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터뷰

“‘교과서’ 넘고 ‘월드컵’ 거쳐 ‘02년 신체제’로”

최상용 전주일대사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교과서’ 넘고 ‘월드컵’ 거쳐 ‘02년 신체제’로”

2/9
-주일본 대사로 근무하며 이룬 성과 중에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제 재임중에 한일관계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실천이 저의 주된 업무였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한국어를 일본 대학입시 외국어 과목에 집어넣은 것입니다. 일본의 대학입시 제도에는 과거 한국에 있었던 예비고사처럼 대학입시센터에서 실시하는 시험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 시험의 외국어 과목에는 영어·독어·불어만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영·독·불어 중에 한 언어를 택해 시험을 보는 것이었죠. 그러다 수년 전에 아시아 언어 대표로 중국어가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에 치러진 시험부터 다섯번째로 한국어가 추가되었습니다. 이제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영국·독일·프랑스·중국·한국어 중에 하나를 택해 시험을 치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대학입시 수능시험에는 일본어가 선택과목인 제2외국어로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한국어가 일본 대학입시 과목에 들어가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영어 시험을 본다고 해서 미국이나 영국에서 한국어 시험을 치르지 않습니다. 솔직히 한국과 일본의 국력 차이로 봤을 때 일본 대학입시 과목에 한국어가 들어갔다는 것은 ‘뜻밖의’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어를 일본 대학입시에 집어넣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한국어를 대입 과목으로 채택하는 데 대한 일본 내 반대가 만만치 않았죠. 대국 러시아어, 남미의 공용어인 스페인어, 유럽 주요언어인 이탈리아어도 입시 과목이 되지 못했는데, 어찌 한국어부터 집어 넣느냐며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를 대입 과목에 넣게된 데는 모리 요시로(森喜郞) 일본 총리의 도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모리 총리와 저는 한국어를 대입 과목에 넣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어는 거론된 지 1년 만에 대학입시 과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중국어가 대학입시 과목으로 채택되는 데 5년 걸린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입니다. 모리 총리는 참 인정이 많은 분인데, 과소 평가된 면이 없지 않아요.”

-일본에서는 한국보다는 ‘조선’이라는 말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는 우리말을 조선어라고 하고 있고요. 그러니 한국어가 아니라 조선어란 이름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일본에서 우리말 명칭은 한국어, 조선어, 코리아어, 한글, 그리고 남북한간에 중립을 취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조선·한국어 등 다섯 가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일본문화에서 우리말을 가리키는 친근한 명칭은 ‘조선어’입니다. 일본 문부성은 조선어로 이름을 정하려고 했지요. 그래서 마쓰무라(松村謙三) 문부상을 만나 ‘언젠가 한반도는 통일되는데 통일의 중심은 한국이 된다. 그러니 한국이라는 용어를 선취(先取)해라. 한국어를 입시과목으로 택하지 않으면 모를까, 이왕 택하기로 했으면 한국어로 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이름이 정해졌지요. 이제 일본에서 우리말을 가리키는 명사는 한국어로 통일될 것입니다.”

2/9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목록 닫기

“‘교과서’ 넘고 ‘월드컵’ 거쳐 ‘02년 신체제’로”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