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의 오장육부가 손에 나타나고, 손에 자극을 가해 질병을 치료한다는 고려수지요법(일명 수지침). 신경과학을 전공한 의대교수가 수지침에 대한 임상체험을 현대의학으로 풀이해보니…. 》
실제로 우리 의료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진료와 연구에 투자하지만, 매일 맞닥뜨리는 의료 문제를 만족스레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것은 의료인들이 다루고 있는 영역이 워낙 광범위하고,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자기가 익힌 학문이나 기술을 전혀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는 의료인을 생각하면,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인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슨 방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간절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 필자를 포함한 여러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치료법들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과 서구권 의료계에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보완의학 혹은 대체의학(complementary/altern- ative medicine)이라는 것인데 최근 수년 동안 보완·대체의학에 의존하는 환자 수와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의사들은 보완·대체의학의 실체가 무엇이며, 그것이 진정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환자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알려줄 수 있다. 나아가서 그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면 기전은 무엇인지, 부작용은 없는지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에서도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료계의 접근이 시작됐다. 1999년만 해도 울산의대 서울중앙병원에서 ‘서양의학과 보완 심신 의학의 과학적 통합’이란 학술대회가 열린데 이어,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에서 ‘제2차 국제 전통의학 및 대체의학’이란 제목으로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여기서는 전통의학과 대체의학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21세기에 이를 어떻게 의료권에 접목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필자는 99년 10월24일 분당차병원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한국에 있어서 고유한 침술의 모형(Unique Acupuncture Modalities in Korea)’이란 주제로 ‘고려수지요법(Koryo Hand Therapy; 일명 고려수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때의 발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손은 인체의 축소판
‘고려수지요법은 유태우 선생이 발견하고 개발한 한국고유의 의술이다. 1971년 우연히 발견된 상응(相應)원리(인체 특정 부위의 통증이 손의 특정 부위에서 똑같이 반응한다는 원리)를 발전시켜 4년에 걸쳐 완성된 이 요법은 동양의학 이론을 바탕에 두고 있다.
질병을 진단하는 데는 상응(相應)부위, 삼일체질(三一體質), 음양맥진(陰陽脈診), 오지(五指), 전자기기(Electric Beam), 오운육기(五運六氣)를 이용한 진단법들을 채택하고 있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 상응부위에 의한 치료, 기맥(氣脈), 수지 음식요법, 이온, 자석을 이용한 치료법, 염파치료법, 고려수지 사이버 치료법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진단법과 다양한 치료법은 일관된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유태우 선생의 이론은 대뇌의 혈류(血流)를 조절하는 것이 그 원리라고 밝히고 있다. 아무튼 고려수지요법만큼 독특하고 다양한 진단법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대체의학 분야는 없을 것이다. 현재 수지요법이 보급된 나라만 해도 전세계 40개국이 넘는다….’
유태우씨의 고려수지요법은 그 탄생부터가 신비롭다. 1971년 유씨는 오른쪽 후두부에 심한 통증을 느꼈고 마침내 오늘날의 수지요법을 창안해낸다. 그는 후두부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모로 고심하던 중 우주의 축소판이 인간이라면 인간을 축소한 부위는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손이 사람의 축소판이라면?’ 하는 생각이 떠올라 조심스레 손 부위를 짚어가던 중 나중에 M5(가운뎃손가락 끝부분)라고 명명된 부위에서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낀 것이 계기가 돼 수지요법의 상응요법 개념을 확립했던 것이다.
그의 수지요법에 따르면 가운뎃 손가락(中指)의 끝마디가 사람의 머리에, 둘째 마디가 목 부위에, 셋째마디가 가슴 부위에, 손바닥이 복부에 상응한다. 또 둘째(人指)와 넷째(藥指) 손가락은 상지(上脂)에, 첫째(拇指)와 다섯째 손가락은 하지(下肢)에 상응한다. 손을 뒤집어 손등 부위는 머리의 뒷부분, 목 뒷부분, 흉부의 뒷부분, 신체의 뒷부분과 각각 상응한다.
더불어 오지(五指)와 오장육부(五臟六腑)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무지(拇指)는 간의 기능을 조절하고, 인지는 심장의 기능을, 중지는 비장의 기능을, 약지는 폐의 기능을, 새끼손가락은 신장의 기능을 조절한다.
이러한 고려수지요법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이 손가락에 무분별하게 반지를 껴 해당 장부에 자극을 가하는 것은 매우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 몸의 상태를 알고 반지를 끼면 보화(寶貨)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자기 몸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반지를 끼면 그것이 생명을 죽이는 흉기(凶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하간 유태우 선생이 손의 앞뒤에서 345개의 상응점을 완성하고, 상응점끼리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큰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양의학자의 동양의학 인연
필자가 서양의학도로서 고려수지요법과 같은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68년 필자가 의과대학에 들어갔을 때 우리집 옆에서 오랫동안 한의학을 연구해온 중국인 의사 유충국이란 분이 있었다.
