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호

‘스마트국방 독트린’으로 ‘스트롱 코리아’ 만들자

[백승주 칼럼] ‘귀신 잡는 해병’ ‘1000리 행군 특전사’는 이제 그만…

  •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전 국회의원

    입력2025-06-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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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도, 부정도 아닌 NCND 전략으로 핵기술 과시해야

    • 군 교육기관 책임자들, 적정 임기 보장해야

    • 北 도발에 적극적 응징 의지와 능력 보여야

    • 초급간부 경력 우대하는 사회문화 조성해야

    • 경제력, K-방산, MRO, 한미동맹 등 적극 활용해야

    2024년 10월 21일 카타르 연합훈련에 참여한 K2전차가 포사격을 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육군 

    2024년 10월 21일 카타르 연합훈련에 참여한 K2전차가 포사격을 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육군 

    안보·국방이 ‘스마트(smart)’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스마트라는 단어를 안보·국방과 연계해 ‘스마트파워(smart power)’로 쓴다. 스마트 파워는 군사력·국력 구성 요소가 함축하는 하드파워(hard power·경성 국력)와 정치·외교의 질 및 문화 등을 아우르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연성 국력)를 결합한 개념이다. 2003년 수잰 노셀(Suzanne Nossel) 당시 미 국무부 국제기구담당 부차관보가 처음 사용했다. ‘스마트국방’은 이러한 스마트파워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 가운데 우리 국방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필자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전략개념이다. 차기 정부에 정책을 제언하는 심정으로 스마트국방을 위한 5대 스마트(SMART) 독트린을 제시한다. SMART는 각 독트린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S NCND 핵 정책으로 강한(Strong) 국방 완성

    국방정책 설계의 시작은 위협 평가이고, 구현 목적은 강한 국방에 있다. 우리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군사태세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가 가장 큰 위협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꼼꼼하게 검증해 보면, 북측의 재래식 도발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있다. 그러나 북핵에 대한 독자적 대비 태세에서는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엘브리지 콜비 국방 정책차관과 참모들도 재래식 전력에서 북측이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핵우산과 국군의 3축 체제(발사체 및 발사기지 파괴 전력, 요격 체제, 대량응징보복)의 완성 노력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미국 핵우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새로운 북·러 군사 동맹관계를 활성화하면서 평화적 노력으로 북측 핵무기를 폐기할 가능성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북핵에 대한 독자적 방어 태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독자적 방어 태세 요구가 분출하는 만큼 독자 핵무장에 대한 대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자 핵무장과 관련한 국민의 상반된 걱정 속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식 핵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핵 관련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핵 강대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도 긍정도, 부정도 아닌 3가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으로 핵 보유 능력을 획득, 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독자적으로 ‘핵을 보유하겠다는 정책도,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정책’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말자. 둘째,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여부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말자. 미국과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술핵이 반입돼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을 북측에 주자. 셋째, 핵물질 실험이나 핵실험 여부 등에 대해 국제적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말자. 

    핵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80년 전에 미국이 개발한 핵무기 제조 기술은 더는 첨단 군사과학의 산물이 아니다. 정책 의지만 있고, 국제제재를 감당할 자신만 있으면 언제든지 제조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북측과 국제사회가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심에서 실제 제조에 이르는 시간을 가장 단축할 수 있는 핵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미국으로부터 더 튼튼한 핵우산을 제공받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발표하는 핵 태세 검토서(NPR)와 함께 ‘한미 공동의 NPR(KORUS NPR)’을 발표하자고 제안하자. 한미 공동의 NPR은 미국의 더 튼튼한 핵우산이 될 것이다. 



    M 경제력에 상응하는 현대화한(Modern) 국방

    신체가 성장하면 그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한다.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면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되면 새로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군사력의 핵심 요소는 인력과 장비다. 과거의 경제 수준에 맞춘 인력과 장비 수준은 현재 경제 상황에 맞게 상시 현대화해야 한다. 

    인적 자원의 수준을 현대화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비롯한 보수교육 콘텐츠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군 교육기관 책임자들의 적정 임기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지식혁명 시기를 고려할 때 교수·교관들을 위한 지속적 보수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군 교육기관 교수들을 지금보다 과감하게 민간에 개방할 필요도 있다. 우수한 초급장교, 부사관들을 유입할 인센티브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낡은 슬로건과 전통에 대해 군은 과감히 절연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귀신 잡는 해병’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헬기 등 기동 장비가 충분히 갖춰진 해병대가 돼야 한다. ‘1000리 행군’을 자랑하는 특전사가 아니라, 가장 좋은 장비가 충분히 보급된 ‘특전사’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국방부 차관 시절에 우리 군 최고위 간부가 “중국에 한 번도 출장 가지 못한 사정”을 들은 적이 있다. 말이 되는가. 우리 군 고위 간부들의 국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재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우리 군이 쓰는 장비, 용품이 민간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다시 들어야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중동, 인도-파키스탄 지역에서 진행되는 전쟁과 분쟁 현장을 연구하고 교훈을 찾아내고 군 운영에 반영시키는 태스크포스(TF)를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회, 기획재정부 관련 공무원들과 민간 전문가를 구성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A 전수방위가 아닌 공세적(Active) 국방

    오로지 방어만 할 수 있다는 뜻의 전수방위(専守防衛)는 일본 자위대가 채택하고 있는, 수동적 방어에 입각한 국토 방어 전략 방침이다. 전수방위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방어만 할 수 있도록 한 국방 체계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체제에서 우리 국방은 북측의 도발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 당연하다. 그러나 도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세적 태도가 필요하다. 북한이 도발하면 한층 적극적인 응징 의지와 능력이 과시돼야 한다. 도발하면 몇 배의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북한은 상시로 우리 사이버공간에 도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사이버 부대는 국내법 체계에 묶여 이를 방관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진행되는 북측의 도발을 막기 위한 법체계 정비와 정책연구가 필요하다.

