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등장한 北 ‘주체포’ 대항마로 개발 착수
GPS 기반, 열 영상 잠망경, 디지털 사격…
개선 거쳐 세계 최고 수준 자주포로 진화
1대당 가격 K9 70억, PzH2000 220억
미·중 주력 자주포보다 앞선 성능
튀르키예, 인도, 폴란드, 핀란드… ‘글로벌 히트’
![2024년 8월 20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사격장에서 열린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계 포탄 사격 훈련에서 육군 제7포병여단 K9A1 자주포가 사격을 하고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f/b1/26/67bfb12613f8d2738276.jpg)
2024년 8월 20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사격장에서 열린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계 포탄 사격 훈련에서 육군 제7포병여단 K9A1 자주포가 사격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베트남은 같은 공산권 국가인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두 나라는 1979년 국경 지역에서 전쟁을 벌인 역사가 있고, 최근 수년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베트남은 북부 지역의 중국 접경지대에 K-9 자주포를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식 수출 계약이 이뤄지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K-9 자주포를 쓰는 11번째 ‘K-9 클럽’ 국가가 된다. K-9은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등에 팔려나갔다.
K-9의 인기 비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있다. 미군 주력 자주포인 M109A6(팔라딘)은 물론 중국의 주력 자주포 PLZ-05보다도 성능이 앞선다. 현재 K-9을 성능으로 앞서는 자주포는 독일의 PzH2000(Die Panzerhaubitze 2000)뿐이다. 하지만 K-9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다. 이런 이유로 K-9은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뒤흔드는 K방산의 효자 상품 K-9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수도 위협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K-9
K-9은 북한과 벌인 휴전선 군비 경쟁의 산물이다. 과거 화포 독자 기술개발 능력이 없던 한국군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도입한 ‘M110’ 8인치 자주포와 1980년대 미국의 ‘M109A2’ 155㎜ 자주포를 면허 생산한 ‘K55’ 자주포를 주로 운용했다. 사거리와 성능 면에서 북한 전력에 대응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이었다.![북한의 M-1989로 추정되는 주체포가 러시아 중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서 포착된 모습.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f/b1/75/67bfb17519b9d2738276.jpg)
북한의 M-1989로 추정되는 주체포가 러시아 중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서 포착된 모습. [뉴스1]
M-1989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군은 1989년 K-9 개념 연구에 착수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협력해 국내 개발을 시작했고, 1999년 전력화에 성공했다. K-9은 1999년 시제 차량 생산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다. 미군 주력 자주포인 팔라딘이나 영국제 AS-90이 최대사거리가 30㎞대인 반면, K-9은 기본 사거리가 40㎞, 특수탄을 이용하면 52㎞까지 늘어났다. 이후 개발된 사거리 연장용 탄환을 사용하면 최대 사정거리는 60㎞까지 늘어난다.
포탄 발사 속도도 빠르다. 제원상 초탄 3발을 15초 이내 발사할 수 있으며, 분당 최대 6발까지 쏠 수 있다. M-1989는 분당 0.2~0.4발의 포탄을 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9은 다른 자주포에 비해 사격 준비 시간도 짧다. 자주포는 사격 지점으로 포신을 돌리는 ‘방렬’을 거쳐야 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자주포를 조종해 포신의 위치를 돌려야 했다. K-9은 전자식 사격 및 사격 통제장치와 자동 장전 장치를 갖추고 있어 이 과정이 전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후 K-9은 지속적 성능 개량을 거쳤다. 2018년부터 야전 부대에 배치된 ‘K9A1’은 보조 동력장치와 GPS 기반의 자동 위치 확인, 조종수 열 영상 야간잠망경, 디지털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통해 야간에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해졌다. 2019년에는 세계 자주포 발전 추세와 한국군의 병력 감소 등을 고려해 ‘K9A2’ 개발이 시작됐다. 2027년 성능 개량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K9A2는 완전히 자동화된 장전 및 발사 시스템을 채택했다. 승무원을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최대발사속도는 분당 6발에서 9발로 증대시킬 예정이다.
