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 대표했던 ‘오마하의 현인’ 퇴장
‘장기투자’ ‘가치 중심 투자’ 원칙 강조
연평균 수익률 25%, 장기 수익률 챔피언
그레이엄 통해 기본 쌓고 피셔·멍거 통해 발전
전통산업·장기투자에 강했으나 시대 변화 외면

워런 버핏이 2019년 5월 5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AP/뉴시스
워런 버핏의 은퇴 결정에 즈음해 그의 시대를 돌아보고자 한다. 그의 역사적 수익률과 주력 투자 산업 및 기업, 평생 투자에 완전히 몰입했던 일생, 그리고 그의 스승들과 핵심 투자 원칙을 살펴보자.
60년간 연평균 수익률 약 20% 기록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투자한 1965년부터 2024년까지 그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20%에 달한다.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이는 탁월한 성과다. 오랜 기간 ‘시장 평균’을 이긴 투자자는 버핏 이외에 찾기 어렵다. 특히 1965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25%에 달해 투자 역사상 장기 수익률만큼은 챔피언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비판도 따랐다. 블룸버그는 최근 기사에서 “버핏의 장기 성과는 탁월했으나 독과점 전통 기업에 주로 투자했기에 혁신 IT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기여한 바가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워런 버핏이 2023년 7월 14일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 앤드 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의 아침 세션에 참석하려고 이동하고 있다. 매년 7월, 전 세계 미디어·금융·기술·정치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 비공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선밸리 리조트에 모인다. Gettyimage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투자 분야를 확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버핏이 투자를 상의할 파트너로 찰리 멍거만 두지 말고, 40대 투자 귀재들을 상대로 두고 시기별로 세계 경제성장률을 견인해 온 IT산업, 인터넷과 모바일, 인공지능(AI) 등 주력 성장 분야를 편입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실제로 버핏은 은퇴하기 전까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첨단산업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투자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20년 넘게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산업 부문을 놓쳤다.
20세기의 투자 챔피언 버핏이 주로 투자한 산업은 무엇일까. 버핏은 1960년대부터 20세기 전체에 걸쳐 그 당시의 주력 성장 및 성숙 산업에 투자했다, 소비재, 금융 및 서비스, 미디어, 소매,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을 차례차례 통찰하면서 해당 산업 내 △브랜드가 좋고, △독과점적이거나, △매우 높은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에 하나씩 투자했다. 그가 주력으로 투자했던 기업을 보면, ①소비재 부문의 코카콜라, 시즈캔디, 데어리 퀸, ②금융 부문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무디스, ③미디어 부문의 워싱턴포스트, ABC방송, ④소매 부문의 월마트, 코스트코, ⑤에너지 부문의 엑슨모빌, 세브론 등이 있다.
한편 2000년대 IT와 인터넷이 부상하고, 이어서 2010년대 중반부터 기존 산업군을 재편시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4차산업이 부상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그가 투자를 시작한 시대로부터 너무 많은 것이 변했고, 변화 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1960년대에 젊은 투자 천재, 1980년대에 성숙한 투자 대가, 2000년대에 투자 현인으로 불리던 그가 가장 박수를 많이 받는 지금이 아쉽지만 은퇴하기에 적절한 시기일 수도 있다.