    2011년 11월 대한민국 해군의 ‘최영함(艦)’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호’를 군사력을 투사해 구출했다. 공세적 국방의 좋은 사례다. 2013년 10월 중국은 독자적 방공식별구역(CADIZ)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관련 부처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하는 조치를 했다. 공세적 안보 정책의 좋은 사례다. 

    북한으로부터 오는 직접 위협은 물론 한반도 외부의 불특정 위협에 대비하는 공세적 국방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R 저출산 대비 개혁적(Reformative) 국방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국방 개혁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후 20년간 역대 정부는 국방 개혁을 상시로 추진해 왔다. 법 제정 당시 국방 개혁의 핵심 의제는 △문민 기반 확대, △육군·해군·공군의 균형 있는 발전, △군 구조의 기술집약형으로 개선, △저비용·고효율의 국방 관리 체제로의 혁신 △사회 변화에 부합하는 병영 문화 정착 등이다. 

    국방 개혁 의제 중 국민이 개혁을 체감하는 내용은 없다. 왜 그럴까. 방향의 연속성은 담보했지만, 개혁과 정책이 혼재돼 개혁적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병사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고,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되는 병영 문화 변화만 일부 체감되고 있다. 입법 당시 개혁 의제가 과도하게 광범위한 것은 개혁이 군사력을 약화 혹은 감축시켰다는 오해를 피하려고 ‘국방 중장기 계획’과 중복됐기 때문이다. 국방 개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음 몇 가지 방향으로 과감하게 진행돼야 한다.

     첫째, 저출산 기조에 대비해 상비 병력 규모를 재설정해야 한다. 현행 국방개혁법 25조에서는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출산율 추이, 복무기간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징집제도로는 목표 달성이 힘들다. 출산율을 고려해 상비 병력 규모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둘째, 예비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병력 규모를 조정한 데 따른 전투력 약화를 상쇄하기 위해 예비전력을 증강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셋째, 초급간부의 규모와 자질은 유사시 전투력 발휘의 관건이 되는 요소다. 초급간부 유입을 위한 동기유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초급간부의 경력이 사회에서 우대받는 사회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위헌 논란이 있는 입법을 통한 동기유발보다는 이들을 존경하고 우대하는 문화가 국가 차원에서 생성돼야 한다. 넷째, 군사력 형성과 유지에 민간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유니폼 입은 군인만이 할 수 있는 일과,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 맡기자. 어렵지만 결정해야 한다. 저출산 추세를 반영한 상비 병력 규모를 설정하기 위한 TF를 한시바삐 만들어야 한다.

    T 시의적절한(Timely) 국방

    최근 들어 K-방산은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22∼2024년 방산 수출액이 거의 403억 달러, 약 58조 원에 이른다. K9자주포, K2전차, FA50 항공기, 천무, 잠수함 등 독자 기술로 생산한 무기체계가 세계 방산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 역대 대통령이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시의적절하게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기에 세계 6위에 빛나는 방산을 갖게 됐다. 타이밍이 주효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의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산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국방정책의 전형이 되고 있다. 우리 모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방위산업을 육성한 통찰력으로 우리는 미래 국방을 준비하는 데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국방의 미래에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다음 전략 상황에 대해 적시성 있는 정책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첫째, 주한미군 규모 및 철수와 관련한 상황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조치를 고려할 때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나왔을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의 오판을 예방할 국방정책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둘째, 미국과 북한이 진행할지도 모르는 미국과 북한 간 핵 군축 논의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북한과 ‘밀당(밀고 당기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미 간 핵 군축 논의가 진행됐을 때 우리가 트럼프 정부에 요구할 군사 옵션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의 급변 상황에 지속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철옹성 같아 보이지만 북한 내부 상황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항상 예의 주시하고, 상황별 대비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을 지원하기 위한 국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방 자원 중 장점 결합한 스마트 정책이어야

    7080세대에게 스마트는 교복 원단으로 기억되는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스포츠의 멋진 플레이를 담아내는 감탄사로 기억된다. 스마트의 사전적 의미는 ‘참으로 우둔한(stupid)’과 반대된다. 우리 안보는 지금부터 스마트한 정책을 기반으로 강해져야 한다. 경제력, K-방산, MRO(보수·수리·정비) 진출, 고학력 장병, 한미동맹 등 장점을 적극 활용한 스마트국방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아울러 저출산, 관행 답습, 북핵 위협 등 부정적 요소를 극복하는 데도 스마트국방이 필요하다. 최근 20여 년간 준비하고 추진한 425 정찰위성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뉴스를 봤다. 이 정찰위성은 600㎞ 고도에서 2시간 주기로 북측 군사 동향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고성능 영상레이더(SAR)의 해상도는 30㎝(가로세로 30㎝ 크기 물체를 한 점으로 식별)로, 차량 종류와 사람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갈채를 보낼 것은 보내고, 질책할 것은 질책해 스마트국방을 지원하자.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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