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호

테슬라는 전기차 기업 아닌 ‘전기차 ETF’

[미‧투‧리] 트럼프 탄 테슬라 어디까지 가나

  • 이주택 미국 럿거스대 로스쿨 교수

    입력2025-02-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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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당선 확정되자 주가 극적 상승

    • 미국 전기차 구매자 절반은 테슬라 선택

    • 구매 과정부터 운전까지 너무나 편리

    • 에너지·전기차 사업서 수직적 통합 이뤄

    • 올해 로보택시·휴머노이드 발표 기대돼

    • 적정 주가 250달러, 목표 주가는 그보다 높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미국 주식시장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테슬라였다. 지난해 테슬라의 주가는 62.5% 상승하며 S&P500 지수(23.3%)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11월 6일 이후 주가가 상승해 극적 효과를 더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선거를 적극 도운 만큼 자율주행 규제 완화 등 수혜가 기대된 덕분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기대감은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로 불린다.

    머스크만큼 팬과 안티가 뚜렷이 나뉘는 기업인은 없다. 하지만 양쪽 모두 미국인이 테슬라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49%에 달했다. 전기차를 구매한 미국인 2명 중 1명은 테슬라를 선택한 셈이다. 테슬라의 모델Y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이기도 하다.

    1년 몰아도 유지비 150달러뿐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필자 역시 2023년 12월부터 테슬라의 전기차를 타고 있다. 직전에 몰던 타사 자동차는 채 5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고장이 잦았고, 수리비가 1000달러 이상 나온 적도 많았다. 결국 평소 눈여겨보던 테슬라의 전기차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친환경차라 마음에 들었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 Driving)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연방정부의 보조금(7500달러) 역시 가점 요인이었다.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해 보면 미국인들이 왜 테슬라를 선택하는지 알 수 있다. 테슬라는 단순히 운전의 편의성만 강조하는 기업이 아니다. 미국은 자동차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서는 차를 구매하기 어렵다. 대리점에 가더라도 반나절은 가격 흥정 및 서류 준비에 써야 한다. 테슬라는 그렇지 않았다. 서류를 스캔해 테슬라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한 뒤 최종 승인이 나면 매장에서 서명 후 픽업하면 끝이다. 테슬라는 보상판매(Trade-in) 서비스를 통해 기존 차도 좋은 가격에 구매해 줬다.

    유지비 역시 저렴하다. 기존에는 매월 기름값이 350달러를 넘겼다. 매주 주유소에 들르는 일 역시 번거로웠다. 테슬라의 경우 차 구입 후 6개월간 무료로 슈퍼차저(supercharger·급속충전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후로도 집에 충전기를 설치하니 매월 20달러만 부담하면 됐다. 지역 전력회사 퍼블릭서비스엔터프라이즈(PSEG)에서 전기비를 깎아줘 충전기도 사실상 무료로 설치했다. 지금까지 1년 남짓 테슬라를 몰았지만 유지비는 150달러를 넘지 않았다.

    테슬라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하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체계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차를 데워 주변의 눈을 녹이는 것은 물론 차 주변 녹화 등 대부분의 기능을 휴대전화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소유주의 목소리로 명령어를 만들어 실행할 수도 있다. GPS 기능도 구글맵 수준으로 만족스럽고, 충전이 필요하면 슈퍼차저 스테이션의 위치도 빠르게 찾아준다. 정기적 소프트웨어 기능 업그레이드는 덤이다.

    소프트웨어 기능 중 꽃은 단연 FSD(Full Self Driving) 자율주행이다. 2024년 11월 출시된 13.2 버전부터는 웬만한 운전자보다 낫다. 덕분에 마치 택시를 타듯 운전에서 자유로워졌다. 늦은 밤 대학 강의를 마치고 피곤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올 때면 FSD에 고마움마저 느껴진다.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 악천후에도 문제가 없고, 오히려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낫다. 테슬라는 올해 중 FSD 14 버전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FSD를 이용한 경우 600만 마일(약 965만km)을 주행할 때마다 한 번씩 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람이 운전하면 70만 마일(약 112만km)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난다니 놀라운 안전성이다. FSD를 체감해 보면 미국인들이 왜 테슬라에 열광하는지 깨닫게 된다. FSD는 미국과 캐나다에만 배포됐지만 올해부터 유럽과 중국에서도 시작된다. 아마 한국도 곧 배포되지 않을까.

    비용 절감을 위한 여정은 계속돼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Y. [테슬라]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Y. [테슬라]

    한국 사람들은 미국인 못지않게 테슬라를 좋아한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산 미국 주식은 테슬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테슬라로, 그 규모가 10억9265만 달러(약 1조59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개인투자자가 10억 달러 이상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뿐이다. 이 시기 테슬라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만큼 투자자들은 좋은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한국인을 ‘Smart people(똑똑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호응에 답했다.