일생을 성공한 드문 사례, 가족보다 투자에 몰입
버핏은 다른 투자 대가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빛난다. 수십 년간 워런 버핏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투자자 사이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졌고, 그가 보유한 종목을 추종하는 펀드나 개인이 넘칠 정도였다. 워런 버핏은 책을 쓴 적은 없으나, 그를 다룬 책은 꾸준히 출간됐다. 특히 워런 버핏이 주주총회 때 발표한 내용을 엮은 책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은 여러 차례 개정돼 나왔다. 또한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기까지 했다.또한 워런 버핏은 성인이 된 후 평생 주식투자로 일생을 보내면서 마지막까지 성공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투자가 중에는 일찍 시작하지 못한 사람도 많고, 투자를 오래 하다가 큰 실수나 불운을 겪거나, 투자 행위에 지치는 등의 이유로 빨리 은퇴하는 사람이 많다. 큰 실수로 은퇴한 투자 대가로는 빌 밀러, 불운을 만난 기술적 분석의 대가로는 제시 리버모어가 있고, 투자에 지쳐서 조기 은퇴한 투자 대가로는 피터 린치가 있다. 물론 대부분은 투자에 실패를 겪기 때문에 방금 나열한 투자 대가들도 아주 대단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위대한 투자가가 되고 그 성과를 유지하려면 평소에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데 그의 일상을 듣고 실망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 분야의 천재는 다른 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상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전혀 가정적이지 않았다. 가족 외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공감 능력은 별로 없었다. 천재적 투자 능력과 몰입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으나, 주요 업무 외의 것들에는 철저히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정도는 돼야 세계 제일의 투자 대가이자 부자가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를 들면, 그는 비행기를 타고 가족과 휴가를 떠날 때도 투자 중인 기업들의 각종 사업보고서와 경제지 등을 기내에서 읽느라 창밖을 구경하지도 않고,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휴가지 바닷가에서 노을을 보는 대신 주로 사업보고서를 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또한 사무실은 물론 집 안에서조차 가족에게 무신경하며 항상 투자를 공부할 자료에 파묻혀 살았는데, 평소 자녀들의 존재 자체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아이들의 소리가 방해가 될 때만 부인에게 조용히 시킬 것을 요구하곤 했다. 워런 버핏의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첫 번째 부인 수전 버핏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일상적 가족생활로부터 버핏의 영혼을 빼앗아 가는 중대한 사명이 항상 버핏을 사로잡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역사적 투자 대가의 일상은 투자를 빼고는 일절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운이 좋아 성공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많이, 오래, 항상 투자 공부를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버핏을 있게 한 스승 3인방
버핏의 일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 요소는 바로 투자 스승이다. 평생 배우는 데 천재적 소질을 보였던 버핏은 여러 투자 스승을 뒀다. 버핏이 스승을 통해 스스로 깨우친 결과, 능력 범위를 늘려 수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코카콜라, 시즈캔디 같은 종목에 장기 투자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버핏의 투자 시기는 투자 철학의 성격에 따라 전기와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전기에는 컬럼비아대 경영학 교수이자 투자회사 펀드매니저였던 벤저민 그레이엄이 버핏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레이엄은 주가가 형편없이 저렴하지만 망할 가능성이 적고, 기업의 내재가치가 주가보다는 높은 종목에 상당한 수준으로 분산 투자해, 종목별로 담배꽁초를 한 모금 빨고 버리듯이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나오라는 가르침을 줬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버핏은 비정상적으로 싼 종목들을 찾고, 여러 가지 재무 손익 기준에 따라 자세히 분석할 만한 종목들을 우선 걸러냈다. 걸러낸 종목 가운데 당장 처분 가능한,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몇 종목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입했다. 버핏은 스승의 가르침에 더해, 특유의 사업분석 및 확률 분석을 통해 실적과 저평가 정도 등 모든 측면에서 확실한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이때의 투자 철학을 워런 버핏의 전기 투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형성된 내재가치(적정한 주가)와 안전마진(얼마나 싸게 매수하는가)의 개념은 버핏이 평생 누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줬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버핏에게는 주가 변동이란 항상 더 낮은 주가에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 전혀 위협적인 일이 아니었다.
이에 비해 후기의 투자 철학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 위에 필립 피셔, 찰리 멍거 등의 영향을 받아 더 나아가고 발전한다. 단순히 싼 주식을 매수해서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는 전략을 고수하기보다는 애초에 장기적으로 수익이 증가할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전진했다. 물론 사업 내용이 형편없어서 수익이 감소할지도 모르는 기업에 비해 수익이 꾸준히 증가할 기업은 주가가 싸지는 않다. 그러나 좋은 사업 내용을 분석할 능력, 그러한 종목을 비싸지 않게 살 수 있는 계산 능력만 있으면, 오래도록 보유하면서 주가가 복리로 상승한다는 압도적 강점이 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오른쪽)가 2019년 5월 3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버핏은 찰리 멍거가 사망하자 “버크셔 해서웨이 제국의 실질적 설계자는 오랜 동반자인 찰리 멍거”라고 공을 돌렸다. AP/뉴시스
버핏과 찰리 멍거의 인연은 버핏이 20대 후반에 버핏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해 한창 투자하고, 멍거가 30대 중반에 부동산 법률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시기에 이어졌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평생 친구가 됐는데, 그때부터 현재까지 멍거는 버핏의 투자 철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2023년 작고하기 직전까지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으로 있기도 했다.
