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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주도하지도 교활하지도 못한 우직한 군인

FX사업 ‘양심선언’ 조주형 대령 변호인 접견기

  • 장유식 < 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용의주도하지도 교활하지도 못한 우직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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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으로서 이렇게 판단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금품(1100만원)은 현금으로 6차례에 걸쳐 받은 것으로 수표와 달리 추적이 불가능한 것임에도 조대령이 스스로 그 사실을 밝혔다는 점. 둘째, 수조원이 소요되는 FX사업에서 직무와 관련해 받은 돈으로는 액수가 지나치게 작다는 점, 셋째, 조대령은 인터뷰에 응한 후 신분이 밝혀질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조사를 받았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접 대면을 통한 느낌이 우리에게 확신을 주었다. 국책사업을 뒤흔들어놓을 만한 엄청난 양심선언을 그처럼 어수룩하게 할 정도로 조대령은 용의주도하지 못했고, 교활하지도 못했다. 그는 우직하고 순진한 군인이었다.

첫 대면에서 조대령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게 됐지만, 우리(참여연대)는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공세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금품수수가 뇌물죄로 성립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므로 변호인으로서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그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해 적극 지원하려던 계획도 유보했다. 그것은 그가 공익제보자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공익제보자로 지원하는 과정에 금품수수가 문제가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대령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일은 계속하되 제보사실의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 사이 조대령은 3월8일 아침, 대전에서 일시 석방됐다. 다음날 구속영장이 청구될 예정이었지만 무영장 체포시한인 ‘48시간’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우리는 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조대령 부인에게 연락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외압의혹에 대한 육성녹음을 해둘 것을 당부했다(3월13일 육성녹음 1차공개분).

조대령은 자신의 사무실 문을 잠가놓고 약 1시간 남짓 외압부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녹음을 했다고 한다. 그후 우리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이덕우 변호사와 함께였다. 이변호사는 조대령 가족과의 친분으로 이미 그전에 대전에서 가족들을 만나본 상태였다.



조대령의 자택은 대전 계룡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밤 9시경, 조대령과 그의 부인이 우리를 맞아주었고, 노모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렇지만 반갑게 일행을 집안으로 들였다. ‘아들의 인생이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을 알고 계실까.’ 조대령은 금품수수문제 때문에 자포자기하고 있던 첫 대면과는 달리 안정된 모습이었다. 금품수수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였다. 책임질 것은 지더라도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마저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디지털녹음기의 REC 단추를 누른 후(3월27일 육성녹음 2차공개분), 우리는 조대령의 진술을 듣기 시작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약 4시간 동안 주로 그가 이야기하고 우리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차분하고 자상하게 설명해나갔다. 그후에도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기억력은 대단했다. 몇 년에 걸쳐 벌어진 일들을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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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식 < 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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