첨단 무인화 기술을 접목해 원격 기동 및 사격, 유무인 복합 운용이 가능한 ‘K9A3’ 유무인 복합 자주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K9A3는 포신도 현재 52구경장에서 신형 58구경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따라 최대사거리도 70㎞로 늘어나게 된다. 분당 발사 속도는 10발 이상으로 향상할 계획이다. 3차 개량 이후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사격 통제와 무인 운용이 가능한 미래형 자주포를 개발하는 로드맵도 마련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K-9 성능 입증
![독일이 개발한 PzH2000 자주포는 현존 자주포 중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뉴시스
중국이 개발한 PLZ-05 자주포. [Gettyimage]](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f/b1/89/67bfb1890edcd2738276.jpg)
독일이 개발한 PzH2000 자주포는 현존 자주포 중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뉴시스 중국이 개발한 PLZ-05 자주포. [Gettyimage]
PzH2000의 가격은 K-9의 2배를 넘는다. K-9의 판매가격은 1대당 평균 70억 원이다. PzH2000의 1대당 생산가격은 220억 원에 달한다. 유지보수비용까지 생각하면 실제 운용에 드는 비용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에서는 “PzH2000 한 대 값이면 K-9 2대에 탄약까지 살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이 개발한 PLZ-05 자주포. [Gettyimage]](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f/b1/a9/67bfb1a91ba9d2738276.jpg)
중국이 개발한 PLZ-05 자주포. [Gettyimage]
실전을 겪은 무기라는 점도 K-9의 매력이다. K-9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에서 맹활약했다. 당시 북한군은 연평도에 위치한 연평부대 K-9 진지에 122㎜ 방사포탄을 쏟아부었다. 당시 진지에 있던 K-9은 총 6문. 이 중 2문이 공격을 받아 작동이 어려웠다. 남은 4문 중 1문은 훈련 중 불발탄 문제로 고장 상태였다. 한국군은 남은 3문으로 즉각 반격했다. 그사이 고장 났던 1문을 고쳐 북한군 주력이 있는 무도 진지를 타격했다. K-9 4문은 총 80발을 발사했다. 당시 탄약보급장갑차(K-10)도 없어 장병들은 손으로 탄을 옮기며 사격했다. 이 사격만으로도 북한군 진지는 초토화됐다.
해외 운용 중인 K-9만 1000대 넘어
세계 1위 자주포 PzH2000를 위협하는 성능에 낮은 가격, 실전 경험까지 합쳐지며 K-9은 글로벌 방산 시장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K-9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9의 글로벌 자주포 시장점유율은 52%로 절반이 넘는다.
K-9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다. 2000년 5월 한국과 자주포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대당 160만 달러, 현지생산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2001년부터 정식 배치됐으며 현지 제식 명칭은 ‘T-155프르트나’다.
인도도 2017년 3월 K-9 100문의 수입 계약을 맺었다. 기술이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인도 현지생산 기준 100문에 6억46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계약이다. 현지 제식 명칭은 ‘K9 Vajra-T’다. 호주도 2021년 12월 K-9 30문을 도입했다. 역시 현지생산 방식으로 호주 현지 명칭은 ‘AS9 헌츠맨’으로 결정됐다. 이외에도 2022년 이집트도 현지생산 방식으로 200문을 도입하기로 했다.
![마치에이 야브원스키 폴란드 육군사령관이 2022년 10월 19일 한화디펜스 창원 1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 K9 자주포 초도 물량 24문에 대한 출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f/b1/d3/67bfb1d31e16d2738276.jpg)
마치에이 야브원스키 폴란드 육군사령관이 2022년 10월 19일 한화디펜스 창원 1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 K9 자주포 초도 물량 24문에 대한 출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해외 수출 실적은 그 자체로 K-9의 우수성을 증명한다. K-9은 중동의 사막(이집트)부터 혹한의 북유럽(노르웨이, 핀란드), 고온다습한 고산지대(인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의 작전 성능이 입증됐다. 베트남도 중국과 대치 중인 인도가 K9을 200대나 수입한 것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9 수출은 한국 방산업계뿐만 아니라 군사력 증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각국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 성능을 개량하며 무기 개발 기술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무기를 개량한 기술력은 미래 첨단 무기체계 개발의 토대가 된다. 앞으로도 K-9의 수출에 방산업계는 물론 국방 관련 분야 전반의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