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호

트럼프發 ‘프로젝트 2025’는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복제판인가

[송승종의 글로벌아이] 놀랍도록 닮은 트럼프와 마오쩌둥의 ‘혁명’

  • 송승종 대전대 특임교수·국제분쟁 전문가

    입력2025-06-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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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무역전쟁 선포에 中 온라인 ‘문혁’ 찬양

    • 트럼프 재선 후 ‘초월적 통치 비전’ 제시

    • 우상숭배-표적 공격-전면적 숙청 닮은꼴

    • 마오의 신격화, 독재적 왕정의 기틀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 ‘데이토나 500’에 MAGA 모자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 ‘데이토나 500’에 MAGA 모자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일’로 명명한 4월 2일(현지 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전면적 무역전쟁’을 선포하자, 미국이 핵심 표적으로 겨냥한 중국에서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인들이 그동안 금기시했던 ‘WG’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WG는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Wenhua Da Geming)’의 약어로 ‘문혁(文革·Wenge)’이란 줄임말을 쓰면 의미가 더욱 도드라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월 13일 ‘미국 정치가 일부 중국인들로 하여금 역사적 금기를 탐구하게 만들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 같은 현상을 전했다.

    ‘문혁’과 ‘프로젝트 2025’

    오늘날 중국에서 문화대혁명 학살에 대한 끔찍한 진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혁’은 ‘천안문’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논의가 일체 금지된, 엄격한 검열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1966년부터 10년간의 문혁 기간에 마오쩌둥이 부추긴 광신도적 ‘홍위병’ 무리에 의해 수백만 명이 고통받았고, 그 가운데 많은 무고한 이들이 죽임을 당했다. 시진핑 집권 후에는 이 용어가 더욱 금기시됐다. 그는 마오쩌둥 시대의 학살 행위에 대한 반성을 ‘역사적 허무주의’라 비난한다. 그런 생각 자체가 중국공산당 권력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온라인에서 이런 용어가 미국 정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경우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 중국 네티즌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행을 조롱하거나 야유할 때 종종 ‘문혁’이란 용어를 대놓고 사용한다. 그런 경우에는 온라인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 일례로 웨이보(Weibo·微博)에서 팔로어가 약 20만 명에 이르는 어느 인플루언서는 “현재 미국은 문화대혁명과 비슷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오쩌둥의 열렬한 옹호자로 알려진 학자 장홍량 같은 인물은 “대중 민주주의 혁명의 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고 흥분했다. 그러면서 “20세기 중국 문화대혁명의 이데올로기적 꽃들이 미국에서 풍성한 혁명적 열매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오쩌둥이라도 이런 소리를 들으면 무덤 속에서 몸을 뒤척일 노릇이다. 

    문화대혁명을 지휘한 전 중국 국가주석 마오쩌둥. 뉴시스

    문화대혁명을 지휘한 전 중국 국가주석 마오쩌둥. 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의 마가(MAGA) 진영과 중국 마오주의 간의 기묘한 연계성을 지적했다. 고율 관세를 혁명적 정의로, 육체노동을 도덕적 정화로, ‘부르주아’ 화이트칼라를 인민의 적으로 비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가 마오이즘’이 문화대혁명의 대중 동원, 반엘리트주의, 이념적 광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주도로 100개가 넘는 보수단체가 참여해 만든 992쪽 분량의 문서 ‘프로젝트 2025’는 “우리는 ‘제2의 미국 혁명(the Second American Revolution·제2의 건국)’ 과정에 있으며 … (만일 성공한다면) 이것은 무혈혁명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결연한 선언으로 시작된다. 또한 “문화적 마르크스주의가 우리 제도를 짓밟은 대장정이 현실로 나타났다”라고 경고하며, “연방정부가 미국 시민과 보수적 가치를 짓밟는 거대한 괴물로 변모했으며, 자유와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보수 지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섬뜩한 동원령을 선포했다. “우리 목표는 출범 첫날부터 ‘행정국가’를 해체하기 위해 조직화·검증·훈련·준비된 보수주의자들로 구성된 시민군을 결성하는 것이다. …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에 충성하는 인사들이 연방 공무원 체계를 재편하고, 법무부·FBI·상무부·연방거래위원회(FTC) 등 핵심 기관에서 당파적 통제를 확립하도록 요구한다.”

