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인천전문대 실내체육관.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이인제, 노무현 두 후보간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영부인이 남로당 선전부장으로 7명의 고위전사를 살해하는 현장을 지켜봤고 전향하지 않고 사망한 사람의 딸이라면, 우리나라의 정통성과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입니다. 국군의 사기에 영향을 끼쳐선 안됩니다.”(이인제)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알고도 결혼했습니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이 생기는 겁니까?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심판해 주십시오.”(노무현)
가장 민감한 부분을 놓고 전개된 원색적인 공방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상황은 당내경선의 금도를 넘어섰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대결도 아닌 당내에서 치러지는 경선에서 이런 식으로 치고받는 모습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대회장 기자실을 지키고 있던 한 당직자의 입에서는 이런 말도 나왔다. “이건 경선이 아니라 전쟁이야”.
그렇다. 민주당 경선 안팎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후보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이 낱낱이 들추어졌다. 거기에는 묻어두고 싶었던 개인사도 있고, 민족의 아픈 역사도 있다. 어디까지 ‘검증’이고 어디부터 ‘검증’의 범위를 넘어선 것인지 따져볼 겨를조차 없다. 이런 현장을 두고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교과서식 얘기를 떠올리기에는 얼굴이 뜨거울 정도다. 12월 대선을 향한 이념전쟁은 그렇게 불붙고 있었다.
민주당내에서 불붙기 시작한 색깔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좌파적 정권’ 발언이었다. 이후보는 4월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이념공세를 시작했다. 이후보는 같은 날 열린 강연회에서 “볼셰비키혁명과 나치 출현 등은 당시 대중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에 바탕을 두었으나, 방향을 잘못 잡아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하고 인류를 고통과 파괴로 몰아가게 했다”면서, ‘노풍’을 볼셰비키혁명에 비유하는 이념적 적의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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