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호

황사 대재앙

韓·中 입체취재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 carrot@donga.com 조창완 < 중국전문 프리랜서 > chogaci@hitel.net

    입력2004-09-03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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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륙을 덮은 사천바오(沙塵暴)
    • 죽음의 산 다칭(大靑)
    • 사막, 베이징 80km까지 접근
    • 대재앙이 시작됐다
    • 치명적인 극미세먼지
    3월19일 중국 신장(新疆)성 하미(哈密). 사막의 모래가 하늘로 치솟아 사위가 밤처럼 어둡다. 치솟은 ‘모래더미’가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바뀌었을 때, 간쑤(甘肅)성 남부에서도 황토를 안은 폭풍이 동진(東進)하기 시작했다. 남북에서 형성된 두 폭풍은 맹렬한 속도로 중국 중부지방을 강타했다.간쑤성 중서부와 닝샤(寧夏) 회족자치구 북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중서부 일부지역에선 시계가 제로였다. 동진을 거듭하던 모래폭풍은 네이멍구에서 가속이 붙었다. 하미의 모래바람에 네이멍구 바단지린(巴丹吉林) 사막이 황토를 보태줬고, 남쪽에서 몰아치던 모래바람은 텅커리(騰格里) 사막의 황사를 받아 더욱 강력해졌다.3월20일 유례없는 모래폭풍이 몰아친 베이징(北京)은 하루 종일 ‘노란 안개’에 휩싸였다. 건물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중국언론들은 “‘사천바오(沙塵暴, 모래폭풍)’가 대륙을 덮었다”고 보도했다. 내몽골 신문은 검은 천으로 만든 마스크를 씌운 양들 사진을 게재하며 비명을 질렀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반도체 공장들에선 황사의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거리는 한산했고 오가는 사람들은 경악했다.3월20일 밤 베이징을 떠난 황사는 서울에 몰아쳤다. 초등학교는 문을 닫았고, 도심 상공을 수만t의 모래먼지가 뒤덮었다. 이비인후과와 안과엔 환자들이 넘쳐났고 공기청정기와 산소생성기 업체는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모래먼지 사이로 뿌옇게 보이는 빌딩과 숨 막히는 공기는 베이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동해로 빠져나간 ‘모래더미’의 대부분은 태평양에 가라앉았지만 일부는 미국 서해안까지 날아갔다.

    관측사상 최대의 황사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국내에서도 황사가 불러올 ‘재앙’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온난화 현상과 사막화 현상으로 황사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황사는 대재앙의 서곡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황사가 불어오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 흙이 비처럼 떨어진다는 의미의 ‘우토(雨土)’란 단어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나온 것이 황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 삼국시대엔 황사가 비에 젖어 내리면 황우(黃雨), 눈에 섞여 내리면 적설(赤雪), 안개에 섞이면 황무(黃霧)라고 기록했다. 1915년 ‘기상월보원부’에서 처음으로 황사(黃砂)란 말을 사용했다.

    황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황사의 발원지는 우즈베키스탄, 몽골 북서쪽의 알타이산맥, 중국 북서부의 타림분지, 북부 고비지역, 네이멍구 지방 등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도착하는 데 보통 1~3일이 걸린다.

    기상연구소 전영신 박사는 “황사는 보통 초속 8m 이상의 강풍이 3시간 이상 넓은 지역에서 불어올 때 발생하고 발원지에서의 황사발생 일수는 지역별로 1년에 20~120일 정도”라고 말했다.



