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지취재

빗장풀린 인도네시아 황금어장

“물고기 700만t을 선점하라”

  • 하태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빗장풀린 인도네시아 황금어장

3/3
[미니인터뷰]인도네시아 해양수산청 어업정책국 사무총장인 토미 푸르와카

인도네시아 해양수산청 어업정책국 사무총장인 토미 푸르와카 인터뷰는 6월 6일 오전 11시 푸르와카의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인도네시아 수산업과 관련한 실무 총책임자이자 각종 어업관련 허가권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최고 책임자의 집무실답게 오전 일찍부터 각종 결재서류를 든 공무원들의 행렬이 줄을 이루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푸르와카는 인터뷰 중 여러 차례 “한국과 같이 어업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인도네시아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며 양국의 우호협력관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해안선이 긴 섬나라이자 인도양과 태평양을 모두 접한 나라입니다. 풍부한 어자원은 어떻게 개발해 나갈 계획입니까?

“인도네시아는 해양국가입니다. 인도네시아 국토의 3분의 2가 바다고 해안선만 8만1000㎞를 넘으며 섬도 1만7500여개에 이릅니다. 해안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나라입니다. 어자원도 매우 풍부해 매년 500만t의 고기가 잡히지요. 하지만 고기가 너무 많아 어느 바다에 얼마만큼의 고기가 살고 있는지 우리도 잘 모릅니다.(웃음) 그동안 바다 자원보다는 농작물 수확에 의존했던 경제시스템도 어업기술이 낙후하게 된 요인이고요. 자체적으로는 기술개발에 힘써 2003년까지는 5000만t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어자원 활용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마련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부는 그간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위해 매진했던 정책을 바꿔 경제성장은 물론 ▲소득의 균형분배 ▲해양환경보호 ▲지속 가능한 해양발전 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올해부터 2004년까지 5개년 계획을 세워 새로운 해양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입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천혜의 자원을 보유하고도 수자원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인도네시아의 어자원이 풍부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어자원 활용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면 바다에서 잡아온 고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잡은 고기중 상당량은 썩어 없어지는 실정입니다. 또한 오랜 정치적 불안 때문에 중앙정부의 명령이 27개 주의 지방정부에까지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을 어기며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들도 문제고요.”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동안 외국자본이 인도네시아 영해에 들어와 조업하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광활한 인도네시아의 바다가 선진 제국(諸國)이나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에 의해 개발되면서 그 수익이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게다가 1982년 발효된 인도네시아 해양법은 인도네시아의 해양자원을 보호하는데 허점이 많아 외국자본이 들어와 인도네시아의 어자원을 자국으로 유출하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해양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떤 것입니까?

“이제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도전은 그간 바다에 대해 어자원의 보고란 생각보다는 나라를 분단시키고 있는 장애물 정도로 생각했던 인식을 탈피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바다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희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7월1일부터 새로운 법령을 발효시키고 새로운 어업정책을 실시합니다.

그동안 각 지방정부가 어업허가권을 가진 탓에 기준이 모호했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단일규정에 따라 어업허가권을 발행키로 했습니다. 그동안 제각각의 규정에 의해 이루어졌던 ▲반다해 ▲몰루카해 ▲아라푸라해 등에서의 조업이 단일한 규정에 의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외국국적 선박에도 영해를 개방하게 되는 것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영해에 들어와 조업을 하는 배는 반드시 인도네시아 국기를 달아야 합니다. 외국자본이 참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우리 영해에서 외국선박이 자유롭게 고기를 잡아가는 것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고기를 잡으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인도네시아 국기를 달아야 하고 인도네시아 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인도네시아 기업과 합작해 법인을 설립해야 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될 경우 인도네시아에 일정액의 관세를 물면 인도네시아에서 잡은 고기를 반출하는 것을 문제삼지 않을 것입니다.”

─국기는 인도네시아 국기를 게양하더라도 실제로 선주는 외국인인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외국배의 조업을 허용하는 셈인데요. 이 경우 해당 외국배에서 어로를 하는 어민은 인도네시아 국민을 고용해야 하는 것인가요?

“현재 450만 명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어민의 대다수는 빈곤층입니다. 외국선박의 조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대신 인도네시아 어민을 고용해야 합니다. 아직 몇%를 고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어민이 대다수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합니다.”

푸르와카는 “인도네시아의 어업기술이 낙후돼 있어 선진기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각국 대사관에 협조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어장을 공개하는 대신 인도네시아에서 어로행위를 하는 여러 나라들로부터 선진어업기술과 신속하고 빠른 처리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것.

푸르와카는 “인도네시아의 장래는 풍부한 어업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여 국가의 부를 늘리고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가에 달려 있다”며 “아직까지는 한국과 국가 차원의 어업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가까운 장래에 좋은 결실을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AD 그룹 이상룡회장

해군출신 선장에서 다국적 그룹 회장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내 외국선박의 어로에 대한 규정을 개정할 것이란 정보를 일찌감치 입수하고 이에 대비해 온 EAD 그룹의 이상룡(李相龍·54)회장은 해군을 제대한 후 오랫동안 배를 타고 대양을 누비던 선장 출신이다. 73년 한국을 떠나 베트남을 거쳐 싱가포르에 정착한 그는 과거 경험을 살려 미국 선적배의 1등 항해사 노릇을 시작했다.

이후 영국배 등에서 1등 항해사 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던 이씨는 75년 당시 28세의 어린 나이에 선장이 된다. 5년 이상 선장으로 활약하던 이씨는 80년대초 뭍으로 진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배에서 승승장구 하던 것과는 달리 외국에서의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국어가 신통치 않아서인지 이회장은 83년까지 손을 대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의기소침해진 이씨는 별수없이 다시 배로 돌아갔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한 이씨가 꿈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1년 남짓 석유 시추선에서 일하던 이씨는 85년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랜 경험을 살려 선박에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현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24시간이 너무도 짧았다.

이후 이씨의 상승곡선은 좀처럼 꺾일 줄 몰랐다.

90년대 초반 말레이시아에서 원목과 시멘트 사업에 손을 대던 중 동남아 굴지의 홍룡그룹과 맞붙어 크게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한번 궤도에 오른 사업은 계속 성장해 현재는 인도네시아의 어장개척은 물론 원유, 원목, 석탄 등 원자재 수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AD 그룹산하에 싱가포르 본사는 물론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 이상의 회사가 포진하고 있다.

사업은 젊은 시절의 혈기나 반짝하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씨. 그는 외국에 나가 있지만 국가관은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욱 투철하다고 강조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이씨는 “이 세상을 떠날 때 돈을 쥐고 무덤에 갈 수도 없는 것이니 만큼 내가 번 돈은 최대한 사회사업에 기부하는 등 사회에 환원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00년 8월호

3/3
하태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목록 닫기

빗장풀린 인도네시아 황금어장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