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호

“세무는 숫자 아닌 시스템…세금부터 구조까지 다시 설계하라” 

[인터뷰] 조남철 세무사가 말하는 ‘가업승계 완벽 절세 전략’

  • 김건희 객원기자

    입력2026-03-10 17: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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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명주식·가지급금…가업승계 숨은 세금 폭탄

    • 가업상속공제와 주식 증여 특례, 제대로 활용하는 법

    • 승계 어렵다면 FI·M&A… 기업을 지키는 플랜 B 전략

    • AI 세무와 ‘기업승계 최고위’ 과정…데이터 기반 승계 설계

    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는 “가업승계는 ‘절세 이벤트’가 아니라 5~10년에 걸친 기업 프로젝트”라며 세무·지배구조·가족관계까지 함께 설계하는 승계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무법인 넥스트 제공

    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는 “가업승계는 ‘절세 이벤트’가 아니라 5~10년에 걸친 기업 프로젝트”라며 세무·지배구조·가족관계까지 함께 설계하는 승계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무법인 넥스트 제공

    가업승계는 오랫동안 절세의 문제로 다뤄져 왔다. 증여와 상속 중 무엇이 유리한지, 공제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가업승계는 세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 가족 간 이해관계, 자산 구조 재편, 세대교체가 동시에 얽힌 복합적인 경영 판단의 문제여서다. 

    조남철(46)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는 가업승계를 세금이 아닌 경영의 문제로 바라본다. “세무는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 말에는 기업과 가족, 자산, 경영 구조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조 대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12년 제49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해 대기업 임원, 중견기업 회장, 병원장 등 초고액 자산가(VVIP)를 관리하는 국내 최초 패밀리오피스 조직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상속과 증여, 부동산과 법인 구조, 은퇴 설계와 가족 갈등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본 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2014년 하반기 개업했다. 

    2019년에는 세무법인을 설립하며 사명을 ‘넥스트(NEXT)’로 변경했다. 고객에게는 새로운 출구 전략(New Exit)을, 전문가에게는 새로운 전문가(New Expert)의 길을 제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반복적인 세무 신고 업무를 넘어 기업의 구조와 미래 전략까지 함께 설계하는 세무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80·90년대 한국 경제를 이끈 창업 1세대들이 은퇴 시기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가업을 승계할지가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조 대표는 가업승계를 두고 “5~10년에 걸친 친(親)기업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기업승계 최고위 과정’을 준비하며 기업인들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승계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조 대표를 만나 기업 승계의 현실과 제도의 한계 그리고 그가 구상하는 기업 승계 전략을 들어봤다. 



    절세 넘어 ‘기업 승계 프로젝트’

    요즘 중소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 “이러다가는 상속세를 내려고 회사를 팔아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온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업승계 분위기는 어떤가.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꽤 현실적인 고민이다.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데 법인세, 소득세 등 세금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여기에 후계자의 의지와 역량, 형제 간 이해관계, 지분 구조 같은 비(非)세무 요인까지 얽혀 스트레스가 굉장히 복합적이다. ‘세금 때문에 회사를 팔겠다’는 말은 결국 세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경영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의심과 두려움이 섞인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상담 사례 가운데 승계 준비가 늦거나 부실해 위기로 이어지는 유형도 있나. 

    “대표적으로 세 가지 유형을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차명주식이다. 과거 절세나 규제 회피 목적으로 만들어놓은 구조가 상속 시점에 기존 오너의 형제나 직원들과의 지분 분쟁으로 세금 폭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가지급금이다. 가지급금은 회삿돈이 빠져나갔는데 사용처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임시로 채권으로 잡아둔 금액을 말한다. 가지급금이 크게 쌓여 있으면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채권이나 배당 문제를 일으켜 회사 자금 구조를 정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셋째는 업무 무관 자산이다. 임대 부동산이나 투자 주식이 많으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평가가 불리해질 수 있다. 예컨대 과거 2000평(약 6612m2) 공장 부지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1000평만 사용하고 나머지 1000평을 임대 주는 경우도 있다. 이때 법인 자산 전체가 승계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일반 상속·증여 대상으로 빠진다. 결국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구조를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가업승계는 단지 절세 문제가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지분의 공평, 경영권의 효율 

    기존의 상속·증여 세무 자문과 조 대표의 가업승계 컨설팅은 무엇이 다른가.

    “기존 상속·증여 자문은 보통 세금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증여하면 얼마, 상속하면 얼마’ 식으로 계산해 세금이 가장 적은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업승계 컨설팅은 세금뿐 아니라 지분, 지배구조, 인수합병(M&A), 창업주의 경영철학 승계와 가족관계까지 아우르는 ‘기업 승계 프로젝트’에 가깝다. 세금은 기본이고 후계자의 역할과 권한, 가족 간 합의 구조, 외부 투자자 유치 가능성, 필요할 경우 부분 매각과 M&A 시나리오까지 함께 설계한다. 결국 목표는 ‘세금도 관리되고 기업도 한층 성장하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가업승계 제도의 가장 큰 구조적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다. 우선 가업승계 요건이 지나치게 경직적이다. 업종 유지, 지분 유지, 인원·급여 요건 같은 사후관리 기준이 실제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 고용 유지 중심의 프레임이 디지털 전환과 사업 재편 과정과 충돌하기도 한다. 자동화나 외주화를 해야 살아남는 기업도 많은데,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공장 모델을 기준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 또한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다수 기업은 여전히 플랜 B 없이 높은 상속세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 주식증여특례 제도를 활용할 때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뭔가.