    황사는 밤보다는 낮에 발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고 계절별로는 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과거엔 봄철을 제외하고는 풍향 때문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빈도는 적지만 계절에 관계없이 황사가 찾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황사를 근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 박순응 교수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좀더 적극적인 환경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삼림을 형성하고, 개간한 논을 초지로 다시 바꿔야 한다. 초원을 농지로 계속 개간해가면 환경파괴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사막화를 막지 못하면 황사는 더욱 심각해진다.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류징타오 수석연구원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초원을 늘리고 보호하는 것이다. 황사폭풍이 부는 가장 큰 원인은 바람이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모래가 없으면 황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인간은 바람의 흐름을 바꿀 능력이 없고, 대기의 상태와 날씨 또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초원은 가꿀 수 있다. 강수량 100mm 이상인 곳에 나무와 풀을 많이 심어 대지를 풀과 나무로 덮으면 황사는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황사발생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류연구원의 말처럼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의 사막지대를 조림화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교원대 정용승 교수는 “황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나무를 심자고 하지만 사막에 나무가 자랄 턱이 없고, 관개를 하자니 황해 물 전체를 퍼다부어도 며칠이면 다 말라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막조림보다는 반(半) 사막인 오아시스에서 자라는 수종을 개발하고 이 지역의 관개를 통해 반사막을 팽창시키는 ‘포위작전’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 지역 농민들은 가파른 벼랑에서 목숨을 담보로 ‘귀한 풀’을 뜯는 양들에게 삶을 의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막화나 황사방지를 이유로 대가 없이 농토를 초원으로 바꾸고, 가축의 방목을 막는 것은 농민들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렵게 조성한 농작지를 초원으로 되돌리기를 원하는 농민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황사가 가져오는 해악은 어느 정도일까. 한번 황사가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은 약 100만t의 먼지로 뒤덮인다. 이 가운데 한반도엔 1t트럭 수만대 분량인 4만6000~8만6000t 정도의 막대한 낙진이 논과 밭, 공장과 건물 등에 떨어지게 된다. 이때 중금속, 유해물질 농도는 평상시 ㎥당 50~70㎍(마이크로그램, 1000분의 1㎎)에서 1000㎍으로 치솟는다.

    특히 이번 황사는 발원지에서의 먼지량이 이보다 훨씬 많아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유무형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한다. 황사 속에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극(極)미세 먼지’가 다량 포함돼 있다.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외부로 배출되지 않는다. 대기중 유해물질이 높아지면 눈병과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환자가 급증하게 된다.

    동아대 최금찬 교수는 “2000년 5~8월 부산 하단동에서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000분의 1㎜) 이하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평상시에는 ㎥당 24~57㎍이었으나 황사 발생시에는 최고 75㎍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먼지 입자가 작을수록 폐 깊은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입자가 큰 것에 비해 인체에 대한 유해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황사가 발생하면 기존질환이 악화돼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단국대 권호장 교수, 서울대 조수헌 교수, 기상청 전영신 박사가 1995년부터 98년까지 황사발생일과 평일의 서울 주민사망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황사가 발생했을 때 사망률이 1.7% 심혈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4.1%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사가 발생한 날은 평소보다 사망자가 늘어나며, 특히 심혈관·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한다는 것.

    즉 평일 이들 환자의 사망자수가 100명 이었다면, 황사가 온 날에는 황사로 인한 추가 사망이 1.7명 발생하는 셈이다. 65세 이상에서는 사망률이 2.2% 늘었다. 한편 3월초 미국 뉴욕대학은 ㎥당 미세먼지가 연평균 10㎍ 증가하면 폐암 사망자가 8%나 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영신 박사는 “사망률 증가는 황사 속에 섞인 미세먼지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한데 황사란 요인 하나가 추가돼 사망률이 변화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사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사람뿐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축과 원예작물들도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사가 지나가면 축산농가들은 가축이 구제역 등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축사 주변과 가축을 소독해야 한다. 산업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미세한 먼지가 첨단기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반도체공장과 전자업체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영신 박사는 ‘황사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계에서 인류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라고 불리는 런던스모그나 LA스모그 때처럼 기류가 순화되지 않고 위에서 짓누르는 상태가 되면 황사가 특정지역에서 계속 머무를 수 있다는 것. 그는 “꼭 대재앙이 아니더라도 황사가 5일 이상 연속적으로 지속되면 황사로 인한 직접적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황사를 봄마다 찾아오는 손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왔다. 언론들도 3월말 대형황사 이전까지는 황사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최근 들어 황사폭풍이 잠시 주춤거리자 이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교원대 정용승 교수는 “앞으로 황사가 가져올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봄철 이외엔 황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도 황사의 ‘직접’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 몽골과 중국은 인접해 있다. 몽골의 남부는 대부분이 사막인데 그곳의 모래가 바람에 섞여 네이멍구에 쌓이고 있다. 황사는 태평양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 서해안까지 영향을 미친다. 황사는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다.” (류징타오 연구원)

