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이북의 북한강은 실개천이 돼 버려, 바짓단만 좀 걷으면 얼마든지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지난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강물이 불어났을 때를 제외하곤 1년 내내 그러했다. 예년의 장마철이었다면 북한강 물은 높이 30m의 화천읍 당거리 철교 위로 철철 넘쳐흘렀을 것이다. 그 옛날에는 장마철이 아닌 때에도 배가 다니고 뗏목이 둥둥 떠내려갔다. 지금도 북한강 양변의 산허리에는 수심 30∼40m로 도도히 흐르던 강물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 화천댐은 ‘수리중’을 이유로 몇 달째 발전을 하지 않고 있다. 발전을 하려면 물을 흘려보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파로호(화천댐이 만든 저수지)가 금방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는 휴전선 북방에서 댐이 터졌는지 갑자기 흙탕물이 범람해, 때아닌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다. 날벼락 같은 겨울 홍수는 1월 중순부터 20여일간 계속되었다. 이때 흘러 내려온 물이 약 3.5억t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은 갈수기. 화천댐 이하 5개 발전소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공업용수와 농업용수가 부족해 공장은 돌아가지 못하고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있다. 물이 부족하다보니 북한강은 천연적인 정화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끼벌레 등 괴상한 생물이 발생하여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물이 흘러들어 팔당댐으로는 더 이상 서울에 1급수를 공급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장마철이 오기 전까지 북한강 수계 댐의 ‘물부족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로 인한 강물 유입량 감소는 연간 3.5억t 정도다. 한강수계에 미치는 영향은 2% 정도에 불과하여 별것 아니다”라고 해명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강 유역의 ‘물부족 사태’를 부른 주범은 2000년 10월 북한이 완공한 ‘임남댐’이다. 우리가 ‘금강산댐’으로 부르는 것이 바로 임남댐이다. 임남댐이 담수에 들어가자 그 이남으로 흘러 내려오던 연간 18억t의 물이 차단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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