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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바이러스 전쟁 7년

  • 유의주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

수돗물 바이러스 전쟁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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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경우도 비슷한 수준이다. 80년 유럽연합 이사회가 각 회원국에 시달한 먹는 물 수질기준 지침은 ‘먹는 물 속에는 인체에 감염될 잠재력을 가진 위해 미생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회원국들이 관련 정보를 활발하게 교환하는 한편, 잠재적 위험이 내포된 먹는 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동 대처한다’는 포괄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의 상수원수를 위한 미생물 기준에는 바이러스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위락용수를 위한 미생물 기준(European Environment Legislation)은 ‘10ℓ당 감염성 바이러스 입자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위해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거나 그로 인한 수질악화가 예상되는 등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바이러스 검사를 수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1966년 먹는 물에서 최초로 바이러스를 검출해낸 프랑스에서는 바이러스 검사를 상시 수질검사 항목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나 ‘상수원수 10ℓ당 감염성 바이러스 입자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91년부터 시행된 독일의 먹는 물 관리법은 미생물 수질검사 항목에 병원성 장바이러스를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수돗물 검사항목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포함시키지는 않고 있으나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돗물 바이러스 논란의 쟁점을 검토해보자. 논란의 핵심은 김교수가 사용한 바이러스 검출방식이다. 김교수는 농축한 수돗물을 동물세포에 접종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는 자신의 실험방법에 대해 “내가 적용한 방법은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이 규정한 세포배양법에 유전자분석법을 추가한 것이다. 즉 세포배양법을 통해 동물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배양(이는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이미 존재해야 가능)한 뒤 유전자분석법으로 바이러스의 종류를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바이러스 발견단계까지는 서울시의 분석법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바이러스의 종류를 알아내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다”고 밝힌 김교수는 “이 조사방법이 미생물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캐나디언 저널 오브 마이크로바이올러지(Canadian Journal of Microbiology)’ 5월호에 수록됨으로써 세계적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강조한다.

반면 서울시는 “김교수가 사용한 바이러스 검출법인 유전자분석법은 바이러스의 활성 여부를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공식적인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깎아내린다.

서울시는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미국에서 수돗물에 대한 바이러스는 일명 정보수집법(ICR)에 따라 세포배양법에 의한 감염성 바이러스의 검출만 인정하고 있으며 검사과정과 기법 및 결과 등을 공증기관에서 검증받아 발표토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자들의 견해

또 배양접시 5개를 사용한 김교수의 실험은 배양접시 20개를 사용하는 미국 정보수집법상의 세포배양법을 변형한 것으로 (특정한)연구목적에 의한 방법으로 보인다는 것이 서울시측의 주장이다.

김교수는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실험방법을 달리한다고 존재하지 않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생겨나겠느냐”면서 “미생물학자들 사이에는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도 엉뚱하게 신뢰도 운운하는 서울시와 환경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험방법에 대한 논란과 함께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측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김교수는 “바이러스는 한 마리만 인체에 감염돼도 질병을 야기할 수 있어 미국에서는 원수 중에 있는 바이러스를 99.99%까지 제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는 염소에 대한 내성이 강해 현재의 정수장 시설로는 바이러스의 완전 제거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10곳의 가정 수돗물을 포함해 상수원과 정수장 등 25곳을 세 차례씩 조사했으나 잠실 상수원에서 최대 100ℓ당 3MPN의 엔테로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뿐 수돗물에서는 단 한 차례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박수환(朴秀煥)생산관리부장은 “어느 생태계든지 그 정도의 바이러스는 있을 수 있으며 정수장을 거쳐 가정까지 전달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한강 원수의 바이러스가 최대 24MPN/100ℓ이고 정수탁도가 0.1NTU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검사를 해보나마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도 굳이 검출됐다고 주장하니 김교수의 실험실과 검사인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교수와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학자들의 견해는 어떨까?

미생물학회장을 지낸 서울대 강현삼 교수(62·생명과학부)는 지난 5월 김교수의 기자회견 직후 발표한 성명서 성격의 자료를 통해 “김상종 교수 연구팀의 검출방법은 미국 환경청에서 제시한 세포배양법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유전자검색법을 추가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살아 있는’ 감염성 바이러스를 검출하고 그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는 진일보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강원대 신영오 교수는 “김교수의 연구방법이 연구차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수돗물 관리차원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일 수도 있다”며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양측의 주장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의견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미생물학회 환경바이러스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수돗물 바이러스 논란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미생물학회는 지난해 4월 전국의 각 대학과 병원에서 바이러스학, 면역학, 환경공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10명의 전문가들로 환경바이러스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서울대 강현삼 교수, 가톨릭대 김영준·김태규 교수, 울산대 박정우 교수, 서강대 양재명 교수, 한림대 이규만 교수, 외국어대 이규호 교수, 명지대 이기세 교수, 충북대 이찬희 교수, 명지대 장덕진 교수 등 10명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김교수의 연구결과와 환경부의 의뢰를 받은 국립환경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박순희 박사의 ‘먹는 물 수원에서의 바이러스 분포실태 조사 연구’등 2개의 상반된 연구결과를 두고 심층검토를 벌였다.

박박사의 연구결과는 원수 8곳과 정수 8곳, 가정 수돗물 8곳 등 모두 24곳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벌인 결과 원수 8곳중 4곳에서만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뿐 정수와 수돗물에서는 전혀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서울시와 환경부측이 김교수의 연구결과를 반박하는 근거로 종종 인용돼왔다.

4차례에 걸친 전체회의 끝에 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원수와 음용수(먹는 물)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여부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과거에 비해 그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것의 일차적인 이유는 과거에 비해 오염이 심화됐다기보다는 새로운 고감도 검출기법이 개발되는 등 기술적 진보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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