    황사는 그 발생지인 중국에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지만 류연구원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도 무시 못할 피해지역이며, 그 피해는 미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실제로 고비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1주일 후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해안에 도달함으로써 중국 황사가 미국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진 적도 있다. 이제 황사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중국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인접 피해국가들의 협력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중국과학원 뉴원위안 수석연구원은 “황사현상을 간과하면 황사가 어느날 거대한 유령처럼 지구를 덮칠 것”이라며 “다가올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각 국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환경산업은 상당히 발전해 있지만 탈황(脫黃) 등에선 한국 일본과 비교할 때 크게 뒤떨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관련 기술에 대해선 각국 정부가 힘을 모아 중국의 사막지역을 녹화시키는 데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일본은 농업분야의 기술이 중국보다 발달해 사막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식물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사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일 3국 관계자회담이 열리고는 있지만 황사를 자연현상으로 치부하며 주변국의 지원만을 바라는 중국측의 소극적 태도로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중국 및 일본과의 외교 협력 아래 중국의 조림사업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일본은 이미 지구환경기금과 오부치기금 등을 활용해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에서 사막 녹화사업을, 고비사막에서 방풍림 조성 활동을 지원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월10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일 합작 사업’의 일본측 대표인 오자와 회장은 “마오냐오쑤 사막에 녹색 만리장성을 건설하겠다”면서 “일본은 중국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15억엔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일우호림(中日友好林)’을 조성하고 녹화연구를 위한 녹색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늦게나마 정부는 3월23일 황사 피해를 중장기적 차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 서부지역의 생태환경 복원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또 황사 발생과 이동경로를 신속히 파악, 대처하기 위해 한중일 3국 공동으로 2004년까지 진행 예정인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조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황사는 우리에게 적잖은 피해를 주었고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불안하다. 최근 민간단체를 비롯해 몇 곳에서 적극적으로 방풍림 조성을 지원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나 ‘쓸데없이 돈을 쓴다’는 반발도 만만찮다. 중국의 사막화 방지 대책이나 녹화사업을 돕는 것은 ‘의무’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황사 피해가 적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중국 녹화사업에 나서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황사의 성분은 규소·니켈 등 광물성 물질과 유기물·황산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광물성 물질은 발원지에서 실려온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는 이동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화여대 김용표 교수는 “황사가 오염된 중국 상공을 지나면서 인위적으로 배출된 아황산가스 등과 결합한다는 가설이 점차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면서 “다이옥신, 농약 등 유독성 물질도 황사와 섞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통은 황사의 30% 정도가 발원지 인근에서 가라앉고, 20%는 베이징 주변에서, 나머지 50%는 편서풍을 타고 한국과 일본을 거쳐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건너간다. 한반도에 쌓이는 모래먼지는 수십만t으로 추정된다. 황사현상은 최근 들어 발생빈도가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횟수당 지속일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61년 이후 서울에서 황사현상이 발생한 것은 총 78회 200일에 달한다. 1960년대 12회 22일에 불과했던 황사는 1970대까지만 해도 11회 28일로 소폭 증가하는 데 머물렀으나 1980년대 17회 39일, 1990년대 29회 77일로 급증했다. 2001년에는 한해 동안 무려 27일이나 황사가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의 발생 빈도가 빠른 증가추세에 있다”며 “올해 황사 발생일수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상회한다면 수년 사이에 황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황사는 어떻게 발생하고 최근 들어 특히 잦아지고 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황사의 발원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황사가 ‘대재앙’이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황사를 영어로 번역하면 ‘아시아 먼지(Asian Dust)’.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는, 아시아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황사는 ‘수천만년 동안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이 치솟으면서 중국 북부지역이 건조해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는 인도대륙판이 아시아대륙판에 충돌해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고원이 융기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북부내륙은 세계 최고의 산맥에 가로막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부터 수분 공급이 차단돼 있다.