    올해도 테슬라 주주들은 웃을 수 있을까. 올해 1분기 테슬라 주가는 다소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2기를 기대했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 앞에 놓인 상황을 살펴보면 이해 못 할 주가 움직임도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캐나다·멕시코·유럽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물가 및 금리 상승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금리 상황은 소비자들이 차를 빌리거나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서 차를 살 수 있는 환경을 악화시켰다. 각종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 역시 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보조금 폐지를 예고하면서 전기차 업계의 치킨게임은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2023년부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2024년 역시 모델별로 가격을 2000~4000달러가량 인하하며 가격 하락 추세에 불을 붙였다. 완성차 업체의 가격인하 경쟁은 기업의 이윤을 떨어뜨려 주가를 하락하게 만든다. 전기차와 같이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차종일수록 이 같은 경쟁은 수익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1월 19일 미국 워싱턴DC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하고 있다. [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1월 19일 미국 워싱턴DC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하고 있다. [뉴시스]

    ‌다행스러운 점은 테슬라가 완성차 기업 가운데 생산 비용 절감에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거대한 금속판을 틀에 넣고 찍어내는 기법인 ‘기가캐스팅’ 공법을 통해 필요 부품 및 인력을 줄인 것이 도움이 됐다. 대규모 차량 생산이 가능한 ‘기가팩토리’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 역시 생산 비용 절감을 도왔다. 덕분에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손실을 보면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상황이지만 테슬라는 이윤을 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세액공제 종료로 테슬라도 약간의 타격을 입겠지만, 경쟁사들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도리어 테슬라에 호재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올해 역시 테슬라는 ‘가격경쟁력 향상’을 핵심 경영전략 중 하나로 꼽고 있다. 1월 29일 열린 2024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용 절감을 위한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자동차당 전체 비용을 3만5000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올해 저가형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계획인데, 이 역시 앞선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테슬라는 비용 절감을 이뤄내면서도 자동차와 배터리 기술을 향상했고,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등 판매 능력을 키웠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0배를 훌쩍 넘어선다. 현대차, 포드 모터, 도요타자동차 등 각국 자동차 기업들이 시장에서 한 자릿수의 PER로 평가받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시장이 테슬라를 ‘전기차 기업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단순 자동차 회사였다면 지금과 같이 높은 시가총액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단순 전기차 기업이 아니며 오히려 상장지수펀드(ETF)에 가깝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수직적 통합을 이뤘기 때문이다. 테슬라에 투자한다는 것은 배터리 제조와 부속 생산, 자율주행을 포함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리튬 정제소 사업에 투자하는 것과 사실상 같다. 이외에도 태양에너지, 에너지 저장, 공유택시, 로봇 사업에 투자하는 효과도 있다.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은 976억9000달러로 2023년 대비 9억1700달러 증가한 규모다. 자동차(770억 달러) 외에도 에너지 생산 및 저장(100억 달러), 서비스(105억 달러) 등 다방면에 사업이 성장한 덕분이었다.

    테슬라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부진할 수 있지만 시계열을 길게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사업 성과가 하나둘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테슬라 주주 입장에서 기대할 이벤트가 여럿 있다. 머스크가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 발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머스크는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말까지 미국 몇몇 도시에서, 아마도 내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자율주행 하는 테슬라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의 완성’은 교통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차가 많아질 때 가능하다. 주변 차들이 교통 규칙을 준수할수록, 이로 인해 변수가 줄어들수록 자율주행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테슬라의 FSD는 난폭운전 등 돌발 상황에 잘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자율주행 차량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완성도는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규제 법안을 만들지 않은 문제 역시 해결 가능성이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은 각 주와 도시에서 자율주행에 대해 선별적으로 규제해 왔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에서 DOGE 수장을 맡은 만큼 관련해 긍정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주가 상승 모멘텀 이어갈 호재 산적

    머스크가 1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약 1000대 생산하겠다고 공언한 점도 흥미를 끈다. 그는 올해 옵티머스를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장은 1000여 대뿐이겠지만, 2026~2027년쯤 되면 옵티머스를 대량생산해 다양한 곳에서 활용하지 않을까. 머스크는 “우리는 지난해 제조와 인공지능(AI), 로봇에 많은 중요한 투자를 했다”며 “이 투자는 미래에 엄청난 결실을 볼 것이며, 그 규모는 실제로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치투자자는 적정 주가 아래에서 주식을 사서 안전 마진을 남기는 것을 중요시한다. 자칫 비싼 가격에 사면 회사가 높은 성장성을 보이더라도 주식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처럼 주가의 변동성이 큰 기업의 경우 안전 마진을 확보해야 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해 불안해하며 팔았는데, 팔자마자 주가가 치솟아 가슴이 쓰라렸던 경험을 다들 겪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테슬라의 적정 주가는 얼마일까.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를 기준으로 테슬라의 적정 주가를 산정하면 250달러로 분석된다. 관련 정보를 종합하면 주당순이익은 3.2달러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전기차는 207만 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주가가 250달러를 웃돌고 있는 만큼 ‘팔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적정 주가와 목표 주가는 다르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에너지 부문에서의 매출 증가, 저가형 전기차 모델 출시,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머스크의 역할 등 주가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호재가 산적해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테슬라의 목표 주가는 적정 주가보다는 다소 넉넉하게 잡아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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