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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신경과 의사의 임상체험

수지침으로 대뇌 자극하면 오장육부 살아난다

  • 박규현 부산대의대 교수·신경과학

수지침으로 대뇌 자극하면 오장육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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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특히 대뇌 혈류(血流) 문제는 신경과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관심 사항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부터, 특히 내과 전공의 시절부터 대뇌 혈류에 관심이 많았다. 신경학을 연구하면서도 그 분야에서 관심이 떠난 적이 없다.

흔히 건강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설명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그런데 유태우 선생은 ‘건강이란 대뇌의 혈류가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뇌에서 전두혈류(前頭血流)와 후두혈류(後頭血流)의 평형이 이루어질 때가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고려수지요법 이론에서는 대뇌 혈류의 완전한 조화를 ‘평인지맥(平人之脈)’ 상태라고 표현한다.

수지요법에서는 대뇌 혈류의 평형 상태를 관찰할 때 오른쪽과 왼쪽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오른쪽과 왼쪽의 비교는 오장육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뇌의 앞으로 흐르는 전수혈류, 즉 총경동맥(Common carotid artery)과 후두혈류, 즉 추골기저동맥(Verterbro-basilar artery)의 비교는 의미가 있으며 이것들의 조화가 건강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는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대뇌혈류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필자가 제9회 한일 고려수지침학술대회에 발표한 ‘대뇌 혈류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비록 뇌혈류 측정을 위한 값비싼 장비들이 개발돼 있으나 고려수지요법에서 요구하는 ‘비교 뇌혈류’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얻기는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대뇌혈류 측정기(Transcranial Doppler, SPECT, PET, Brain Mapping) 등을 이용해서 근접한 정보라도 얻고 싶은 것이 필자의 희망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유태우씨는 이 두 개의 비교치를 직접 측정해내기가 어려우므로, 경동맥에 있는 ‘부돌맥’과 요골동맥에 있는 ‘촌구맥’을 비교해서 대뇌의 전·후 혈류 상태를 파악하고, 나아가 오장육부의 허실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유태우씨의 천재적인 발견임에 틀림없다. 즉 대뇌혈류의 조화 및 평형 여부가 오장육부의 장부 허실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이론은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떻든 대뇌혈류가 평형을 이루고 있다가 깨지면 오장육부의 장부 허실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변화가 정지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또다른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이 변화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오장육부간 상생(相生)과 상극(相剋)과 상외(相畏)로 설명할 수 있는 상합전병(相合傳病)의 과정이 그것이다. 이것 역시 동양의학의 심오하고 놀라운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신장(水)과 간장(木) 간의 상생(相生) 과정을 모자(母子)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신장인 모(母)의 상태가 정상일 때는 간장인 자식(子)을 자연스레 도울 수 있는데, 이는 수생목(水生木, 수가 목을 낳음)의 원리로 설명된다.

그러나 모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면 자식을 도울 수가 없다. 이때 자식을 돕고 살리기 위해서 상극(相剋)의 원리가 발동하는데, 심장인 손자(孫子)의 부위를 견제해서 아들을 살리게 된다. 이런 현상들이 바로 우리 인체의 오장육부에서 벌어지는데, 마치 심오한 우주의 질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수지침 연구하다 고소당해

한편 80년대 초부터 서양에서도 전통 침술을 환자에게 사용, 임상효과가 있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런 논문들을 접하면서, 특히 미국 시카고에서 두통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던 다이아몬드(Diamond) 교수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는 서양의학자로는 누구보다 침술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실제로 두통 환자에게 침술을 시술하고 있었다. 87년 그의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있는 모든 시설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같이 두통을 연구해보자고 권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곳은 현재 미국의 편두통센터로 발전돼 있다.

또 일본의 경우 마나카 요시오 박사 및 야스미스오 교수 등이 고려수지침을 연구하면서 필자와 교분을 나누고 있다.

필자는 학술대회에서 고려수지요법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한 후 고소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무자격자가 침을 언급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보사부에서 조사나온 사람들에게 필자는 신경과 환자들에게 실시하는 신경생리검사 중 침근전도(Needle EMG)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침’이란 말은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말이지 서양의학을 배운 이들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니들(Needle)을 바늘이라고 하면 되고 침이라고 하면 안 되는가?’ 하고 따지기도 했다. 그 후로 바늘근전도란 용어 대신 침근전도란 말을 더 사용하게 되었다.

숱한 곡절을 겪으면서도 필자는 지금까지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고려수지요법을 강의하고 있다.

95년에는 부산의대교수 연수회 때 ‘한의학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지요법을 강의했고, 영남대학교 신경과 모임에서 ‘동양의학에서 언급된 신경계 질환’을 강의하면서도, 1999년 2월 일본국립신경연구소에서 ‘자연요법을 이용한 건강관리’를 강의하면서도 고려수지요법에 대한 내용을 주로 설명하였다.

고려수지침의 치료 원리는 한마디로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지구에도 북극과 남극이 있어 자연스럽게 자장이 북극(N극)에서 남극(S극)으로 흐른다. 전기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전극의 전자는 음극(-극)에서 양극(+극)으로 흐른다.

두 물체 사이에도 흐름이 있다. 같은 종류의 물질을 가깝게 두면 서로 미는 힘이 생기고 서로 다른 물체를 두면 흐름이 발생한다. 이때도 마음대로 흐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한쪽 방향으로만 흐름이 발생한다. 무색(無色)인 알루미늄이나 은을 한쪽에 두고 다른 쪽에 유색(有色)인 금(金)이나 동(銅)을 두면 무색에서 유색으로 흐름이 생긴다.

수지요법의 치료 원리

마찬가지로 사람의 혈류에도 흐름이 있다. 우리 신체의 혈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을 반영하고, 기혈의 흐름은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초다. 이러한 기맥(氣脈) 흐름의 이치를 파악해, 흐름에 순행해 접근시키면 돕는 작용(補 작용)을 하고 흐름에 역행해서 사용하면 억제하는 작용(瀉 작용)을 한다는 원리는 누구나 어려움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학술이라 할 수 있다. 수지요법은 바로 이러한 흐름의 이치를 응용해 인체의 축소판인 손에다 보(補)하고 사(瀉)함으로써 치료하는 원리다.

그러면 어떠한 도구를 이용해 이러한 보사(補瀉) 작용을 유도할 수 있는가. 고려수지요법에서는 금속이온 자극, T침·피내침, 유색 무색의 링 목걸이, 지압봉, 자기 등을 치료수단으로 사용한다. 자기나 전극이나 성질이 다른 두 금속 물체를 이용하면 흐름을 조절할 수 있고, 두 속성 중 하나만 사용하면 그 고유의 성질을 응용해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시험관을 덮을 때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시험관 속에 있는 물질의 성질이 바뀌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비닐이나 종이나 동판이나 금판을 덮어두면 어떻게 될까. 속에 있는 물질의 속성이 쉽게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어느 부위의 기능을 억제하고자 할 때는 무색 알루미늄이나 은을 사용한다. 이 이론은 상응 부위의 치료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도 이제 외국에서 들어온 의학에서 시야를 넓혀 우리 것을 심도 있게 연구할 시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 고유의 것을 더 넓은 세상으로 보급하고,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려수지요법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의학체계라고 믿는다.

신동아 200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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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현 부산대의대 교수·신경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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