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평석 작가는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발걸음의 무게는 내가 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Gettyimage]
너무 많이 가지려 해 불행하다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세상에서 왜 우리는 마음의 풍요를 느끼지 못할까. 아마도 남과의 비교, 외부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심리적 욕구가 주범인 것 같다. 사회는 이런 원초적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고, 인간은 그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 행복과 불행은 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리서 찾으려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을 두고 그것과 비교해 가며 행복과 불행을 저울질한다. 나를 포함한 다수는 가지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가지려 했기에 불행한 것 같다. 정작 가지려 했던 것들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내가 꼭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남과 비교하다 보니 맹목적으로 가지려 했던 것들이 뜻밖에 많다. 이런 단순한 진리를 삶을 마무리할 무렵에야 느낀다면 삶을 새로고침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후회의 한숨을 쉬며 떠날 것이다.절정은 또 다른 추락의 시작이다. 단풍도 절정에 들면 반드시 추락한다. 사람들 세상살이도 자연의 이치와 흡사하다. 인간은 욕망을 끝없이 펴고 절정에 이르러 지고 만다. 절정의 끝은 추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추락의 순간에 다다라야 그 이치를 되짚는다. 누구에게나 절정과 추락은 있다. 어느 높이까지 절정을 경험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낙엽으로 지는지도 중요하다.
나도 대략 30년을 다른 사람보다 산 정상을 일찍 정복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옆을 살필 여유조차 반납하고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았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한 발씩 옮기면서 올라갔다. 그러며 내가 소홀히 했던 중요한 것들에 대해 변명거리를 거기에서 찾았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고 자위하며 살았고, 역설적으로 산을 높이 올라갈수록 가족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일찍 오르면 오래 머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는 사람마다 차이만 있을 뿐 분명한 것은 때가 되면 깨진다. 누구나 산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러며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한다.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손을 내밀어보지만 이미 멀어졌음을 느낀다.
앞으로 걸어갈 길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죽음이 내 코앞에 다가섰을 때, 그 짧은 순간 떠올랐던 것만 소중히 대하기로 했다. 그 뒤 내일은 없고 오로지 오늘만 있다는 마음으로 산다. 그랬더니 미루는 버릇이 많이 잡혔다. 60년 가까이 스스로 허리띠를 옭아매고 살았는데 결국 내가 그 견고한 빗장을 풀었다. 누릴 것이 있으면 바로 누린다. 반기에 한 번은 아내와 가보지 못한 나라를 여행한다. 가족에게 표현할 것이 있으면 바로 한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썩히지 않는다. 꼭 써야 할 것은 망설이지 않고 쓴다. 과소비는 불필요한 것에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것이지 필요한 것을 위해 쓰는 것은 당연하니 주저하지 않는다. 세상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다. 감동이라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지 않는다.아끼다 똥 되는 것을 미루는 바보짓은 졸업했다. 내게 운 좋게 내일이 주어지면 그 역시 그날만 보고 살 것이다. 그리 살다 보면 최소한 후회는 덜한 삶을 살 것 같다. 그러다 눈감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지면 되지 뭐.
하루살이는 미루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오늘만 알고 내일이란 자체를 모른다. 유충으로 약 1년을 보내다 성충이 돼 대략 하루를 사니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할까. 행복은 늘 내 코끝을 맴돈다. 너무 멀리 보면 잘 안 보이고 가까이 보면 늘 내 곁에 있다.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발걸음의 무게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기는 쉽지 않다. 그냥 되는대로 사는 것이다. 내 팔을 뻗어 닿는 만큼만, 내 힘이 닿는 만큼만 살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복감도 올라간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누구도 바꿀 수 없지만, 앞으로 걸어갈 길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인생엔 각자 안고 가야 하는 돌멩이들이 있는 거죠. 세상 편해 보이는 사람 주머니에도 자기만의 무거운 돌멩이가 있는 겁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영송(김영민 분)이 홍범자(김정난 분)에게 한 말이다. 누구든 말하지 못해서 그렇지 어떤 아픔이든 가지고 살 것이다. 아픔이라는 놈과는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자. 싸우지 말고 그럭저럭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
놓아줄 것, 비울 것, 나눌 것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으며 파랑새는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교훈을 준다. [Gettyimage]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으며 파랑새는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교훈을 준다. 즉 행복이란 내가 모를 어떤 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손안에 들어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85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는 누구나 살아가며 자신만의 보물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 보물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인상적인 깨달음을 준다.
당신과 함께 걸어와 준 사람이 보이는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잊지 말라.
오평선
● 1964년생
● 現 오평선 진로적성연구원 원장
● 저서: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한번쯤은 오직 나만을 위해’, ‘꼴찌 아빠 일등 아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