했고, 33%가 반대했다. 중국인의 통일 전쟁 열기가 진정된 4년 후인 올해 5월 1일 미국의 카터센터와 에모리대학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5.1%가 무력 통일을 반대했고 24.5%만이 지지했다. 대조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대만 유사시 우리 국민의 64.5%는 ‘미국과의 공동 대응’을 지지하는 것으로 2022년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우리 국민 다수가 ‘미국 편’을 선택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상황과 관련해 국민 대다수가 미국을 지지했다. 미군에 대한 후방 지원 수준의 개입에 42.0%의 국민이 동의했다. 공동 군사작전의 참여에는 22.5%가 지지했다. 이 모두를 반대한 국민은 17.9%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의원들의 이번 결의안 발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국력과 위상을 고려해도 미국과 일본이 과거처럼 우리를 좌지우지할 수도 없다.
역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나 일본의 ‘하나의 전구’ 구상에는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군사력이 핵심 축이다. 일본 자위대가 평화헌법의 제약을 받는 단순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실력과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언행은 삼가야 한다.
동맹으로서 우리 군 동참은 필연적
한반도와 대한민국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 지정학적으로 최고의 전략 가치를 가진 지역이다. 대만 유사시 미·중 양국은 제1 도련선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칠 것이다.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은 태평양의 섬(島)을 사슬(鏈)처럼 이은 가상의 선(線)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뜻한다. 쿠릴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류큐열도, 타이완섬, 필리핀, 말라카해협에 이르는 중국 본토 근해를 제1 도련선으로, 중국이 대만을 합병할 경우 제1 도련선은 완성된다. 이 선은 미국의 역내 최전선 방어선이자 중국의 최후 방어선으로 인식된다.현재의 중국 방어력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 선을 돌파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여기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반도,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전략 가치가 돋보인다. 중국의 방어선을 우회해 중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입지적 우위(positional advantage)’를 미국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점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4월 9일 주한미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으로 설명한 이유다. 그래서 그날 존 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대행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부담 공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 위협에 공동 대응 포함한 한미동맹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정식으로 채택한 2017년부터 동맹의 비용 부담(cost-sharing)뿐 아니라 분담 부담(burden-sharing) 확대를 암시하는 발언을 지속해 왔다. 급기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청사진으로 지난해 7월에 출간된 ‘2025 리더십에 대한 위임: 보수의 약속(2025 Mandate for Leadership: The Conservative Promise, 이하 ‘프로젝트 2025’)’에도 이런 의지가 담겼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문제에 있어 동맹의 더 큰 역할과 기여를 기대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만 유사 사태를 염두에 둔 미국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 기능, 성격 재조정의 노력은 법적·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우선 첫째, 2006년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운영 지침’이 그 근거다. 대만사태에 주한미군의 차출과 투입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준비 구상은 지난 3월 미 국방부의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을 통해 재확인됐다. 지침은 미국이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에 집중하는 동안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다른 위협에 해당 지역의 동맹이 최대한 방어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둘째, 북한의 관여가 자명한 전략적 판단은 역사에 근거한다. 북한은 중국의 동맹국이다. 동맹국 이전에 두 나라는 공산혁명의 최종 사명감을 공유한다. 그것은 대만 통일과 한반도 통일이다. 국제 공산주의 원칙에 따라 공산혁명을 이룩하는 데 동료 공산국의 지원은 의무적이다. 북·중 동맹 체결 이전에 중국이 6.25전쟁에 개입한 사실이나 과거 북베트남이 동맹이 아니었지만 군사적 지원을 단행한 사례가 북한의 대만 사태 개입 가능성을 확인해 준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작동과 함께 북한의 개입을 저지하는 한미동맹 때문에 베이징과 평양에 대한민국은 타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 조약이다. 미국은 6·25전쟁을 계기로 1950년대 당시 일본, 대만,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와 동맹조약을 맺었다. 이들 조약에는 공통점이 있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무 조항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 이익 수호에 대한 공동 대응 조항을 모두 포함했다. 한미동맹 조약 제3조는 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동 위협에 대응의 책임과 의무를 주문한다.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과 미국·호주·뉴질랜드 방위조약(ANZUS)의 제3조와 제4조도 태평양 지역에서 외부의 공격으로 어느 한쪽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위협을 받을 시 공동 위협에 대응할 것을 명시한다. 이런 상황을 당사자의 본토 영토뿐 아니라 태평양 내 관할 섬 지역 또는 태평양 내의 군대, 공공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상정했다(제5조). 미일 상호방위조약도 ‘극동지역’을 양국 방위의 지리적 개념으로 설정했다. 여기에는 북서 태평양 지역, 동중국해와 제1 도련선과 제2 도련선 사이의 모든 바다가 포함된다. 미일동맹의 방어 범위가 이들 지역까지 확대되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동맹조약은 미국이 오늘날 대만 유사시를 대비해 기존의 양자동맹 체제를 한·미·일, 미·일·필리핀, 미·일·호주 등의 3각 체제로 엮을 수 있는 유효한 근거가 된다는 뜻이다.
다른 동맹에 비해 미국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대만 사태에 개입할 것을 직접 주문한 적이 없다. 오히려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까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만 운운한다. 그리고 이의 결정권은 미국에 있음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2022년 9월 1일과 26일에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해 줬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발동해 생겨나는 권력 공백에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중국이 주한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동맹인 북한도 자동 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야당의 결의안은 일방적이다 못해 현실을 배격한 것이다. 결의안이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사고와 세상의 ‘반쪽’만을 보는 시각에서 발현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은 대표 발의자 김준형 의원의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2021)에서 드러난 바 있다. 동아시아의 불안과 소요의 책임을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가 균형 잡힌 합리적 ‘전문가’라면 중국과 북한의 자제도 동일하게 촉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만 사태의 원죄는 중국에 있고, 확대의 방조죄는 북한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 의원으로 방북 기회가 생기면 북한의 불개입을 촉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만 사태 명분, 전략적 측면에서 호기
대만 사태를 명분으로 미국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재조정은 우리의 전략 이익 측면에서 상당한 호기다. 우선, 우리의 입지적 우위라는 레버리지가 발생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로 방위비 분담 인상을 압박할 때 기꺼이 수용하는 식으로 강력하게 대응해도 된다. 미국으로서는 작전 활동에 헌법적·지리적 제약이 없는 대한민국 군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강경하게 나서면 섣불리 재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둘째, 우리 바다와 하늘 수호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최근 서해상에서 중국이 불법 구조물을 구축하면서 우리의 서해를 내해(內海)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해군 군함은 연 330회 이상 우리 서해상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중간조치수역(PMZ)을 넘나들고 있다. 중국 전투기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Z)을 불법 진입하는 횟수도 연평균 100회 이상이다. 중국은 우리의 외교적 경고를 무시한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단독으로 중국의 도발을 저지하거나 방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약소국의 외부 도움에 의존 불가피성을 정당화하는 국제정치학 이론의 진실에 따라 행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미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방위 의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외교는 ‘딜’을 하는 것이다. 대만 유사시 우리와 주한미군의 개입이 필요하면 우리도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 가령, 북한과 중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군사도발에 최소한 미국이 강력히 대응할 의지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4년 일본, 2024년 필리핀에 중국이 군사도발한 데 일본과 필리핀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는 이들의 대응 노력에 미국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만 사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개입에 우리가 단독적이 아닌, 미국과 함께 공동 대응한다는 약속을 정식으로 받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