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는 공주중·고등학교 2년 후배이다. JP 또한 서울대 사범대학을 잠시 다녔으니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이 정도만 되어도 사실 보통 인연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JP도 3선개헌 문제로 서로 갈라서기 전까지는 나의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수용하였다. 이후 정치무대에서 마주쳤을 때에도 나에게 선배님이라는 존칭을 꼭 붙였다. 이것은 인간적으로 퍽 고마운 일이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김종필은 이미 공주중학 시절에도 특별한 소년이었다. 그는 기숙사 생활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리더십도 있어서 스트라이크를 주도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홀로 해군정군운동을 벌이던 어느 날 지금의 무교동 서린호텔 옆을 지나가는데 눈에 익은 얼굴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김종필 중령이었다.
그는 시청 방면으로 걸어가다가 나를 발견하곤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당시 그가 중심이 되어 벌인 정군운동에 대해서 신문을 보고 대략은 알고 있었다. 후배를 서울 거리에서 만난 것 외에도 정군운동에 대한 일치감 때문에 그가 더욱 반가웠다. 김중령이 먼저 내 소매를 끌었다.
다방에서 마주한 후 김종필 중령이 내게 근황을 물었다.
“요즘 나는 썩은 해군을 바로잡기 위해 혼자 투쟁하고 있지.”
그는 놀라는 눈치였다.
“해군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양선배, 우리 육군도 8기생을 중심으로 정군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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