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농익은 4월에 고창 땅을 여행하는 것은 행운이다. 유난히 아름답고 찬란한 봄빛을 완상(玩賞)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풋풋한 봄바람을 맞으며 고창 땅 곳곳을 쏘다니다 보면 이맘때쯤의 봄날이 연출하는 풍경과 정취를 죄다 만날 수 있다. 천년고찰 선운사에서는 불꽃같은 정념을 품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모양성의 성벽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는 가녀린 바람결에도 함박눈 같은 꽃비를 우수수 흩뿌린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의 황토언덕은 온통 보리밭으로 뒤덮여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초록빛 바다를 이룬다.
동쪽으로는 노령산맥의 끝자락에 안기고, 서쪽으로는 칠산바다에 발을 적신 고창에는 자랑거리가 참 많다. 그중 고창사람들이 첫손에 꼽는 자랑거리는 선운산 도립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동백숲, 송악, 장사송 같은 천연기념물을 길러낼 만큼 잘 보존된 숲과 서해안 제일의 명찰 선운사를 비롯해 민불(民佛), 동불암마애불, 진흥굴, 용문굴, 도솔암, 낙조대 등의 명소가 즐비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선운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풍천 장어구이를 안주로 복분자술을 한 잔 곁들이는 일도 결코 잊지 않는다.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역시 선운산의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낳은 산물이다. 남자들의 양기를 돋우는 데에 최고라는 복분자술은 선운산 자락의 산딸기로 만든 전통 민속주. 오래 전부터 맛있는 민물장어의 대명사가 된 풍천장어도 선운산 언저리를 휘돌아 흐르는 풍천(또는 인천강)이 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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