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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10년내 미국 추월’노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中關村

  • 이종환 동아일보 북경특파원

‘10년내 미국 추월’노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中關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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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10여년 만에 롄샹은 아시아 최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중국 최고의 컴퓨터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3억위안. 125만8000대의 컴퓨터를 팔았다. 이를 통해 2년 연속 중국 전자업계 최고기업의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4월 롄샹은 그룹조직을 정리, 컴퓨터 관련산업을 주관하는 롄샹컴퓨터와 전자상거래를 맡는 롄샹선저우(神州)디지털이라는 두 개 회사로 재편성했다. 전자상거래가 급팽창할 것에 주목한 것이다.

롄샹보다 규모는 뒤지나 중관춘의 정신을 상징하는 기업이 베이다팡정이다. 베이다팡정의 역사는 문화혁명 말기인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 연구원이던 왕쉬안(王選) 교수는 베이징대 연구진과 함께 한자 레이저 인쇄방식을 연구했다. 한자를 오랜 활판인쇄 문화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한자는 활자를 하나하나 찾아 인쇄하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오자도 많았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관심은 대단했다.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이 프로젝트를 ‘748공정’이라고 직접 명명했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한 ‘748공정’ 팀은 87년 베이징대의 후원으로 ‘베이다(北大)과학기술복무부’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베이다팡정의 시작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레이저인쇄 프로그램과 제어기를 주요상품으로 각종 컴퓨터 관련 기술들을 개발 판매했다. 컴퓨터 제조 분야에도 진출, 이 그룹은 현재 중국 컴퓨터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롄샹, 베이다팡정과 함께 중관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쓰퉁(四通)이다. 84년 타자기와 MS-도스용 워드프로세서 판매로 출발한 쓰퉁은 그동안 다방면으로 기업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표적인 문어발기업이라는 말도 나왔다. “초코파이 공장까지 있다”고 비난받을 정도다.

그러나 쓰퉁이 여전히 IT업체로 분류되는 것은 중국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어 워드프로세서 WPS와 중국 최고의 인터넷 포털업체인 신랑(新浪)망(sina.com)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보기술(IT)업계에서 제법 성공했다는 사람이 불과 이태 전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인터넷은 아직 이르다. 10년 후라면 모를까.’ 그러나 그동안 상황이 급변했다. 눈길 닿는 데마다 ‘.com’(포털서비스업체)이다. 시나(sina.com), 네티즈(netease.com), 소후(sohu.com)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차이나컴(china.com)도 여전히 서양사람들의 돈을 긁어오며, 주가도 단번에 5배나 뛰었다. 시시드넷(ccid net.com), 차이나런(chinaren.com), 런런(renren.com)도 뒤처질 줄 모르고 따라붙는다. 인터넷 풍우(風雨)는 언제 그칠 줄 모르고, ‘.com’업체는 우후죽순식이다. 이는 실로 한마디도 과장이 아니다.”

99년 중국 정보기술(IT) 산업계의 ‘10대 경악 뉴스’를 선정 발표한 중국계산기보(報)는 ‘.com’업체가 중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는 소식을 제1위로 전하면서, 이와 같이 재치 있게 소개했다.

베이징 시산환(西三環)로의 수도체육관 부근. 중관춘 초입인 이곳에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있다. 인터넷 카페 ‘스화카이(實華開)’가 그것이다. 영문명은 ‘SPARK-ICE’. 96년 베이징에서 최초로 개설된 PC방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채팅이나 자료검색에 몰두해 있다. 모니터는 한결같이 삼성전자의 싱크매스터다. 인터넷 이용료는 시간당 15위안(1800원). 음료수값은 따로 받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150~200명이 찾아온다고 종업원이 설명한다.

인터넷 카페의 인기

이 인터넷 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베이징에서는 곳곳에 비슷한 카페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커피를 마시면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인터넷 커피점도 생겼다. 스화카이도 불과 4년 만에 베이징과 톈진(天津)에 10개의 분점을 가진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 인터넷은 ‘후롄왕(互聯網)’으로 불린다. 서로 연결하는 망이라는 뜻으로 인터넷의 의역이다. 중국에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것은 87년. 컴퓨터 엔지니어인 첸톈바이(錢天白)가 독일 칼스루에 대학에 이메일을 보냈던 것이 중국대륙과 서방세계의 첫 인터넷 접속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동서 양진영간에 이념의 벽이 높았다. 92년 중국 대표가 일본 고베(神戶)에서 열린 국제인터넷대회에서 중국의 인터넷망 가입을 논의했을 때 미국 대표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미국 정부기관 홈페이지가 많아 중국이 직접 접속하기에는 정치적인 벽이 높다.”

