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각자의 걸음
요즘 규칙적 수면과 식사가 어려울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밥 한 끼 거르는 것이 큰일도 아니고 잠이야 좀 몰아서 자면 될 일이라며 마음속 주름을 털다가도 아무도 없는 새벽길을 걷다 보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몸부림치며 살고…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연출가2024년 11월 13일[에세이] 속도보다 여유, 산책의 기쁨
지난해 가을은 참 행복했다. 무엇보다 출퇴근하는 대부분의 날을 걸었기 때문이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걸으면 컨디션이 좋아지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도 걷고 나면 말끔해지는 데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걷…
황중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2024년 10월 14일어른 위한 '희이망' 필요한 시대
“오… 흐이생.”내가 TV 갖고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하자 아내와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흐이생’은 우리 가족이 누군가를 위해 자기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냥 “희생”이라고 말하면 어딘가 너무 거룩(?)…
정덕현 문화평론가2024년 09월 16일[에세이] 100년 된 반죽과 해탈 케이크
The first pancake is always spoiled.첫 번째 팬케이크는 늘 실패한다. -영국 속담
신영인 에세이스트2024년 08월 18일시골시인 K·J·Q에 대한 보고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인들과 지방에 거주하는 시인들 간에 거리감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큰 시인들은 지방에 다 살았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권위 있는 문학잡지를 펴내는 문학 전문 출판사 편집위원들도 뛰…
성윤석 시인2024년 07월 07일인생은 결국 빛을 따라 걷는 여정, 그 빛은 가족이다
평소 흔하고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이 정작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뒤늦게 느낀다. 흔히 잃어봐야 귀하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철이 들었는지 정작 중요한 것이…
오평선 작가2024년 06월 30일나를 위한 선물, 파리 낭만 여행
누구에게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내겐 여행이 그렇다. 내가 늘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여행지에서 만난 고대 유적과 유물을 통해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고, 수많은 예술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
노미경 여행작가2024년 04월 27일봄나들이 탐매 여행
개구리들이 내 산방 이불재 작은 연못에서 목청을 높여 개골개골 노래하고 있다. ‘개골개골’은 의성어인데 나는 뜻글자로 받아들인다. 겨우내 닫혔던 산골짜기가 비로소 열리고 있다(開谷開谷)는 뜻으로 들리는 것이다. 나이 마흔아홉에 서울…
정찬주 소설가2024년 03월 23일쇼펜하우어는 고독에 중독되지 않았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출간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점차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많은 사람이 왜 200년 전 독일 철학자의 이야기가 오늘날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느냐고 내게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했…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2024년 02월 24일예순에 딴 운전면허
시월의 이른 아침, 나는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은 후 차를 몰고 천년 고찰 강화 보문사로 향했다. 그곳엔 가을 단풍이 있었고 무엇보다 절친한 고등학교 동창 스님이 있었다. 차가 김포 톨게이트를 벗어나자, 물안개에 싸였던 한강 다리 사…
정성욱 시인2024년 02월 10일웃음은 천국의 표정
한바탕 가을 축제를 준비하기 위한 한낮의 뜨거움이 절정을 찍었다. 가을은 뜨거운 태양으로 완성된다. 태양을 품어야 익어가는 대추와 밤이 추석이 다가왔음을 알린다.강렬한 태양은 과일의 속살과 과육을 만드는 원초적 에너지다. 생명의 결…
김희경 작가2023년 11월 18일꿈 이뤄 ‘나’에게 선물하는 게 삶에 대한 예의
내 안에는 거인이 살고 있다. 내 안에 꿈이 있어서다. 내 안에 있는 거인의 잠을 깨우고, 내 안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내 안에 있을 때는 꿈이지만 세상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거인의 꿈이 된다. 꿈을 선물하라, 자신에게. 그것도 …
신광철 작가·한국학연구소장2023년 09월 18일[에세이] 아버지의 그늘
길상사(吉祥寺)에 가면 삶의 고단함이 나도 모르게 내려놓아진다.비가 씻어낸 푸른 풀잎의 표정이 청신하고 하늘은 속절없이 푸르렀다. 숲 나뭇가지에 이는 바람이 코끝에 훅, 들어왔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나를 감쌌다. 우리…
박명희 소설가2023년 08월 16일[에세이] 요양원 할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동네 언니 Y가 작년 여름, 노인요양원에서 일을 했다. 언니에게 요양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노인요양원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주 가는 카페 건물에도 노인요양원이 두 개나 …
최은숙 작가2023년 06월 18일[에세이]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어요
소파 다리를 다릿발이라 부른다는 걸, 앉는 부분을 좌방석이라 이야기하는 걸 모르는 내가 인테리어 에디터가 됐다. 정확히 말하면 라이프스타일 에디터인데, 집이라고 해봤자 독립한 후로부터는 33m2(10평) 이상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내…
현요아 작가2023년 04월 10일[에세이] 목숨 붙어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다하리라
평생 시를 쓰면서 산 사람이다. 내면의 관심이 오직 글에 있었고 시에 있었기에 세상일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세상일에 또 크게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일생을 살았다. 특히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다. 큰 줄기는 알고 있지만 …
나태주 시인2023년 03월 13일[에세이] 그렇게 새벽은 왔다
“둘째는 없어.”산고를 치른 후 남편에게 뱉은 첫마디. 출산 후 몇 년이 지나자 저 말이 무색하도록 나는 매일 고민했다. 남편은 한 아이만 기르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두 가지 삶을 자꾸 저울질했다.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법…
장보영 작가2023년 02월 07일[에세이] 괜찮아, 사실은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말이었어
일주일에 세 번씩 찾아가는 집이 있다. 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딩동’ 누르면 집 안에선 정신없이 ‘우당탕탕’ 마구 뛰어오는 작은 발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리면 나는 벌컥 열린 문에 코를 찧을까 재빨리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
김버금 작가2023년 01월 17일[에세이]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나요
나를 소개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저는 글 쓰고 가르치는 작가입니다”라고 평소처럼 나를 소개했는데, 인터뷰어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되물었다. “그런 당연한 소개 말고요. 스스로는 자신을 …
고수리 에세이스트2022년 12월 16일[에세이] 늙은 개 ‘또또’가 가르쳐 준 ‘사랑하는’ 방법
아내의 집, 그러니까 처가에는 ‘또또’라는 반려견이 살았다. 또또는 16년을 살아온 스피츠종의 노견이다. 윤기를 잃은 흰색 털과 느릿느릿한 걸음걸이가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 내게는 종이 다른 존재가 그…
윤성용 작가2022년 11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