    황사의 최대 발원지는, 동서로 2000㎞, 남북으로 600㎞에 이르는 중앙아시아의 거대한 ‘모래바다’ 타클라마칸(Takla Makan) 사막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타클라마칸 사막은 섭씨 60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더위와 갈증 때문에 타클라마칸이란 지명도 ‘끝없이 넓은 죽음의 땅’이란 뜻을 가진 위구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타클라마칸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한반도까지 세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중국 서부지방과 중부지방에서 굵은 입자들은 모두 떨어지고 동부지방에 이르면 작은 입자의 대부분이 땅으로 가라앉는다. 한국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미미한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최근 황사가 많아진 것은 황사 발원지인 간쑤성 일대와 새로 발원지가 된 네이멍구 일대의 사막화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황사의 새로운 발원지 네이멍구 지역은 최근 수년간 겨울철 강설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상고온 현상이 고착화돼 크고 작은 황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멍구는 고도 1000m에 달하는 고원지대여서 황사가 바람을 탈 경우 고도가 낮은 베이징보다는 바람이 산지에 막히는 우리나라쪽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올들어 우리나라에 3차례 피해를 준 황사는 베이징에 비해 강도가 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최근 황사가 심해진 것은 중국 서부내륙 지역과 네이멍구 지역이 사막화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박순응 교수는 “황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및 산림개발로 토양유실과 함께 사막지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일 환경보호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5~2000년 중국 허베이(河北)와 네이멍구에서 80만㏊에 달하는 초원과 삼림이 파괴돼 사막으로 변했다. 중국의 사막화는 그 면적이 1960년대 이전 1560㎢, 1980년대 2100㎢에 이어 현재에는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2460㎢로 넓어졌다.

    황사를 만드는 요소는 황사를 일으킬 수 있는 근원지와 바람이다. 문제는 올해 두 가지 요소 모두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황사의 새 발원지인 네이멍구는 물론이고 간쑤나 신장 및 몽골 공화국 대부분에서 ‘따뜻한 겨울’이 계속돼 사막의 모래나 진흙이 먼지형태로 바뀌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거기에 남미에서 일어난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편서풍이 강해졌고, 뒤늦게 차가운 시베리아 기단까지 강한 세력을 형성해 황사가 발생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최근 불어온 ‘최악의 황사’의 발원지 네이멍구는 어떤 곳일까. 취재팀은 네이멍구 자치구의 수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를 시작으로 현장을 찾기로 했다. 후허하오터는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최악의 황사’ 발원지다. 대지는 온통 황토색 모래고, 연간 강수량은 50~450㎜로 매우 적다. 이 지역은 원래 초원지대였는데 최근 사막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네이멍구 기상대 우쉐훙(吳學宏) 부대장은 “네이멍구 지역이 바로 최근 불고 있는 강한 황사의 발원지”라고 잘라 말했다. 네이멍구 기상대는 최근 황사발생 빈도의 증가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곳이다. 원래 네이멍구 지역은 황사가 발생하는 지역이 아니다. 초원지대로 이뤄진 이곳은 과거 먼지모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화북지역과 진징(津京, 톈진과 베이징) 지역 황사의 대부분은 네이멍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동부지역인 훈산다커(渾善達克) 사막에서 시작되거나 서부의 텅커리(騰格里) 사막 등에서 온 황사도 많지만 최근 들어 초원이나 황토로 된 이 지역이 황사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우부대장의 말이다.