그러나 정치의 벽은 정보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94년 4월 미·중 양국은 중국의 인터넷망 가입에 합의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르면서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관영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는 중국 인터넷 이용자수가 97년 10월 62만명에서 98년 말 210만명, 지난해 말에는 89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불과 2년 사이에 1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도메인수도 97년 4066개였으나 지난해 말 4만8695개로 10배 이상 늘었다. www 서버도 1500개에서 1만5153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이후 정부기관들도 홈페이지 개설에 힘을 쏟고 있다. 네티즌의 폭도 넓어졌다. 20∼35세의 젊은 지식층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나이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영어를 모르거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네티즌을 위해 중국 당국은 중국어 주소 사용도 장려하고 있다.

CNNIC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2년에는 6100만명에 이를 전망. 이렇게 되면 중국은 불과 2년 후 미국에 뒤이은 인터넷 대국이 된다. 그동안 이용자들의 불만이 집중된 인터넷의 접속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허가한 인터넷 서비스망은 모두 5개. ‘차이나넷’과 ‘진차오(金橋)’ ‘유니넷’은 공용 서비스고, ‘과학기술망’과 ‘교육컴퓨터망’은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공익망이다.

현재 중국의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회선용량은 미국에 비해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은 올해 안에 회선용량을 3배로 확장한다는 야심적인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또한 빈약했던 사이트 내용도 빠르게 풍부해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인터넷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 개인이나 단체의 홈페이지 개설도 제한했다. 국제인터넷 접속도 통제해왔다. 중국에서는 아직 CNN이나 미국의 신문사이트는 접속할 수 없다. 대만과 홍콩의 사이트도 접속이 통제되고 있다.

이러한 제약은 올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분간 인터넷 접속 서비스(ISP)업은 개방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콘텐츠 제공(ICP)업 분야의 개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NIC는 지난 5월 말로 중국 인터넷 인구가 1000만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신지식인 知本家

중국의 인터넷 폭발을 선도해온 것이 중관춘이다. 중관춘에는 중국 최고의 인터넷 포털업체인 신랑망을 비롯, 각종 인터넷 관련 서비스업체가 포진해 있다. 새로운 기술로 인터넷 서비스에 뛰어드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하이롱빌딩이나 태평양빌딩 등 최근 들어선 대규모 빌딩은 층마다 이들 업체들이 빼곡이 메우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리바바(aliba.ba.com) 총재 마윈(馬雲). 항저우(杭州) 전자공업대 영어강사로 있던 그는 95년 꿈에도 그리던 미국을 방문했다. 첫 해외나들이였다. 미국에서 그는 깜짝 놀랐다. 인터넷에 ‘맥주(beer)’를 입력하면 독일 맥주공장도 미국 맥주유통업체도 나왔으나 아쉽게도 중국 자료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중국(china)’을 입력했다. ‘노 데이터(no data)’였다. ‘중국문화(chinese culture)’를 입력해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역사’를 치자 5000년의 유구한 중국역사가 불과 50여개의 단어로 설명된 게 전부였다.

그때부터 그는 인터넷을 통해 중국을 소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국기업들의 제품이나 구매 정보도 올렸다. 중국 최대의 사이버시장 아리바바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아리바바는 삽시간에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시장 정보를 가진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요즘도 하루에 새로 오르는 매매정보가 1000∼12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메일을 통해 매매를 성사시키는 이메일 사이버시장도 오픈했다. “중국은 큰 시장. 그러나 이는 부분이다.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마윈은 말했다.