    나아가 관료제도의 개혁을 위해 “국토안보부(DHS)와 교육부(DOE)를 포함한 여러 기관이 해체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광범위한 ‘미국판 문화대혁명’의 시작을 예고했다. “모든 포르노를 범죄화하고, LGBT(성소수자를 합해 부르는 단어) 차별에 대한 법적 보호를 제거하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대신에 법무부가 ‘반(反)백인 인종차별(anti-white racism)’을 기소해야 한다.” 

    이처럼 무지막지한 입장은 이민과 사법 집행 분야로도 확장된다. “불법 이민자의 체포·구금·대량 추방을 권고하며, 국내법 집행에 미군을 투입”할 것을 명시하고, “피임용 약품의 우편 발송을 범죄화하도록 촉구”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서문에서 앞으로 시작될 ‘제2의 미국 혁명’에 저항하는 미국인에게는 “독재주의적 청사진의 실현을 위해 정치적 폭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명기한 대목이다.

    미·중 2개 혁명의 닮은 점 3가지

    프로젝트 2025에 의하면, 연방정부의 전면 개혁은 새 행정부의 ‘첫날’부터 시작돼야 하며, 정치적 임명직이 총동원돼 직업적 관료들을 무력화해야 한다. 백악관, 내각 장관, 기관 수장들은 ‘중앙집권적 지휘 구조’를 통해 부처 간 권한 분산이라는 전통적 체제를 대체할 것이다. 특히 백악관 법률고문은 의회·법원·관료 체제 모두에 맞서 대통령 권한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최전방 공격수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은 ‘충성파 인력’의 강화다. 이를 위해 수천 명의 후보자를 수백 개의 직위에 엄선하기 위해 방대한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행정부 전반에 걸쳐 일사불란한 문화적·이데올로기적 유대를 확보해야 한다.

    프로젝트 2025 설계자들은 기관 간 견제·균형을 강조하는 대신, 의회 감독과 주(州) 단위 자치권을 넘어서는 ‘초월적 통치 비전’을 제시한다. 일례로 의회의 당파적 교착상태를 우회하기 위해 행정명령의 적극적 사용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관료는 교체 또는 해임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안보나 경제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핵심 인프라를 국유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처럼 급진적이고 과격한 조치는 ‘이데올로기적 숙청(the logic of ideological purges)’의 논리로 뒷받침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해야 할 문화적·정책적 최우선 순위는 적대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딥스테이트’ 요원들을 관료 체제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이 문서에 의하면 “자율적 관료 체제란 독립된 헌법적 지위도, 별도의 도덕적 정당성도 갖지 않는 집단”이다. 따라서 문화적 강제 수단으로 연방정부 전체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벌어졌던 문화대혁명의 광란극이 60년의 세월과 대륙 간의 지리적 간격을 뛰어넘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거의 복제판처럼 반복되는 듯한 모습은 실로 참담한 아이러니다. 중국과 미국에서 등장한 2개의 혁명은 지도자 신격화, 내부 적대세력 표적화, 광범위한 체계적 숙청 등 3가지로 구분해 비교해 볼 수 있다. 

    첫째, 지도자 개인에 대한 우상숭배다. 마오쩌둥의 신격화 과정은 1940년대 후반, 공산혁명에 성공한 중국공산당이 폐허가 된 국가의 통합 시도와 함께 시작됐다. 초기부터 마오의 초상은 모든 지방의 깃발·책자·건물 벽에 장식됐다. 개인숭배는 하향식으로 기획됐다. 당은 언론·교육·예술을 통제해 마오를 ‘위대한 선장’으로 찬양하며, 무오류의 영원한 존재로 묘사했다. 노래, 시, 대규모 집회에서 그의 업적이 칭송됐고, 학생들은 그의 어록을 암송하고, 지역 작업반은 ‘투쟁 회의’를 열어 비판 대상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했다. 1966년까지 마오의 초상은 천안문 광장을 지배했으며, 이견은 ‘붉은 태양’에 대한 신성모독으로 간주했다. 

