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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빗장풀린 인도네시아 황금어장

“물고기 700만t을 선점하라”

  • 하태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빗장풀린 인도네시아 황금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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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 어선이 진출해 고기를 잡던 곳은 주로 아라푸라 해역으로 인도네시아와 호주의 경계지역인 남위 5∼10도, 동경 135∼140도 구역으로 평균 수심이 60∼70m의 광활한 대륙붕이 형성된 지역. 진출어선의 기지로는 말루쿠주 수도인 암본항과 술라웨시주 북단의 비퉁항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아라푸라 해역은 그동안 많은 어선들의 타깃이 됐던 지역으로 최근 어획량은 예년의 70% 수준(월 평균 3000t 내외)으로 떨어져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어선이 아라푸라 해역에서 주로 잡아올렸던 어종은 ▲조기(6월∼이듬해 2월) ▲한치(9∼12월) ▲갈치(3월∼6월) ▲돔 ▲가오리 ▲복어 ▲문어 등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양수산부에서는 인도네시아 어장을 신어장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하는 쪽이다. 이미 10년이 넘게 어로를 해온 곳이 무슨 신어장이냐는 것.

그러나 이상룡 회장은 정부와 견해를 달리한다. 우리나라 어선이 인도네시아 내에서 10년이 넘게 조업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라푸라해 일부지역에서 참치를 잡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씨 주장의 요지. 인도네시아에는 잠재력을 가진 어장이 얼마든지 있으며 새로운 어장을 발견하면 그것이 신어장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 이씨의 논리다.

국내의 정치·경제·사회적인 불안정을 타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어업허가규정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국선박을 일괄철수 시키는 바람에 어업공백이 생겼다는 것은 인도네시아 어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외국자본의 도움 없이는 인도네시아 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1년 남짓 만에 새로운 규정을 내세워 다시금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이씨는 철수했던 외국자본이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진출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현 시점이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돼버린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 자본이나 중국 화교 자본에 상대적으로 큰 반감을 가진 현지에 비교적 인상이 나쁘지 않은 한국 자본이 진출해 새로운 어장을 선점할 경우 속된 말로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 이씨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우리나라 관리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광활한 시장을 눈앞에서 놓쳐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체결된 한일어업협정과, 진통을 겪으며 진행중인 한중어업협정으로 어민들로부터 인심을 잃은 해양수산부가 신어장 개척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해양수산부 어업교섭단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3개국을 방문, 동남아 여러 나라와 어업협력 방안을 협상하고 신어장 개척을 모색했다.

해양수산부 대표단은 노에르 소에트리노스 중소기업산업개발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근해어선이 인도네시아 수역에 진출해 조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대표단은 2000년부터 외국 어선의 입어를 금지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특별법 제정 또는 예외적으로 한국어선의 입어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얼마든지 잡아라”

특히 정부측은 ▲한국 수산업 전문가의 파견을 통한 인도네시아 수산업 발전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한국 어선 취업보장 ▲한국 어선의 인도네시아 EEZ내 입어허용 ▲한국어선의 인도네시아 어장 탐사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어업분야 양자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자고 제의했지만 냉담한 반응을 얻었을 뿐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시장이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국내정치 불안 등의 이유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해도 지방에서는 휴짓조각으로 변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원도가 도차원에서 인도네시아 어장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7월10일부터 15일 동안 강원도내 동해안 근해 채낚기 어선 선주 등 8명을 대동해 인도네시아 어장 현지 시찰에 나섰다. 이번 현지 방문은 지난 5월 해외 신어장 개척을 위해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인도네시아 현지를 방문, 알위시합 외무장관과 상호 협력 및 지원을 약속하고 양국 협력사 사이에 어업협력 계약서 체결을 성사시킨 데 따른 조치.

강원도는 선주들이 현장 확인을 통해 진출을 결정할 경우, 2001년 3월에 근해채낚기, 근해통발, 근해연승 등 어선 10∼20척을 인도네시아 어장에 진출시키고 조업성과를 분석한 뒤 진출 어선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확인단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배에 승선, 꽃게 한치 복어 가오리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자바 중부해역과 수익성 높은 참치어장인 말루쿠 해역 등 2개 해역을 주·야간 답사했다.

6월8일 기자는 이상룡 회장과 에를랜드슨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발리섬 해변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거닐던 기자의 발에 뭔가 채는 것이 있었다. 어스름한 달빛에 비춰보니 배가 불룩한 복어였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복어를 먹지 않기 때문에 그물에 걸려도 모두 버린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설명이었다.

순간 인도네시아 해양 수산청 고위관리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우리 바다 어디에서 어떤 고기가 얼마나 잡히는지 나도 잘 모릅니다. 인도네시아 법인과 합작을 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기만 하면 됩니다. 얼마든지 고기를 잡으십시오.”

무한대로 열린 ‘기회의 어장’ 인도네시아가 우리 품에 안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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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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