추보쥔(求伯君). 중관춘 소재 소프트웨어 업체인 진산(金山)공사 총재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중국인이 사용하는 한자는 상형문자. 영어나 한글과 같은 표음문자가 아닌 탓에 워드프로세서 개발은 골치 아픈 난제였다. 그런 와중에 97년 그는 자신의 별장을 판 돈으로 중국어 워드프로세서 ‘WPS 97’을 개발했다. 도스(DOS)용 워드프로세서였다. 이 소프트웨어가 발매되면서 중국인들은 컴퓨터로 빠르게 타자(打字)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단번에 ‘민족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그가 양복을 입는지 중산복(中山服)을 입는지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그는 또다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윈도용 워드프로세서 ‘진산츠바(金山詞覇) 2000’과 번역 소프트웨어 ‘진산콰이이(金山快譯) 2000’을 불과 28위안(3400원)씩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국어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가격은 보통 500~1000위안. 그러나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으로 나오자 이들 소프트웨어는 시판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100만개나 팔렸다. 올해 초 그는 현재 개발중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두바(毒覇)’도 이 가격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에서 일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은 200위안(2만4500원) 이상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망인 신랑(新浪)망(sina.com)의 왕즈둥(王志東) 수석집행관(總經理). 지난해 말 실시된 애릭슨배(杯) 중국 최우수 인터넷망 선발대회에서 ‘중국의 최우수 인터넷 인물’로 선정된 사람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둘러싼 중-미 협상이 타결됐을 때 그는 ‘미래 중국의 최고 부자’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갖고 있는 신랑망의 주식은 무려 100만주.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중화(中華)망(china.com)의 주식이 중·미협상 타결 후 58달러에서 127달러로 폭등하면서, 신랑망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그가 돈방석에 앉으리라고 짐작한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 IT산업을 개척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중관춘의 신화를 만든 인물들이다. 롄샹(聯想)컴퓨터 총재 양위안칭(楊元慶)과 전 총엔지니어 니광난(倪光南),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의 총재 장위펑(張玉峰), 쓰퉁(四通)그룹 전 총엔지니어 왕지즈(王緝志), 중국 최대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커리화(科利華)공사 총재 쑹차오디(宋朝第), 중국 3대 인터넷망의 하나인 왕이(網易,163.com)망의 딩레이(丁磊) 총재….

이들의 공통점은 중국에서 ‘즈번자(知本家)’로 불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즈번자’는 작년 가을 ‘즈번자 펑바오(風暴)’라는 책이 베이징에서 출간되면서 대유행을 이룬 신조어다. 지식산업이 주류로 떠오른 사회에서 정보와 기술, 세계화 능력을 갖춘 신(新)지식인이라는 뜻이다. 이 용어는 지난해 중국에 새로 등장한 800여개의 신조어 가운데서도 가장 큰 파급력을 자랑했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되면서 중국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부제는 ‘중국 신지식분자 선언.’ 3명의 젊은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기자들이 쓴 이 책은 “이제 중국에 ‘즈번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언론들은 정보와 기술, 그리고 세계에 눈을 돌리라는 이 책의 주장을 자세히 소개하며, “지식산업은 미국에서 나왔으나, 즈번자는 중국이 종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중관춘을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이테크 벤처기업 양성을 위한 각종 정책도 내놓았다. 올해부터 시행된 ‘개인독자기업법’도 그 정책의 하나였다. 단 1위안으로도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한 이 법률은 80년대 ‘돈을 벌자’는 ‘파차이(發財) 붐’과 90년대 ‘돈벌이의 바다에 나서자’는 ‘샤하이(下海) 붐’에 이어 중국에 새로운 ‘즈번자’ 창업 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말에는 개인독자기업법 실시 이래 최초로 등록한 벤처기업이 중관춘에 문을 열었다. 자본금 20만위안(2800만원). 런민(人民)대학을 졸업한 올해 37세의 우쿤링(吳坤)이 세운 기업이미지(CI) 설계 회사였다. 회사명은 ‘베이징즈번자투자고문사무소.’ ‘즈번자’들의 활발한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중관춘에서 문을 연 하이롱빌딩은 1층에서 5층까지 컴퓨터와 주변기기 소프트웨어를 파는 가게로 가득 차 있다. 그 위로 18층까지가 오피스텔형 사무실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베이징사무소가 지난 5월 이 건물 12층에 입주했다. 쓰리알소프트, 포스데이터, 현영시스템즈, 한전KND, 드림인테크 등 한국의 8개 IT업체도 함께 들어왔다. 한국 IT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인 셈이다.

이들 업체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IT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를 비롯, 6000여개 중관춘 IT업체와 공동협력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또 중국과학원과 베이징대, 칭화대 등 이 지역에 있는 연구기관들과도 교류를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각종 IT 솔루션을 중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진흥원이 그동안 닦아놓은 중국 기업 및 단체들 간 연락선을 통해 한국업체들이 한결 수월하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 8층에는 ‘한글과 컴퓨터’사도 입주해 있다. 한컴사는 자체 개발한 리눅스용 워드프로세서 ‘원제(文杰)’를 지난 5월부터 중국에서 정식 시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최대 컴퓨터 메이커인 롄샹이 리눅스용 컴퓨터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인 ‘해피리눅스’를 내놓은 것과 보조를 맞춰 원제를 롄샹과 공동 판매하기로 했다. 원제는 중국에서 유일한 리눅스용 중국어 지원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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