    반면 트럼프의 신격화는 국가 기구가 아닌 소셜미디어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MAGA 복음주의자’를 자처하는 트럼프 추종자들은 ‘대통령 결사 옹위’를 위해 사이비 종교집단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늪지대 척결(draining the swamp)’은 성스러운 사명, 대선 구호인 ‘트럼프 2025’를 필생의 과업, 대형 군중집회 참석은 ‘성지 순례’로 각각 묘사됐다. 트럼프의 신격화도 하향식으로 이뤄졌다는 면에서 마오의 방식과 닮은꼴이다. MAGA 모자는 각별한 동질성의 상징이며, 트럼프 지시·명령의 거부는 공화당 진영에서 공천 배제와 지지 철회와 같은 가혹한 처벌로 이어지고, 트럼프의 발언은 무오류의 어록으로 포장된다. 

    마오의 신격화는 혁명적 수사학으로 포장된 독재적 왕정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의 이미지는 정책을 초월해 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의 상징이 됐다. 트럼프 신격화는 아직까지 헌법적 틀 속에서 이뤄지지만, 워싱턴포스트가 4월 29일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입헌 독재’를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입헌 독재를 휘둘렀던 사례는 3차례뿐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군대를 모집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우드로 윌슨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광범위한 비상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는 5월 1일 기준,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무려 140회의 행정명령을 남발했다. 연방기관 해체, 범죄자 사면, 정적에 대한 표적 공격 같은 당파적 용도가 대부분이다. 트럼프-마오는 스펙터클과 상징을 활용했다. 마오의 천안문 광장 집회는 트럼프의 대형 경기장 행사와 비슷하며, 마오의 어록을 담은 ‘붉은 소책자’는 트럼프의 온라인 어록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개인 소유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매체와 판박이다. 마오는 교육과 검열을 통해 충성을 강요하는 일당독재 체제의 시스템을 동원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효율부(DOGE)가 감시국가를 세우려 한다’는 4월 30일자 칼럼에서, 일론 머스크의 DOGE가 수많은 연방 데이터베이스의 개인 데이터를 통합해 방대한 감시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내부 적대세력 공격, 전면적 숙청 메커니즘

