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이회창-이인제 대세론으로 굳혀진 정치구도를 하루 아침에 허물어뜨린 ‘낯선 사나이’, 노무현 후보의 ‘정체’가 무엇인지, ‘노무현 돌풍’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이른바 ‘주류사회’에서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마치 지구에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 ‘ET’에 대해 순진한 어린이들은 공감을 가지고 환호하는데 반해 어른들은 어떤 위해라도 끼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각종 여론조사를 해보면 젊은 세대들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인 반면 50대 이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 ‘노풍’의 진원지로 알려진 노무현 팬클럽 ‘노사모’의 열광적인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무현은 ‘386세대’로 불리는 30대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경선현장에 가보면 30대 부부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20대의 젊은 커플들이 손을 잡고 군중속에 묻힌 노무현 후보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부패하고 부정한 기존 정치판과는 다른 ‘신선한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분단으로 좌우대립과 전쟁의 고통을 맛본 세대들에게는 ‘국가보안법 철폐’ ‘언론과의 전쟁 불사’ 등을 운운한 노무현 후보가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과격한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