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키워드 ‘공소취소 심판’ ‘장동혁 극복’ ‘당대표 대리전’
“희망 불씨 지켰다” 자평한 張, 도운 곳마다 패배
‘진짜 정치인’ 된 韓, ‘배신자’ 프레임 극복이 과제
당장 복당? 시간 두고 거리 좁혀야 吳와 승부 가능
앞으로의 몇 달이 2년 후 총선 향배 가름할 것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가운데)은 이번 선거로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에 대해서는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동아DB
첫째 ‘공소취소 심판 선거’였다. 4월 30일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는 선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국민의힘 선방의 근원이 됐다. 둘째, ‘장동혁 극복 선거’였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장동혁 대표 행보에 노심초사했다. 현장에서 장 대표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셌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셋째, ‘당대표 대리전’이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노골적 공천과 행보를 펼쳤고, 장동혁 대표도 선거 판세 전환을 위한 전략 구사보다 독자적 행보만 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사실상 민주당의 패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지지율 등 모든 지표에서 민주당 압승이 당연한 선거였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장동혁 지도부의 ‘절윤’ 거부로 인한 갈등,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 파행 등으로 ‘공소취소 특검’ 전까지 현장에서 뛰는 후보들이 선거를 포기하는 심정으로 당 지도부를 향해 아우성을 터뜨렸다.
지선 키워드, 공소취소 심판·장동혁 극복·당대표 대리전
판세 변화가 감지된 건 3월 20일 민주당의 조작기소 국정조사 때부터다. ‘연어 술파티 회유’ 등의 주장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실체 없음이 밝혀졌고, 민주당 의원들의 수원지검 앞 편의점 술파티 재연 해프닝 등으로 집권당의 불신이 쌓여갔다.급기야 4월 30일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이 국회에 제출되며 바람이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이 특검법으로 기사회생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고, 경북을 비롯해 대구와 경남, 서울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정부의 과도한 스타벅스 불매운동 개입은 선거 막판 2030의 공분을 일으키며 정권 견제에 힘을 실었다는 게 대체적 중론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와 경남은 선거 초기 패색이 짙었으나 공소취소로 인한 보수 결집으로 승리했고, 서울은 장동혁과 거리 두기로 중도를 잡고 ‘감사의 정원(6·25전쟁 참전국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세운 조형물)’으로 강성 보수까지 결집시키는 가운데, 부동산과 인물론 극대화 전략으로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다. 함께 치러진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는 보수 재건의 강한 명분과 지역 밀착 전략, 평택을 재선거는 여권 후보 간 이전투구와 바닥표 훑기 전략이 판세를 갈랐다.
민주당의 내란심판 공세에 당 해체까지 거론되던 국민의힘은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광역단체장 12대 5가 4대 12로 바뀐 건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결과다.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게 선거에 나섰고, 오직 현직 후보들의 개인기에 의존했다. 대구는 공천에서, 부산은 현직 시장 컷오프에서 위기가 시작됐다. 보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3자 대결로 패배한 울산의 결과도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가 원인이었다.
큰 격차가 났던 지역을 경합지로 만들고, 서울과 영남 3곳을 이긴 건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오만한 데 따른 반대급부였다. 이는 정권의 폭주를 막으라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와 보수 회생의 불씨를 살려줬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에 변화의 압박과 회생의 기회를 동시에 준 것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41.8%, 국민의힘 41.1%로 딱 붙은 결과가 나왔다(무선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5%포인트,이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전인 2025년 3월 1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선 국민의힘 42.7% 민주당 41.0%였다.
