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한지 엿새만인 4월14일 오후 퇴원했다. 이날 청와대 박선숙 대변인은 “김대통령의 건강은 좋은 상태이며, 위장기능 장애 증상도 일식적인 현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또 박대변인은 “김대통령은 입원중 혈액, X레이, 초음파 등 몇가지 검사를 받았으며 검사 결과 특이 사항은 없었다”며 “이제부터는 과로를 피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향후 일정에 상당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건강은 바로 나라의 건강이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세계 각국에서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국가 현안이 되고, 언론의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신체적 위기에 들어서면 국가는 일급 위기 상황에 빠진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피격당하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당시 피격 현장 필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덥쳐서 응급차로 옮길 때, 곁에서 007가방을 들고 대통령을 유심히 살피는 여성을 볼 수 있다.
이 여성은 군장성으로 레이건이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것은 바로 타코타 지하사령부의 핵기지로 연락하는 핵버튼 가방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미국의 국가 시스템은 면밀히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레이건 대통령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 백악관은 극심한 권력투쟁에 들어갔다. 당시 헤이그 국무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대신하겠다고 나섰고 부통령이 여기에 크게 반발했다. 헤이그 국무장관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곧 회복되었고, 헤이그 장관은 망신만 당하고 혼란은 막을 내렸다.
다행히 김대중 대통령은 별 탈 없이 퇴원해서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국가 시스템도 대통령의 입원에 따라 비상 체제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과연 청와대 발표대로 김대통령이 단순한 과로와 위장기능 장애로 입원했고, 모든 것이 잘 회복되어서 앞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업무도중 과로 등을 이유로 입원한 사례는 거의 없다. 평소 최고의 의료진이 건강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원치료까지 해야 할 상황이라면 ‘공식발표’처럼 단순한 휴식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한마디로 김대통령의 건강상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구체적인 병명은 가장 취재하기 힘든 영역이다. 그 자체가 국가의 1급 기밀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자료와 몇가지 고려 사안들을 확인해보면 대통령의 건강이 청와대 발표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대통령의 질환은 크게 외과질환과 내과질환으로 추정된다. 이중 외과 질환인 왼쪽 다리 고관절염은 이미 확인된 사안이다. 고관절염은 대선 직전인 1997년 12월1일 당시 새정치국민회의가 김대중후보의 건강진단서를 공개할 때 알려졌던 병이다. 당시 진단서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이미 왼쪽 다리 고관절(골반과 대퇴부를 연결하는 부분) 손상으로 발을 안으로 모으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주치의인 허갑범 교수도 월간조선 2002년 3월호에서 왼쪽다리 고관절염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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