    둘째, 내부 적대세력을 겨냥한 표적 공격이다.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의 명시적 성격은 중국 ‘부르주아 요소’에 대한 전쟁이다. 마오는 1966년 당 간부, 지식인, 자본가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배반했다고 비난했다. 목표는 낡은 사고, 낡은 문화, 낡은 풍습, 낡은 습성 등 4대 구습을 척결하는 ‘파사구(破四舊)’였다. 이를 위해 수백만 홍위병을 동원해 ‘계급 적대자’를 식별해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교사·작가·행정관료 같은 피해자들은 공개적으로 ‘반혁명’ 범죄를 자백하도록 강요받고, 신체적·언어적 모욕을 당하고, 종종 투옥 또는 처형됐다. 특히 지주·자본가·지식인들은 ‘기생충’에 비유돼 재산은 몰수되거나 파괴됐다. 혁명의 수사학은 ‘프롤레타리아트 대 부르주아’ 간의 존재론적 투쟁을 강조했다. 마오에 대한 충성이 최종적 시험대가 됐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미국에서 프로젝트 2025는 ‘책임지지 않는 관료 계급’을 주요 적대세력으로 선언했다. 트럼프는 대중집회와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공무원, 과학자, 진보적 학자, ‘워키즘’ 성향의 기업인 등을 ‘내부의 적’으로 낙인찍었다. 행정부는 대학교수·언론인·직업관료를 ‘진정한 미국인’을 음해하는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규정했다.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와 같은 마오의 계급 구분과 달리, 트럼프식 계급투쟁의 수사학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닌 포퓰리즘에 뿌리를 둔다. 그러나 배제 메커니즘은 유사하다. 마오 시대에는 공장·학교·마을에 당 세포가 형성돼 이데올로기적 불순물을 제거하고, 이웃이 이웃을 감시했다. 트럼프의 MAGA 운동은 미국인들에게 연방 공무원의 ‘낭비’나 ‘반역’을 신고하도록 장려한다. 행정명령은 진보적 연구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대학 기부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위협한다. 마오의 문화대혁명에서 사찰 파괴, 학교 폐쇄, 반동분자 숙청 등을 홍위병이 주도했지만, 트럼프의 문화대혁명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예산 삭감, 기후변화 보조금 취소, 공무원 대량 숙청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험의 수준은 약간 다르다. 마오의 문화대혁명은 존재론적 폭력으로 이어져 약 200만 명이 사망했다. 트럼프의 문화대혁명에서는 연방정부 직원 수천 명이 쫓겨나거나 조사받았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물리적 폭력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 마오의 문화대혁명은 그의 죽음과 덩샤오핑에 의한 대세 반전으로 끝났다. 트럼프의 계급투쟁도 반대 세력이 권력을 되찾으면 역전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유산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거나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수십 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셋째, 전면적 숙청의 메커니즘이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기간에 전면적 숙청을 위해 ‘고발, 투쟁, 근절’이라는 3단계 메커니즘을 사용했다. 마오쩌둥의 1966년 선언은 홍위병들이 공개 포럼에서 ‘반혁명분자’를 고발하도록 허용했다. 투쟁 회의는 무릎 꿇리기, 구타, 이데올로기적 범죄에 대한 자백의 강요 등으로 표적들을 무력화했다. 근절 단계에서 피해자들은 농촌 ‘재교육 노동’에 보내지거나 투옥·처형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 숙청도 마오의 3단계 모델을 따랐다. 1단계(고발)로 프로젝트 2025는 직업공무원과 전문가들을 불법적(책임지지 않는) ‘관리 계층’으로 규정하고, 폭스뉴스 같은 보수 언론은 연방정부의 낭비 사례를 집중 보도하고, 트럼프의 트윗은 극단적 기관들을 비판했다. 2단계(투쟁)에서 일론 머스크의 DOGE는 필수적이지 않은 직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대량 해고명령을 내렸다. 3단계(근절)는 인력 재배치와 예산 삭감을 통해 진행됐다. 국제개발처(USAID) 사무소처럼 기관 폐지, 연구 예산 삭감, 교육부·국무부 등 기관 해체·감축 위협으로 숙청 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노동 수용소로 추방된 사람은 없었지만, 수많은 직업공무원이 자신의 분야에서 추방되고, 연금 혜택과 인적 네트워크에서 단절됐다.

    미국과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모두 충성 분자에 의존했다. 마오의 홍위병에게는 이데올로기를 감시하는 권한이 부여됐다. 트럼프는 주로 사설 계약업체와 충성파 하이테크 전문가로 구성된 머스크의 DOGE 직원을 앞세워, 해고 실행, 이메일 모니터링, ‘효율성’ 지표 공개를 담당하게 했다. 각각의 경우 집행자들은 최고 지도자에게 직접 보고했다. 홍위병은 마오에게, 머스크는 DOGE 참모들을 경유해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수직적 명령 체계는 정상적 감시 메커니즘을 우회했다. 중국공산당의 간부 임명과 별로 다를 것 없이 트럼프는 상원 인준 절차를 무시하고 머스크를 DOGE 수장으로 임명하고, DOGE 직원들은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마오의 홍위병과 머스크의 DOGE

