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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황제’ 권성문 KTB 사장의 위험한 도전

“한국의 워렌 버핏이 되고 싶다”

  • 이나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코스닥 황제’ 권성문 KTB 사장의 위험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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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장은 군자산업 인수 당시부터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헤더웨이’를 염두에 뒀음을 인정했다. 버크셔헤더웨이 역시 봉제업과 투자업을 같이 하는 회사다. 한마디로 말해 군자산업 인수는 뚜렷한 모델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한 합목적적 행위였던 셈이다. 권사장은 KTB 인수 결정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미래와사람은 봉제수출업, KTB 인수와 같은 투자전문업, 신기술 개발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부문 등 3분야를 축으로 하는 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와 같은 개념의 회사가 될 것으로 본다”는 뜻도 밝혔다. 미래와사람은 현재, 당시 권사장이 제시한 구도와 매우 유사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1999년 2월, 권사장은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기술금융(KTB) 인수를 결정함으로써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81년 설립된 KTB는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탈이었다. 인수 추진 당시 KTB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설립 근거로 삼는 일반 창업투자회사들이 중소기업청 관할 하에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KTB법)에 근거한 과학기술부 산하 출자기관이었다(인수 직전인 1999년 1월 KTB법이 폐지되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전환됨, 관할기관도 재정경제부로 변경). 97년 투융자금액 1조3700억원, 97년말 현재 총 투융자잔액이 2조6328억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 투자기업 중 총 29개사가 상장됐고 62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돼 있으며 나스닥 상장 미국기업도 5개에 이를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도 훌륭했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가 적극 추진되던 98년 7월 당시에는 18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과 외환위기를 거치며 누적된 투자손실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코스닥 활황도 아직은 꿈같은 얘기일 뿐이었다.

KTB는 미래와사람에 인수되기까지 모두 3차례나 유찰되는 시련을 겪었다. KTB가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감지하지 못한 응찰업체들이 계속 예정가를 밑도는 가격을 제시했던 것. 99년 1월, 3차 재입찰에 참가한 미래와사람은 정부소유 지분 10.2%를 액면 그대로인 93억에 인수, 마침내 KTB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매출 1345억원(98년 현재)의 봉제수출업체가 단 10%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만으로 거대공기업의 ‘오너‘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서 권사장은 금융업 진출의 꿈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신기술사업 육성·기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퇴출까지를 총괄하는 종합투자회사 경영자로 발돋움할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권사장은 경제 흐름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통찰력과 예지력을 갖춘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권사장의 투자 스타일에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일찍이 M·A 사업에 뛰어들어 ‘한국 최초의 레이더스’란 닉네임을 얻었고, 봉제업체를 인수하며 투자전문회사로의 앞날을 계획했다. 코스닥 붐이 일기 직전 국내 최대 벤처캐피탈을 인수함으로써 일거에 유력 기업인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과거 미래와사람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97년 11월 외환위기가 닥쳤지만 미래와사람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권사장이 이미 8월 경부터 현금유동성 확보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두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권사장의 ‘선견지명’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1999년 2월 (주)인터넷경매에 대한 투자 결정이다. (주)인터넷경매는 최근 코스닥 등록에 성공한 전자상거래업체 ‘옥션’의 전신. 지금은 코스닥의 ‘예비 황제주’로 각광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이름 없는 인터넷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던 때 권사장과 미래와사람이 각각 36%의 지분을 가져가는 대신 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 (주)인터넷경매의 오혁 사장(현 ‘옥션’ 공동 사장)은 경영권을 내줘야 한다는 사실에 잠시 고민했으나 곧 제안을 받아들였고 옥션이 코스닥에 등록한 지금, 권사장과 미래와사람은 각각 1000억 원대의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권사장과 미래와사람은 옥션에 이어 컴퓨터전문쇼핑몰인 와우북, 사이버교육센터인 미래넷, 영화관련 사이트인 맥스무비 등에도 차례로 투자, 이들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될 경우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사장은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두고 ‘돈에 대한 동물적 직감’ 운운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뭔가 잘 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노력에 의한 결과일 뿐 ‘직감’에 의지해 우연히 얻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권사장은 “외환위기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양한 외국 경제매체들을 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일을 ‘예측’한 결과라는 뜻이다.