찰리 멍거가 보기에 그레이엄의 약점은 명확했다.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을 최대 목적으로 삼았던 그레이엄식 투자전략은 그만큼 많은 기회(투자한 기업의 이익 성장 등)를 놓치는 아쉬움이 있는 투자전략이기도 했다. 멍거는 종목당 투자 기간도, 기대수익률도 제한된 담배꽁초식 투자에서 버핏을 벗어나게 하려고 다양한 조언과 설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찰리 멍거는 재무 손익 수치를 명쾌하게 분석하는 숫자 박사의 차원을 넘어서서 일종의 ‘만물박사’였다. 기업의 사업 내용과 성장 전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경제·경영은 물론 필요하면 생물, 심리 등 다양한 학문을 활용해 투자 의사를 결정했다. 이런 점에서 버핏은 찰리 멍거를 평생 최고의 투자 파트너로 평가했다.
버핏의 투자 종목을 거론할 때 코카콜라는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코카콜라를 오래도록 지켜봤다. 버핏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수십 년간 코카콜라 주식에 관심만 갖고 비싸서 매수하지 못했다가 1988년부터 본격 매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매집 당시에도 코카콜라 주식은 주식시장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비쌌다. 그러나 높은 수익성과 균형 잡힌 성장성, 향후 창출 가능한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 등을 계산할 수 있는 버핏에게 당시 코카콜라 주가는 매수할 만한 가격이었다.
버핏은 단순히 주가가 헐값인 종목들이 아니라 코카콜라, 시즈캔디, 무디스 등 브랜드와 경쟁력, 수익 창출력 등을 감안해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대거 투자해 장기 복리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이는 누가 뭐라 해도 그가 필립 피셔와 찰리 멍거의 조언으로부터 배우고, 스스로 공부해 깨달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투자자도 배울 만한 버핏의 핵심 투자 원칙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다.
버핏의 삶 관통한 4가지 투자 철학
첫째, 워런 버핏은 능력 범위 내 투자, 즉 자신이 이해하는 산업과 관심이 있는 업종에 국한해서 투자했으며 일반 투자자에게도 그렇게 조언해 왔다. 그것이 안 되면 “차라리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라”는 현실적 충고를 평생 해오고 있다.둘째, 워런 버핏은 기업을 평가할 때 3가지 지표를 강조했다. 그는 일반 투자자에게 ①지속적으로 높은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보이고, ②높은 경쟁우위를 유지하며 ③제품이나 서비스가 특별한 소비자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셋째, 워런 버핏은 시장의 수요에 주목했다. 현재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수요자가 반드시 필요로 하고 지속적으로 구매하는지, 또 10년이나 20년 후 도태되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반드시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워런 버핏이 기피 성향을 보인 기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기계장치, 공장 등 유형자산을 유지 보수하는 등 현상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큰 자본적 지출(CAPEX)이 요구되는 기업, 힘이 센 노조가 있는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버핏은 일생 동안 최고의 투자 성과를 내온 투자자이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생활 루틴을 철저히 지켜온 사람이다. 긴 투자 경력 동안 수많은 투자 성공 사례, 수많은 인터뷰 내용과 주주총회의 연례 서한 등 설명하자고 들면 책 몇 권은 뚝딱 나오는 투자업계의 거물이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와 일상을 지키는 힘을 가지고, 가장 재능 있는 분야에서 매일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든 최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 1978년 출생
●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 前 서울시정개발연구원 R&D센터 투자평가매니저
● 前 전국대학생투자동아리연합회 고문
● 現 오마하알파류 투자그룹 대표이사
● 現 ㈜한국주식가치평가원(KISVE)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