    미국과 중국 문화대혁명의 공통점은 동일한 청사진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적대 그룹 식별, 충성스러운 집행기관 강화, 고발·추방의 신속한 반복, 선전·선동(프로파간다)을 통한 숙청의 지속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공히 전문성을 충성심 테스트로 대체함으로써 통치력을 약화한다. 두 개의 혁명에서 반대자들은 공포에 떨었고, 지지자들은 ‘정의의 숙청’이라는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마오의 숙청은 중국 경제의 불안정, 지적 기반의 파괴, 수십 년에 걸친 트라우마의 상처를 남겼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의 숙청이 어떤 후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4월 23일자 칼럼 ‘새로운 태양왕(The new Sun King)’에서 ‘순백색’을 연상시키는 백악관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집무실을 온통 ‘황금색’으로 도배한 트럼프의 특이한 취향을 꼬집었다. 많은 평론가는 트럼프가 집무실을 로코코풍의 금박으로 장식하고 자신의 임기를 ‘황금기’라고 반복해서 자화자찬하는 것은 ‘태양왕’ 루이 14세를 흉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의하면 트럼프가 정치적 및 미학적으로 건설하려는 세계는 루이 14세의 세계와 일치한다. 그는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꽃병, 천사 조각상, 벽난로, 문고리에 달린 거울, 역대 대통령 사진 등 20여 점의 액자, ‘TRUMP’가 새겨진 대형 문진 등 집무실의 거의 모든 집기·물건을 황금색으로 장식했다. 이러한 노골적 과시욕은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자세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는 공화주의적 절제보다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꿈꾸며 자신이 ‘21세기 태양왕’인 것처럼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2차 대륙회의에서 13개 식민지 대표가 미국 독립선언문 초안에 서명하는 모습을 그린 존 드럼불의 작품 ‘독립선언’. 위키피디아

    제2차 대륙회의에서 13개 식민지 대표가 미국 독립선언문 초안에 서명하는 모습을 그린 존 드럼불의 작품 ‘독립선언’. 위키피디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에 지명된 각료 22명의 면면을 일일이 평가하면서 “미국의 전통적 내각보다는 북한 장군들의 집단과 훨씬 더 닮은꼴”이라고 일갈했다. 칼럼이 분석한 미국-북한의 관련성은 황제 권력, 일당 독재, 절대 복종, 맹목 충성, 개인숭배 등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마오쩌둥을 넘어 북한 김정은과도 연결될 수 있는 비범한 특성을 고루 겸비한 지도자인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고, 미국이 대영제국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려 1775년부터 8년간 독립전쟁을 치렀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트럼프 기행과 일탈, 독립선언 배신 행위

    1300자 분량의 ‘미국 독립선언문’은 새로 건설하려는 독립국의 비전이 담긴 청사진이라기보다, 당시 대영제국 군주였던 조지 3세를 상대로 늘어놓은 갖가지 불평불만의 기다란 목록에 가깝다. 여기에는 식민지 입법권 찬탈, 사법권·행정권 남용, 무역 단절, 동의(대표) 없는 과세,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선언문은 계몽주의 사상을 반영해 모든 사람이 생명·자유·행복 추구 같은 ‘양도 불가’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이런 보편적 권리를 침해하는 정부나 군주는 정당성을 상실한다. 그래서 “그런 정부를 변경·폐지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독립선언문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에 따라 궁극적 권력의 원천이 군주·정부·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음을 명확히 천명한 것이다.

    미국 독립선언서. 위키피디아

    미국 독립선언서. 위키피디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기행과 일탈은 독립선언을 배신한 행위나 다름없다. 즉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판 문화대혁명’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조지 3세 국왕의 절대 권력에 항거하고,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한 건국이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때 아닌 ‘태양왕’ 흉내를 내며 백악관을 온통 황금색으로 도배질해 자신의 과시욕을 드러내고, 맹목적 충성과 절대적 복종을 강요하는 트럼프의 퇴행적 스타일은 자신의 위상을 마오쩌둥-시진핑-푸틴-김정은의 반열로 끌어내리는 자기 파멸적 행위에 가깝다. 

    트럼프가 재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국력 역전의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추세가 다시 뒤집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일례로 포린어페어즈(FA)는 2월 6일자 기고문 ‘중국의 트럼프 전략’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무모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저하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여전히 중국의 “역사적 운명이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어쩌면 트럼프는 중국인들에게 시진핑이 그토록 그리던 ‘중국몽’을 실현해 준 최고의 은인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MAGA는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꼴”이라는 ‘사우스차우나모닝포스트’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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