‘냉각캔 사건’의 파장

권사장은 1999년 3월 미래와사람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KTB 사장에 취임했다. “원래는 5월쯤 취임할 생각이었으나 그만둘 생각을 하는 직원이 적지 않은 등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2달을 앞당기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권사장 취임 후 KTB는 모두 2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 912억원이던 자본금을 3016억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매출도 크게 늘어 지난해는 11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해 목표는 4000억원. 투자 금액도 지난해 1630억원에서 올해는 7000억원 규모까지 늘릴 예정이다. 주가가 몹시 출렁거렸던 올해 1/4분기에도 법인세 차감 전 1552억원의 이익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미래와사람 역시 출자사인 KTB의 지분법평가이익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인 1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렇듯 빼어난 경영 성과에도 권사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도리어 부정적인 쪽에 더 가깝다고 할까. 권사장은 이에 대해 “우선 M·A 회사를 만들어 활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M·A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고생해서 돈 버는 것은 나쁘게 보지 않는데 금융업으로 돈 버는 것은 좋지 않게 평가한다. 아울러 젊은 사람이 급성장한 것에 대한 감정도 섞여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적’ 요소가 권사장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1999년 11월10일 금융감독원은 권사장을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성공가능성이 희박한 냉각캔을 세계 최초의 상용화제품으로 개발했다고 발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유상증자를 실시, 허위 표시에 의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이유였다. 이른바 ‘냉각캔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터진 것. 금감원은 미래와사람이 첫째, 냉각캔개발 과장 발표, 둘째, 외국기업과의 계약 날짜 허위 공시, 셋째,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 획득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미래와사람 측은 “냉각캔 개발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며, 외국 기업과 맺은 기술수출계약은 적법한 것으로 허위공시한 사실이 없고, 권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브릭이 미래와사람 주식을 취득한 것은 대주주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올 2월16일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1부가 권사장에 대해 “98년 2월 신제품 설명회에서 냉각캔을 곧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처럼 과장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범죄 의도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소유예 판결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됐다. 대신 회사법인과 이사 한모 씨, 냉각캔 개발 실무자 송모 씨 등 2명을 벌금 500만~2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1998년 당시 냉각캔 개발 발표는 미래와사람의 이름을 알리고 주가를 상승시키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중앙일보의 경우 같은 해 8월 11일자 1면과 경제면에 각기 ‘캔 따면 음료 시원해져 신기술 1억불 받고 수출’ ‘커버스토리-냉각캔 하나로 지구촌 누른 미래와사람’ 등 다소 흥분된 톤의 기사를 게재할 정도였다. 다른 언론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제품 개발 발표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냉각캔은 여전히 상용화되지 않고 있으며, 권사장은 이에 대해 “여러가지 투자활동 중 결과가 훨씬 덜 만족스럽게 나온 사업”(한겨레21, 4월13일자)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과거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해 할 말은 없는가’고 묻자 권사장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어떤 일도 꾸미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많은 조사를 받았는데 내가 정말 잘못했다면 이 정도로 끝났겠는가. 실패한 경우는 있지만 악의를 가지고 한 일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그와 같은 평판은 “기업가를 증권시장 참여자의 눈으로만 보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권사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각은 “조직 관리에 약하다”는 평판이다. 단시일내에 성공신화를 일군 덕분일까, 권사장 주변에는 ‘적’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중에는 한국M·A, 미래와사람, KTB 등지에서 권사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도 제법 있다.

취재 중 만난 몇몇 사람들은 “권사장의 경영 스타일이 지나치게 독선적”이라거나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처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비난을 했다. KTB의 투자 방식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한 벤처기업가의 경우 “KTB에 지분 51%를 넘기는 대신 일정 금액을 투자받기로 했다. 그런데 KTB 쪽에서 다시, 지분부터 넘기면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을 해 와 ‘당신들이라면 그렇게 하겠냐’며 거절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조직 관리에 약하다”는 평판

실제로 권사장의 조직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건이 불거진 적도 있었다. 지난 5월, 권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인터넷 허브사이트 ‘인티즌’의 박태웅 사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3월 권사장이 공동대표로 영입한 공병호 사장(전 자유기업원 원장)과 경영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후였다. 공사장은 제휴 등 주로 대외업무를 맡기로 했던 처음 계획과는 달리 인사와 자금운영권까지 요구하고 박사장의 동의없이 임완택 부사장을 비롯, 박사장의 신임을 받던 사원들의 사표를 받았다. 이에 반발한 박사장이 공사장의 조직개편안 실행을 추진했던 이경운 이사 등 2명을 물러나게 했으나, 권사장이 공사장의 부탁을 받아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에 박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권사장은 내부 분란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우려해 박사장의 사퇴를 적극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이처럼 내부인사가 퇴진하며 불만을 갖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 “권사장이 조직 운용 경험이 일천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권사장은 직장 생활 경험이 많지 않다. 또 KTB 인수 전 한국M·A나 미래와사람은 사기업인데다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사실상 권사장의 방향제시와 결정에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KTB만 해도 종업원 250명 규모의 대형 투자회사이며 그 외에도 직접 다 챙길 수 없을 만큼 관계사들이 많아졌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조직 운영을 고수했다간 일정 수준의 리스크나 시행착오를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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