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이상 60㎡ → ‘국평’ 85㎡ 이하로 면적 확대
규제 완화로 3~4인용 ‘아파트형’으로 환골탈태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 활력 될 것으로 기대
미분양·주차난 등 부작용 우려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aa/99/c3/67aa99c3134bd2738276.jpg)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뉴스1]
정부는 1월 21일부터 5층 이상 짓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면적 제한을 전용면적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규제를 완화했다. 원룸·투룸 위주에서 3~4인 가족이 선호하는 스리룸 이상 중·소형 평형(전용면적 85㎡ 이하)의 도심 내 주택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정국 불안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한 만큼 실제 공급 확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 완화에 따른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룸형 → 소형주택 → 아파트형… ‘도생’의 진화
국토교통부는 이와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축면적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주택법 시행규칙,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 조치로, 올해 1월 21일 이후 사업계획 승인 또는 건축허가를 신청한 경우부터 적용받는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5월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한 소규모 주택공급 방안으로 도입됐다. 주차장, 소음 등 기존 공동주택 대비 건설 기준을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도 적용하지 않는다.
대단지 아파트를 짓기 어려운 작은 땅에도 집을 지어 공급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단지 규모가 작고, 인허가·분양 절차가 간단해 공급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받을 수 있어 한때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면적 제한 규제를 완화하며 이름도 바꿨다. 2022년 2월 가구별 면적 상한을 50㎡에서 60㎡로 넓히면서 ‘원룸형’은 ‘소형주택’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후 3년이 채 안 된 기간에 면적 규제를 다시 완화하면서 소형주택은 다시 ‘아파트형 주택’으로 불리게 됐다.
단지형 연립주택과 단지형 다세대주택 규제는 그대로 적용된다. 85㎡ 이내 범위에서 최고 5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연면적 660㎡를 초과하면 단지형 연립주택, 연면적 660㎡ 이하는 다세대로 구분한다.
면적 제한 풀고 편의시설 기준 조이고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와 비교해 비교적 낮은 분양가로 도심 내 역세권 등 주요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에게 적합한 주거 형태로 꼽힌다. 특히 청약통장, 부동산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이 없다. 오피스텔과 비교하면 높은 전용률로(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실사용 면적이 넓어 상대적으로 가격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아파트 대비 환금성이 낮고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시 매매가 상승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조경이나 편의시설, 커뮤니티시설 등 주거 여건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격거리 제한이 없어 일조권 확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전용면적 60㎡ 초과 세대가 150호 이상이면 일반 공동주택처럼 경로당과 어린이 놀이터 등 주민공동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주거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非아파트 시장 활성화, 공급난 해소 기대”
정부가 이처럼 면적 기준 완화에 나선 것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통해 쪼그라든 비아파트 시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전세 사기로 빌라 수요가 크게 줄어든 만큼 도심 내 수요가 높은 중소형 평형 ‘아파트형 주택’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도시형 생활주택은 소규모 단지로 상대적으로 공급까지 시간이 짧게 걸리는 만큼 주택공급 공백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공급 대책으로 내놓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대책은 실제 공급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려 공급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빈 땅에 빨리 지을 수 있는 이른바 ‘패스트푸드’식 공급대책”이라며 “이번 규제 완화는 특히 수요가 높은 3~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28~32평형 아파트 구조로 시장성이 있어 시장이 필요로 하는 빠른 공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사기로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난해(1~11월) 비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8138가구로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37.7% 줄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36만5770가구로 13%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향후 주택공급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인허가 수도 비아파트의 경우 지난해(1~11월) 3만3583가구로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29.6% 줄었다. 아파트 인허가도 23만9538가구로 15.5% 줄긴 했지만, 감소 폭이 약 2배에 달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포함한 비아파트 인허가가 도심에 많이 감소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양질의 합리적 주택 임대차 공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공사비 증가, 분양성 등을 고려해 도심 내 분양이 가능한 곳에는 공급자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사업성 낮고 주차난 예상… “편법 공급은 부작용 낳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도시형 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위치도. [대우에스티]](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aa/9a/b9/67aa9ab90378d2738276.jpg)
서울 강남구 개포동 도시형 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위치도. [대우에스티]
실제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총 78가구 규모로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는 미분양으로 만기가 도래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약 20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통째로 공매에 넘겨졌다.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는 수인분당선 구룡역 인근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다. 개일초·구룡중·개포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으며,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이처럼 강남의 ‘노른자 땅’임에도 미분양이 발생한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등 아파트 대비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처럼 생겼지만 아파트는 아니어서 주거의 질도 그렇고, 오피스텔처럼 환금성이 낮은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 아파트도 미분양이 나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높은 곳들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2023년 11월 분양 당시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6700만~7600만 원이 적용돼 전용면적 35㎡ 분양가가 11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건설사들이 한때 우회 수단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낮고 비아파트여서 대출도 어렵다”라며 “수요자 선호도가 낮은 만큼 (공급이 확대되면) 미분양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가 면적 규제를 완화한 대신 주차 대수, 커뮤니티 기준 강화 등 규제를 강화한 만큼 사업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 규제가 없고, 오피스텔에 더 가까운 형태로 인식되다 보니 아파트와 달리 미분양 위험이 더 크다”면서 “공급 대안으로 만든 규제 완화가 실제 대형 평수의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차난 우려도 예상된다. 60㎡ 초과 시 세대당 1대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는 앞서 지난해 ‘1·10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1·10 대책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 300세대 미만의 세대수 제한을 폐지하고 방 설치 제한 규제도 없앴다. 또한 쏘카·그린카와 같은 공유차량 주차 공간 1대 마련 시 일반 차량 주차장 3.5대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즉 공유차량 주차장을 최대로 늘리면 60㎡ 초과에서도 세대당 약 0.29대분의 주차 공간만 마련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오히려 주차난이 심화할 수도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629만8000대다. 인구 1.95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차장 기준 완화는 처음 도시형 생활주택 유형이 생겼을 때부터 우려됐던 부분”이라며 “3~4인용 주택을 늘리는 상황에서 공유차량 주차장을 늘리는 것으로 주차대수를 줄이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모습으로 오히려 주차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나친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면 수요에 맞게 주택을 늘리는 것이 정답”이라며 “건축 요건을 완화해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주택 대용품’을 통해 공급 문제를 편법으로 상쇄하려는 것은 향후 다른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