    3월19일 엄청난 규모로 발생한 황사는 신장성 하미 지역과 간쑤성 남부에서 태동해 동진하다 네이멍구에서 위력을 갖춘 경우다. 황사는 중국 동북부 전역과 한반도, 일본의 하늘을 ‘묵시록’과 같은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또 4월12일 발생해 일부가 한반도에 상륙한 뒤 동해안으로 빗겨간 대형황사도 네이멍구 서부에서 발생한 것이다.

    반면 4월6일부터 한국에 피해를 준 황사는 네이멍구 동부인 몽골공화국과 훈산다커 사막에서 발생한 것으로 베이징 일대보다는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遼寧)의 동북 3성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혔다. 상대적으로 황사 빈도가 적었던 이 지역을 강한 황사가 공격해 중국 정부가 놀라기도 했다.

    네이멍구 지역은 고도가 높아서 여름에 베이징, 톈진처럼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도 없었고, 일교차가 커서 한 여름에도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 피서여행의 적지로까지 꼽히던 곳이다. 후허하오터에서 4시간 정도 버스로 더 들어간 시라무런(希拉穆仁)현 일대는 산지는 물론이고 평지도 거의 식물들이 성장하기 힘든 환경으로 변해 있었다.

    초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 초원이지 맨땅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풀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있던 풀들도 방목하는 양떼의 먹을거리가 돼 금세 사라진다. 한 주민은 “네이멍구에 초원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지역은 사막이 되거나 사막화 앞에 직면한 초원들”이라고 말했다

    네이멍구 지방의 주요산업은 목축과 농업이다. 주민들은 척박한 땅을 논으로 개간해 양을 치며 생활하고 있다. 초원을 개간하면 땅 아래에 있던 미세한 모래들이 지표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논은 농번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확을 마친 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기간에는 황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과도한 방목과 땔감 채취도 원인이다. 중국인들이 수천년 동안 숱한 전쟁을 겪으면서 적에 대한 가시권 확보를 위해 벌채를 일삼아 온 데다 최근에는 급격한 산업화 및 산림 개발로 인해 산림 황폐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이 지역을 답사한 박순응 교수는 “황사발생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것도 있지만 더 많은 부분이 인위적인 영향 때문”이라며 “특히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의 과다한 경작지 개간 및 목축이 사막화를 촉진, 황사발생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계단식으로 고도가 높은 지역까지 논을 만들었습니다. 입자가 굵은 모래 자갈 등이 지표면을 덮고 있던 곳에 농지를 만들면서 황토가 그대로 드러나게 됐습니다. 고운 입자의 모래가 지표면에 드러나 미풍에도 모래바람이 만들어집니다. 초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방목도 큰 문제예요. 양들이 새싹을 낸 풀을 모두 먹어삼키고 있어요. 고원지대의 계단식 농지를 다시 산으로 만들고 초원에서 방목을 금지해야 합니다.”

    박교수의 말처럼 고원지대에 거주하는 이곳 사람들은 산을 깎아 계단식 농지를 만들고 초원을 오가며 방목하면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삶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국제농업기구(FAO)는 “중국에서 소 염소 양 등 가축이 1961년 1억7100만 마리에서 2000년 4억700만마리로 늘어나 사막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건조한 지역에서 경작과 방목은 지하수의 고갈을 초래한다. 황사가 발생하는 지역에선 지하수 수위가 크게 떨어져 호수가 사라지고 강물이 말라붙고 있다. 30년 동안 중국 북부지역에서는 수천개의 호수가 사라졌다.