국민의힘 ‘절윤’ 갈등과 공천파동 등이 겹치며 올해 3월 3주차 조사에서 민주당 53.0%, 국민의힘 28.1%로 크게 벌어졌다가 다시 지난해 3월 탄핵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국민의힘을 떠났던 중도 보수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국민의힘은 과연 이를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희망 불씨 지켰다” 자평한 張, 돕는 곳마다 패배
선거 직후 장 대표는 “희망의 불씨를 지켰다” 자평하며 책임론 선긋기에 나섰다. 선거 후 연이틀 의총에 불참하고 국회 본회의마저 불참하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투표용지 부족 사태 시위 현장에 달려갔다. 지방선거 책임론을 차단하며 당내에서 번지고 있는 사퇴 압박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문제는 사퇴론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표면적이긴 하지만 장 대표가 관여한 지역이 모두 패배했다. 장동혁 거리 두기를 펼친 오세훈, 장동혁 지도부에 의해 제명된 한동훈, 당의 지원 없이 집권당 김용남과 대선후보급 조국과 홀로 싸운 중도 보수 유의동의 승리는 장동혁 체제가 더는 지탱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결과이며,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적 압력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에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첫째, 성찰과 혁신이다. 기사회생했지만 당의 변화와 쇄신을 더는 거스를 수 없게 됐다. 당을 쇄신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늘 갈등하다 선거 목전에 보여주기식 면피용 쇄신 방안들을 내놓으며 불신만 가중했다. 국민의힘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보수 이념과 이에 연동하는 노선 실패에서 기인한다. 보수당은 2004년 박근혜를 앞세운 ‘차떼기’ 극복 이후 경제 양극화와 삶의 질 선진화를 위해 ‘공동체 자유주의’를 새로운 보수 이념으로 세우며 10여 년 보수 우위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친이·친박 간 권력 다툼을 하다 2번 탄핵을 당했고, 상대 실책에 기대 겨우 버텨오고 있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권의 오만이 아니었다면 15대 1의 참패는 현실이 됐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보수당이 새로운 이념과 노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오히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복지 증세’ ‘따뜻한 보수’ 노선을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하며 본격적인 보수 분열이 시작됐다. 보수는 정파 간 합의된 이념적 공통분모 없이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한쪽을 제압하는 방식의 인위적 갈등 봉합과 전략 부재의 권력 경쟁에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졌고, 이는 접전지에서 5%포인트 이내의 패배로 이어지며 민주당이 압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준석과 한동훈을 제명하며 인위적 갈등 봉합을 시도한 것에서 볼 수 있듯, 2016년 총선 이후 매번 선거가 끝나면 냉철한 반성과 평가로 새로운 노선과 전략을 설정하기보다 이기면 기득권 안주, 지면 책임 떠넘기기로 다음 선거에서 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공론과 합의를 통한 새로운 노선과 의제 설정 없이는 지난 2번의 총선에서 얻은 100석 언저리 의석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 쇄신과 통합이 아닌 보수 내 정파와 계파가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노선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통합하면 되는데, 이를 방기해 오고 있다.
둘째, 변화를 이끌며 기회를 되살리는 유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보수의 위기는 ‘무능함’이 본질이다. 과거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끌었던 보수가 쇠락하며 유능한 리더십도 사라졌다.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쇄신을 기대했던 장동혁 리더십은 이번 선거를 통해 평가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장동혁 극복 선거’였다. 많은 후보가 장동혁과 거리 두기를 선거 전략으로 삼았다. 서울은 거리 두기로 성공했다. 부산은 장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저변에 넓게 깔려 있는데다 한동훈이 부산 북구갑에서 중도 바람을 일으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는 보수 결집의 한계를 노정하며 ‘힘 있는 집권여당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2.6%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진짜 정치인’ 된 韓, ‘배신자’ 프레임 극복이 과제
보수가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최대 성과는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 2명을 얻은 것이다. 오세훈은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5선 서울시장이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썼다. 20여 년 정치 경륜에 2030의 압도적 지지도 얻어내며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가장 큰 화제는 한동훈의 생환이다. 한동훈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진짜 정치인’이 됐다. 북구 주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싸움꾼’ 거부감을, ‘찰밥 할머니’를 통해 ‘강남스타일’의 거리감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일부 강성 보수층의 거북함도 일정 정도 벗겨냈다.
5월 10일 한동훈 부산 북구갑 무소속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찰밥 할머니’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친명·친청 간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 전월세 대란 속에 대통령 지지율도 급락했다. 국민의힘에는 기회지만 이는 당의 쇄신과 리더십 안정이라는 과제를 잘 해소했을 때만 살려낼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갈등을 수습하며 당정을 결속하고, 국민의힘이 당대표 사퇴와 한동훈 복당 문제로 혼란을 겪는다면 모처럼 잡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수 있다. 더구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야기된 부정선거와 재선거 이슈는 새로운 보수 분열 빌미가 돼 지방선거 때 국민이 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가장 큰 걸림돌은 선거 평가를 거부하고 부정선거와 재선거에 올라타 여전히 강성층에 소구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장동혁 대표다.
6월 10일 당권파로 꼽히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새 원내대표에 올랐다. “우리에게 계파도 분열도 대립도 있을 수 없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방선거 민의에서 확인된 당의 쇄신 요구,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려는 집권당의 폭주, 점점 커져가는 장동혁 사퇴론과 한동훈 복당 등 풀어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 장동혁 리더십으로는 혁신도 당의 영향력 제고도 난망해 보인다. 많은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 현장에서 장 대표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의 구심이 없는 가운데 과연 정 원내대표 체제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산적한 난제를 슬기롭게 해소해 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달의 시간이 2년이 채 남지 않은 총선의 향배를 가름할 것이다.




















![[시마당] 늑골](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a/33/b9/b4/6a33b9b40588a0a0a0a.jpg)
![[영상] 7년 만의 북‧중 정상회담, 곳곳에 드러난 혈맹 균열의 신호](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a/32/44/58/6a32445811c0a0a0a0a.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