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여에 걸친 수사를 끝낸 후 특검팀은 사무실을 삼성동에서 서초동으로 옮겼다. 서울지법 동문 건너편에 있는 건물 9층이다. 겨우내 삭막함과 긴장감에 휩싸였던 특검 사무실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사무실엔 골치 아픈 수사 냄새가 사라지고 사람 냄새가 풍겼다.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목소리엔 활력이 넘쳤고 표정들도 밝았다.
차정일(60) 특검과의 인터뷰는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점심을 먹기에 지장이 없도록 오전 중 끝내자”는 약속은 반만 지켜졌다. 12시10분전에 끝냈으므로 식사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인터뷰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자 식사를 한 다음 오후 2시, 다시 마주앉았다. 시종 정중하고 엄숙한 자세를 유지한 차특검이었지만 더러 ‘불만’도 드러냈다.
“많이 물어보고 싶겠지만 나는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나 자신을 많이 드러내는 걸 원치 않습니다.” “정말 인정사정 없군요.” “좋은 쪽으로 몇 가지 질문하고 끝낼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군요.”
오전 인터뷰에선 주로 차특검의 인간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특검수사와 관련해선 그동안 언론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지만 자연인 또는 법조인 차정일의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가정사를 비롯해 검사, 변호사로서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한편 법조계 개혁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오후엔 주로 특검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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