    중국환경과학원 생태연구소 가오지시(高吉喜) 소장은 “최근에 불어닥치는 황사는 자연요소에 인위적인 요소가 덧붙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 이후 중국 북방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놘둥(暖冬, 따뜻한 겨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경작지 확보를 위해 산림이나 초원을 훼손했기 때문”이라며 “초원이나 산림을 복구하지 않는다면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서도 태초의 숲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지역은 한국의 산보다도 더 울창하다. 소나무 떡갈나무 등 낮은 산에서 사는 수종들을 고원지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나무를 꾸준히 심으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개간과 목축으로 인한 사막화는 인간의 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물부족 현상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네이멍구 지역의 평균기온은 예년에 비해 평균 4도 가량 높았고, 최근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중국 북부지역의 고온 건조한 기후 상태도 황사가 늘어난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내륙 건조지대의 고온 건조한 상태가 벌써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며 “겨울에도 고온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모래와 흙이 얼지 않고 바람에 떠오른 뒤 저기압을 따라 발생한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온다”고 말했다.

    우부대장은 평균기온이 높아지는 추세가 계속되면 사막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네이멍구를 비롯해 중국 전역의 기온이 상승해왔습니다. 기온상승에 따라 강수량도 증가했지만 증발량이 함께 늘었어요. 강수량이 증발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지 않으면 네이멍구 초원에서 풀이 자랄 수 없어요. 초원이 지금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사막화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1961년부터 네이멍구 기상대에서 일한 류징타오(劉景濤) 연구원도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네이멍구의 날씨는 매우 추웠습니다. 사람들이 솜털 옷, 가죽옷을 입고 겨울을 났습니다. 후허하오터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 30℃에 이를 정도였으니까요. 눈과 바람이 부는 날이 많았고, 모래바람이 부는 날이 빈번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평균기온이 조금씩 상승했지만 여전히 추웠어요. 그런데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현저하게 높아져 현재는 겨울평균 기온이 10도 정도 높아졌습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1만2000년 전 빙하기의 온도가 평균온도(2.8℃)보다 5℃ 정도 낮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 온도가 10도 이상 높아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상학자들은 온도의 상승은 바람의 세기를 강하게 하고, 강수량을 늘리며 해수면의 온도를 높인다고 경고해왔다.

    초대형 황사는 1960년대엔 8차례밖에 발생하지 않았지만 1970년대에는 13차례, 1980년대는 14차례, 1990년대는 30여 차례로 증가해왔다. 2001년 이후 현재까지 벌써 6차례의 대형 황사가 지나갔고 올해 역사상 최대의 황사가 발생한 것은 멀지 않은 장래에 ‘황사 대재앙’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황사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규정하는데 지역에 따라 달라요. 일반적으로 가장 강한 황사(强沙塵暴)는 시계가 1000m 이내를 말합니다. 네이멍구 규정엔 강한 황사는 가시거리 500m 안쪽입니다. 초대형 황사의 경우엔 가시거리 50m도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황사를 ‘검은 황사’라고 불러요. 검은 황사가 몰아치면 상대방은 물론, 자신의 손조차도 볼 수 없습니다. 이런 3개 등급이 네이멍구의 표준규정입니다. 중국 서북지역에서는 가시거리 200m 이내를 강한 황사라고 하고 50m 이내를 볼 수 없을 때 가장 강한 황사라고 합니다.”

    류연구원이 들려준 황사의 표준규정을 보면 아직까지는 서북지역 황사의 세기가 더 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네이멍구에서 발생한 황사의 경우는 한반도가 중국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네이멍구의 사막화를 멈추지 못해 타클라마칸 사막과 같은 빈도와 강도로 황사가 발생한다면 한반도는 황사폭풍에 초토화될 수도 있다.

    바오터우(包頭)는 네이멍구 제2의 도시다. 바오터우로 가는 길엔 해바라기밭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바오터우 오른편엔 인산(陰山)산맥에서 뻗어나온 다칭산(大靑山)이 자리잡고 있는데 다칭산은 회색빛의 ‘죽음의 산’으로 변해있었다. 네이멍구의 산은 부족한 강수량 탓에 식물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매우 크다. 부족한 강수량과 기온상승으로 다칭산은 푸른 빛을 잃고 모래산으로 변한 것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식물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은사시나무도 대부분은 싹이 트지 않아 황사방지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무들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죽어가는 나무들은 황사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경고.