그는 필자에게 서양문물권의 서양의학을 배우는 이들이 특히 마음에 간직해야 할 점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이 나라가 속해 있는 동양의학 세계를 바르게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하더라도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라는 충고였다. 필자는 의예과 시절에 유충국씨로부터 동양의학의 중요한 내용을 배울 기회가 있었으나, 이해되는 부분보다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이후 군의관이 돼 청평 후송병원에서 지낼 때 후송돼온 사병 가운데 한의사들이 있었다. 70년경만 해도 한의사는 군의장교로 복무하지 않던 때였다.
나는 그들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통해 한의학 지식도 일부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한의학 문헌을 빌려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여전했다. 그중에서도 체질·음양·오장육부 등과 같은 동양의학적 개념은 서양의학도로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다 고려수지침의 내용이 81년도 ‘가톨릭신문’에 연재되어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인체에 질병이 생겼을 때 실제 병이 난 부위에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축소판인 손 부위에서 상응점을 찾아 약한 자극을 줌으로써 치료한다는 독특한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요통이 있을 때 사람의 허리에 해당하는 손등 부위를 꼭꼭 눌러보면 다른 곳보다 극히 과민한 통증을 나타내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그 지점(상응점)을 자극함으로써 요통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마침 그때 부산에도 고려수지침 강좌가 생겼다. 신부님들의 배려로 성당 강당에서 무료 강좌가 열렸는데, 가르치는 선생이나 배우는 사람들이 한마음이 돼 일주일에 두 번씩 2∼3개월간 열심히 서당식 공부를 했다. 그때 고려수지침을 강의해주신 분은 김형규 선생이었다. 82년 당시 필자는 메리놀병원 신경내과 과장으로 있었는데 동료와 후배들과 함께 고려수지침 강의를 듣고 난 후, 다른 의사들에게 고려수지요법을 배우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에게 고려수지요법을 배우라고 권한 것은, 단순히 침술을 익히자는 것이 아니라 수지요법을 배움으로써 동양의학에 대한 개념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83년에 들어서자 고려수지침을 강의해주던 김형규 선생이 필자더러 한일 고려수지침학술대회에 참가해보라고 권하면서, 수지요법 창안자인 유태우 선생을 소개시켜주었다. 그 후에 유선생으로부터 몇 차례 직접 강의를 듣고, 의문이 나면 물어보곤 했다. 84년에는 맥진(脈診)강의를 들으면서 그때까지 품었던 의문이 이해되고 수지요법이론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필자는 85년에 한일 수지침술 학술대회에서 ‘편두통 환자의 관리에 있어 수지침의 활용’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87년에는 유태우 선생이 그때까지 발표한 모든 문헌을 살펴본 후 ‘대뇌혈류 조절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미 출판된 20여 편의 논문을 비교 검토한 뒤 고려수지이론에 바탕을 둔 자석요법과 전자빔요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논문은 모두 수지요법이론이 임상적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특히 대뇌 혈류(血流) 문제는 신경과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관심 사항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부터, 특히 내과 전공의 시절부터 대뇌 혈류에 관심이 많았다. 신경학을 연구하면서도 그 분야에서 관심이 떠난 적이 없다.
흔히 건강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설명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그런데 유태우 선생은 ‘건강이란 대뇌의 혈류가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뇌에서 전두혈류(前頭血流)와 후두혈류(後頭血流)의 평형이 이루어질 때가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고려수지요법 이론에서는 대뇌 혈류의 완전한 조화를 ‘평인지맥(平人之脈)’ 상태라고 표현한다.
수지요법에서는 대뇌 혈류의 평형 상태를 관찰할 때 오른쪽과 왼쪽을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오른쪽과 왼쪽의 비교는 오장육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뇌의 앞으로 흐르는 전수혈류, 즉 총경동맥(Common carotid artery)과 후두혈류, 즉 추골기저동맥(Verterbro-basilar artery)의 비교는 의미가 있으며 이것들의 조화가 건강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는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대뇌혈류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필자가 제9회 한일 고려수지침학술대회에 발표한 ‘대뇌 혈류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비록 뇌혈류 측정을 위한 값비싼 장비들이 개발돼 있으나 고려수지요법에서 요구하는 ‘비교 뇌혈류’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얻기는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대뇌혈류 측정기(Transcranial Doppler, SPECT, PET, Brain Mapping) 등을 이용해서 근접한 정보라도 얻고 싶은 것이 필자의 희망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유태우씨는 이 두 개의 비교치를 직접 측정해내기가 어려우므로, 경동맥에 있는 ‘부돌맥’과 요골동맥에 있는 ‘촌구맥’을 비교해서 대뇌의 전·후 혈류 상태를 파악하고, 나아가 오장육부의 허실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유태우씨의 천재적인 발견임에 틀림없다. 즉 대뇌혈류의 조화 및 평형 여부가 오장육부의 장부 허실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이론은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떻든 대뇌혈류가 평형을 이루고 있다가 깨지면 오장육부의 장부 허실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변화가 정지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또다른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이 변화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오장육부간 상생(相生)과 상극(相剋)과 상외(相畏)로 설명할 수 있는 상합전병(相合傳病)의 과정이 그것이다. 이것 역시 동양의학의 심오하고 놀라운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신장(水)과 간장(木) 간의 상생(相生) 과정을 모자(母子)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신장인 모(母)의 상태가 정상일 때는 간장인 자식(子)을 자연스레 도울 수 있는데, 이는 수생목(水生木, 수가 목을 낳음)의 원리로 설명된다.