    “많은 기업인이 그런 제도를 세금 면제라고 잘못 생각한다. 당장 세금을 적게 내거나 미루는 효과가 있으니까 ‘이제 세금 문제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가업승계 주식증여특례를 신청했더라도 상속 발생 시 다시 상속세를 재정산해서 납부해야 한다. 물론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 또한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해 상속세 납부를 이월할 수 있지만 해당 세금은 다시 유예되거나 이월된다. 즉 면제나 감면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러한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업승계 주식증여특례나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나중에 회사를 처분 또는 주식을 팔거나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정산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그래서 제도를 활용하는 것 자체보다 그 이후까지 고려한 ‘플랜 B’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여러 명일 경우 승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나.

    “제일 중요한 건 ‘지분의 공평’과 ‘경영권의 효율’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다. 경영에 참여하는 자녀에게는 의결권 집중을 통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 대신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자녀에게는 배당 중심의 지분이나 현금성 자산, 다른 부동산 등을 통해 경제적 공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언, 가족회의 기록, 주주 간 계약 같은 문서가 중요하다. 누가 경영권을 가질지의 문제만큼 나머지 가족이 어떻게 납득할지도 중요하므로 이를 잘 설계해야 한다.”

    유언대용신탁은 가업승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생전부터 승계 구조를 설계하고 사후에도 그 구조를 안정적으로 집행하게 하는 가이드레일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정 자녀에게는 경영권을 집중하고 다른 자녀에게는 배당이나 현금흐름을 중시해 분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세무·법률 플랜과 신탁 구조를 결합하면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후 분쟁을 줄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는 “지분의 공평과 경영권의 효율을 분리해 설계해야 가족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는 “지분의 공평과 경영권의 효율을 분리해 설계해야 가족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AI 세무와 기업 승계의 결합 

    주식증여특례나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플랜 B는 무엇인가.

    “승계할 의지는 있지만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자녀에게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주는 동시에 창업주의 회사 가치를 조정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FI(Financial Investor·재무적 투자자, 사모펀드)나 SI(Strategic Investor·전략적 투자자, 중견·대기업)에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미리 마련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부분 매각이나 합병을 통한 사업 재편, 사내근로복지기금이나 우리사주조합 같은 종업원 참여형 지배구조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정 시점 이후에는 M&A나 ‘엑시트(exit·출구)’까지 고려한 ‘승계+매각’ 복합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요즘은 ‘무조건 100% 가문이 가져간다’는 방식보다 어느 시점부터 외부 자본과 함께 성장하고 엑시트까지 염두에 두는 전략적 접근이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창업 50년 된 한 중소기업에서 1세대 창업자와 2세 경영자가 협의 끝에 가업승계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회사 구조를 단순화한 뒤 직원들에게 회사를 넘기는 방안까지 고민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에는 회사 매각 방법 자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상태였고, 설령 매각하더라도 50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나 이후 동종 업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FI와 연결돼 협의를 진행했고, 결국 해당 FI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방금 언급한 사례와 같이 최근 FI나 M&A가 승계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경우 어떤 기업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나.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반복 매출 구조, 오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 산업 성장성, 비교적 단순한 지분·채무 구조를 가진 회사다. 현장에서는 대략 영업이익 10억 원 이상 혹은 영업이익률 10% 이상이면 기본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수백억 원대 규모가 되면 대기업 협력사이거나 브랜드가 있는 B2C(Business-to-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회사인 경우가 많아 창업주가 바뀌어도 시스템이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진 경우가 많다.” 

    승계 전략 직접 설계하는 ‘프로젝트형 최고위 과정’

    3월 말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기업승계 최고위 과정’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취지는 뭔가. 

    “강의라기보다 프로젝트에 가깝게 설계하고 있다. 오너와 차세대 전문경영인(CEO)이 자기 회사를 사례로 가져와 직접 승계 전략을 설계해 보는 것, 세무·회계·법률·M&A·신탁·조직·가족관계 등 각 분야 전문가를 한자리에서 만나 분절된 정보를 통합하는 것, 과정이 끝날 때 ‘우리 회사 승계 마스터플랜 1차 버전’을 손에 쥐고 나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강생들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이론 강의뿐 아니라 기업별 진단 워크숍, 실전 사례 스터디, 개별 혹은 소규모 그룹 1: 1 컨설팅을 포함해 설계하고 있다. 승계는 기업마다 체질이 다르기에 한 번 강의 듣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 회사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가’에 대한 1차 설계도가 나와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가업승계를 앞두고 고민하는 기업인들에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세무·법률·M&A·신탁·가족관계까지 함께 볼 수 있는 팀을 꾸리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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