    바오터우에서 샹사완(響沙灣) 사막은 지난 수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곳이다. 샹사완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3~4월에는 황사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매우 적다. ‘모래더미’가 몰려와 화장실 건물이 모래에 파묻히기 직전이다. 과거 초원이던 곳에 관광객을 끌기 위해 ‘모래썰매장’이 들어서 있다.

    바오터우에서 샹사완으로 가는 길목인 다라터치(達拉特旗)에는 큰 화력발전소가 있다.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석탄은 둥셩(東勝)지방의 광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 지역은 노천광산이 곳곳에 있을 정도로 석탄매장량이 많은 곳. 네이멍구나 산시, 허베이 등 황사발원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연료는 당연히 석탄이다. 주민들은 빛이 날 정도로 순도가 높은 석탄을 정제하지 않은 채로 가정에서 그대로 사용한다.

    사정이 이런 탓에 1999년 UN에서 발표한 세계 10대 오염 도시 가운데 7곳이 중국의 도시였고, 석탄의 주산지인 산시(山西)성의 성도 타이위안(太原)은 그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네이멍구를 포함한 중국 북동부지역의 대기오염과 토양오염은 황사를 타고 한국 일본 등으로 날아간다. 과거엔 황사가 영양분이 많은 흙을 다른 곳에 공급하는 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인간에 의해 대기와 토양이 오염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마오냐오쑤(毛鳥素) 사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를 잡지 못해 둥셩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도로를 따라 황량한 초원이 이어졌다. 마오냐오쑤 사막 주변에서 중국 정부가 초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림지역이 나타났다.

    우쉐훙 부대장은 “마오냐오쑤 사막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사막화 방지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지만, 조림지역에도 모래가 쌓여 있었고, 심어놓은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척박한 맨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마오냐오쑤는 중국이 일본의 협조를 받아 적극적으로 녹화사업에 뛰어든 곳이다. 중국과 일본의 이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 지역도 풀 한포기 없는 사막으로 변했을 것이다.

    지도를 보면 신의주에서 서쪽에 베이징이 자리잡고 있다. 서쪽으로 더 가면 허베이성, 산시성 다퉁(大同)이 나오고 네이멍구의 둥셩이 차례로 위치한다. 서쪽으로 계속가면 바단지린사막이 보인다. 후허하오터나 바오터우는 신의주보다 위도가 조금 높고 마오냐오쑤 사막이나 텅커리 사막은 조금 남쪽에 위치한다.

    다퉁을 거쳐 훈위안(渾源)을 찾았다. 훈위안을 찾아가는 길에도 초원과 농토가 끝없이 이어졌다. 아직 풀의 싹이 돋기 전이라 보이는 것은 황토뿐이다. 훈위안으로 들어가는 중간에 헝산(恒山)에서 갈라진 고원지대가 있다.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에서도 생명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상에서 바라본 대지는 황토가 바다를 이뤘다.

    황토지역 주변 곳곳에 ‘베이징 톈진 지역의 황사를 방지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중국 정부가 조성한 방풍림 지역엔 꽤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지만 자라는 속도도 느려 이런 방풍림이 황사방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제성장만큼이나 급속히 대륙이 사막화하면서 황사는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베이징 교외의 저수지는 몇 년째 여름에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하수 표고가 내려가 나무들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멀지 않은 장래에 베이징까지 사막이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에서 80km 떨어진 톈모 사막. 이 지역에 모래사장이 생긴 것은 칭기즈칸 시대부터다. 원래 초원지대였던 이곳은 네이멍구와 산시성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모래와 진흙이 쌓여 사막이 된 곳이다. 링산 중턱까지 덮은 ‘황색모래’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사막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것이다.