그러나 모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면 자식을 도울 수가 없다. 이때 자식을 돕고 살리기 위해서 상극(相剋)의 원리가 발동하는데, 심장인 손자(孫子)의 부위를 견제해서 아들을 살리게 된다. 이런 현상들이 바로 우리 인체의 오장육부에서 벌어지는데, 마치 심오한 우주의 질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수지침 연구하다 고소당해
한편 80년대 초부터 서양에서도 전통 침술을 환자에게 사용, 임상효과가 있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런 논문들을 접하면서, 특히 미국 시카고에서 두통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던 다이아몬드(Diamond) 교수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는 서양의학자로는 누구보다 침술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실제로 두통 환자에게 침술을 시술하고 있었다. 87년 그의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있는 모든 시설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같이 두통을 연구해보자고 권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곳은 현재 미국의 편두통센터로 발전돼 있다.
또 일본의 경우 마나카 요시오 박사 및 야스미스오 교수 등이 고려수지침을 연구하면서 필자와 교분을 나누고 있다.
필자는 학술대회에서 고려수지요법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한 후 고소당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무자격자가 침을 언급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보사부에서 조사나온 사람들에게 필자는 신경과 환자들에게 실시하는 신경생리검사 중 침근전도(Needle EMG)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침’이란 말은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말이지 서양의학을 배운 이들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니들(Needle)을 바늘이라고 하면 되고 침이라고 하면 안 되는가?’ 하고 따지기도 했다. 그 후로 바늘근전도란 용어 대신 침근전도란 말을 더 사용하게 되었다.
숱한 곡절을 겪으면서도 필자는 지금까지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고려수지요법을 강의하고 있다.
95년에는 부산의대교수 연수회 때 ‘한의학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지요법을 강의했고, 영남대학교 신경과 모임에서 ‘동양의학에서 언급된 신경계 질환’을 강의하면서도, 1999년 2월 일본국립신경연구소에서 ‘자연요법을 이용한 건강관리’를 강의하면서도 고려수지요법에 대한 내용을 주로 설명하였다.
고려수지침의 치료 원리는 한마디로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지구에도 북극과 남극이 있어 자연스럽게 자장이 북극(N극)에서 남극(S극)으로 흐른다. 전기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전극의 전자는 음극(-극)에서 양극(+극)으로 흐른다.
두 물체 사이에도 흐름이 있다. 같은 종류의 물질을 가깝게 두면 서로 미는 힘이 생기고 서로 다른 물체를 두면 흐름이 발생한다. 이때도 마음대로 흐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한쪽 방향으로만 흐름이 발생한다. 무색(無色)인 알루미늄이나 은을 한쪽에 두고 다른 쪽에 유색(有色)인 금(金)이나 동(銅)을 두면 무색에서 유색으로 흐름이 생긴다.
수지요법의 치료 원리
마찬가지로 사람의 혈류에도 흐름이 있다. 우리 신체의 혈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을 반영하고, 기혈의 흐름은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초다. 이러한 기맥(氣脈) 흐름의 이치를 파악해, 흐름에 순행해 접근시키면 돕는 작용(補 작용)을 하고 흐름에 역행해서 사용하면 억제하는 작용(瀉 작용)을 한다는 원리는 누구나 어려움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학술이라 할 수 있다. 수지요법은 바로 이러한 흐름의 이치를 응용해 인체의 축소판인 손에다 보(補)하고 사(瀉)함으로써 치료하는 원리다.
그러면 어떠한 도구를 이용해 이러한 보사(補瀉) 작용을 유도할 수 있는가. 고려수지요법에서는 금속이온 자극, T침·피내침, 유색 무색의 링 목걸이, 지압봉, 자기 등을 치료수단으로 사용한다. 자기나 전극이나 성질이 다른 두 금속 물체를 이용하면 흐름을 조절할 수 있고, 두 속성 중 하나만 사용하면 그 고유의 성질을 응용해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시험관을 덮을 때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시험관 속에 있는 물질의 성질이 바뀌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비닐이나 종이나 동판이나 금판을 덮어두면 어떻게 될까. 속에 있는 물질의 속성이 쉽게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어느 부위의 기능을 억제하고자 할 때는 무색 알루미늄이나 은을 사용한다. 이 이론은 상응 부위의 치료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도 이제 외국에서 들어온 의학에서 시야를 넓혀 우리 것을 심도 있게 연구할 시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 고유의 것을 더 넓은 세상으로 보급하고,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려수지요법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의학체계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