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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아름다운 인생 우리시대의 ‘고집불통’들

  • 박은경 < 자유기고가 > siren52@hanmail.net 곽대중 < 자유기고가 > bitdori@kebi.com

아름다운 인생 우리시대의 ‘고집불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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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중 어느날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한반도 전역의 나비 분포도가 눈앞에 그려졌어요. 채집 현장을 기록해나가다 보니 실제 생태와 기존 논문과의 차이점도 눈에 띄더군요. 이를 수정해 기록하고,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저 혼자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10년 정도 나비를 쫓아다녔더니 어느새 지식이 쌓이게 된 겁니다.”

나비채집에서 시작한 그의 연구는 나비의 분포와 그 원인을 캐는 쪽으로 발전했고, 이를 위해 다시 지질과 식물 기후 토양을 파고들었다. 이같은 연구의 결과물이 1991년 발표한 논문 ‘한국산 나비의 역사와 일본 특산종 나비의 기원’이다. 전공학자도 아닌 엔지니어 출신의 그가 10년 동안 끈질기게 매달려 추적한 끝에 나온 이 논문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나비채집에서 나비연구로 그 깊이를 더해가면서 생업전선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도서관으로, ‘필드’로 쫓아다니는 통에 생업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고, 연구는 연구대로 생업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생업이냐, 취미냐. 그 중대한 기로에서 그에겐 강한 용기가 필요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을 값지게 사는 길’이라 자위하며 사업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그쯤에선 가족들도 그의 열정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풍족하진 않더라도 어떻게든 최소한의 생활비는 거르지 말고 집에 갖다주자고 마음먹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어지간히 뜻대로 되더군요. 물론 집사람이야 허리띠 졸라매고 바둥거렸겠지만, 그래도 지금껏 굶지 않고 먹고 산 건 신통한 일이죠.”

생업을 접은 뒤 곤충연구에 더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연구결과를 내놓아도 국내에서 그의 연구실적을 제대로 검증해줄 만한 학자가 없다는 게 고민거리였다.



곤충의 생태를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질학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학자들 간에 학문적 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각각의 전공이 너무 세분화돼 있어 나무는 보되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 새로운 가설을 내놓으면 그것을 정설화하기 위해 비교 연구할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답답해진 그는 잠자리 메뚜기 딱정벌레 같은 곤충은 물론, 식물학과 지질학 기후학 등 곤충 생태와 관련 있는 학문을 닥치는 대로 헤집고 다녔다. 김씨가 1년이면 여덟 달은 산과 들에서 살다시피하면서 새로 발견해 학계에 발표한 신종과 미기록 곤충은 수십 종에 이른다.

그는 한국산 잠자리 연구에도 8년간 매달렸지만 학계에 기록된 것 중 16종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지역 조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 16종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잠자리 연구는 그에게 미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데, 언젠가 나머지 종을 확인하면 나비와 잠자리의 분포를 비교 연구한 논문을 낼 계획이다.

김정환씨가 생업을 접고 사재를 쏟아부으며 학계에서 인정해주지도 않는 연구에 몰두해온 이유는 간단하다.

“이 땅에 사는 우리 종 곤충에 대한 연구성과를 왜 일본이나 미국 학자에게 빼앗겨야 합니까.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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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 자유기고가 > siren52@hanmail.net 곽대중 < 자유기고가 > bitdori@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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