    장샤오롄(張紹蓮·42)씨는 “매년 동쪽으로 사막이 이동하는데 그 진행속도가 아주 빠르다. 사막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텐진사막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사막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막화라는 환경재앙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모래썰매장과 몽고빠오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톈진의 중심가인 안산시다오(鞍山西道)나 시캉루(西康路)는 가로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된 도로개발로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베이징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4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순이(順義)현 하천변에는 나무를 심어야 할 요즈음 벌목이 한창이다. 베이징 시내도 안산시다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중국 정부는 연일 식목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곳곳에서 오랫동안 자란 나무들을 개발을 이유로 잘라내고 있다.

    3월 중순부터 불어닥친 모래바람은 중국에서도 사상 최악이었다. 황사를 자연현상으로만 치부하던 중국 당국도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4월6일 장쩌민, 주룽지, 리루이환, 후진타오, 웨이젠싱, 리란칭 등 중국 수뇌부가 모두 자로라이(朝來) 삼림공원에 모여 식목행사를 가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중국언론들도 황사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캠페인에 나섰다. 언론은 각종 홍보를 벌이는 동시에 녹화사업과 환경보호에 관련된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등 중국 유수의 매체는 일제히 나무심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환경관련 기사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중국은 황사로 피해를 입고 있는 주변국가들의 눈총이 고민스럽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공들여 건설한 베이징 중관춘의 반도체 공장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정부는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의 90% 이상을 풀이나 나무로 덮는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3월20일 베이징과 허베이, 산시성, 네이멍구자치구 등의 690만㏊에 이르는 사막을 푸른 나무숲과 풀로 뒤덮어 황사폭풍을 미리 예방한다는 ‘황사억제 10개년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168억위안(약2조6880억원)을 투자하는 ‘황사억제 10개년 계획’에는 사막화 억제 외에 용수확보와 절수 등의 관개계획도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는 농가를 일일이 방문, 곡물 대신 나무를 심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일기예보와 비슷한 ‘황사예보제’를 실시, 일반 국민들이 황사에 대처하도록 하는 한편 8월에는 사막화한 토지의 개선, 사막화 방지를 위한 정부기관의 책임 등을 명시한 ‘사막화 방지법(防砂治砂法)’을 공포하기도 했다.

    허베이성 화이라이(懷來)현에 사청(沙城)이란 도시가 있다. ‘모래의 성’이란 뜻의 이 도시는 베이징에 물을 공급하는 관팅후(官廳湖)를 끌어안고 있다. 호수의 물은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지만 환경악화로 모래바람이 늘면서 현재는 주로 공업용수로 쓰인다. 호수의 물은 대대적인 관개공사를 하고 베이징, 톈진 지역의 황사발생지에서 추진중인 녹화사업에 필요한 용수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시장(西藏)지역에 강과 2개의 하천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황허의 물을 끌어들여 녹지로 만들 계획도 수립했다. 삼북 방호림사업, 양쯔강 상류지역 및 황허 중·상류 지역의 천연림 보호사업, 서부지역 10억3000만평의 경지를 삼림과 초지로 되돌리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환경보호총국과 중국과학원 전문가들은 ‘과학탐사대’를 결성, 황사 발생지역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투자하고 있는 돈은 중국의 환경문제로 야기되는 손실에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 세계은행은 1993년 환경오염에 의한 손실을 1085억위안으로 추정했고, 1997년엔 공기와 물 오염으로 중국이 540억위안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환경파괴로 인한 동북아 지역의 손실까지 포함하면 손실은 더욱 크게 늘어난다.

    중국과학원 발전전략 수석연구원인 뉴원위안(牛文元)은 “올해부터 사막 면적이 경지면적을 초과했다”면서 “1998년 생태파괴와 자연환경 파괴로 입은 손실이 3만7억위안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국가총생산의 1%에도 못미치는 환경오염 및 사막화 대책 비용을 2%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예측이 불가능하다. 녹화사업이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사막화 현상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수천km에 이르는 사막지역과 사막화 하는 초원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진행된 녹화사업으로 제법 많은 나무들을 심었지만 녹지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산악지역에도 키가 작은 수목만 자라고 있어 숲을 이루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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