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범진보 이탈, 전국 확산 계기 조짐

[Special Report┃與野 권력구도, 격랑 속으로] 데이터로 본 민심-‘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쏘아 올린 공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입력2026-06-1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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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더’로 갈라졌던 2030, 이재명 정부 비판 한목소리

    • 선거 전 60%대 대통령 지지율이 불러온 착시현상

    • 격전지 ‘명픽’ 후보들, 대선 때 이재명 득표율에 갇히다

    • 정청래·장동혁 심판 선거…조국, 이준석도 패자

    6월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 부족 사태 촉발로 청년들이 개표장인 올림픽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여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고 있다. 동아DB

    6월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 부족 사태 촉발로 청년들이 개표장인 올림픽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여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고 있다. 동아DB

    6·3지방선거 개표는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대혼전의 연속이었다. 4일 새벽까지 서울시장, 경남도지사, 경기 평택을 재선거 등 여러 곳에서 당락이 결정되지 못했다. 최종 결과를 지켜보느라 아침까지 잠 못 들게 했던 범인은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였다. 선거일 3∼4개월 전부터 마구 쏟아진 대다수 여론조사는 보수 결집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수백억 원을 들인 방송 3사의 출구조사도 오차범위 안팎에서 광역단체장, 재보선 등의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6·3선거에 드러난 표심은 기존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를 철저히 농락한 셈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한국 정치와 사회에 끼친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정치 분야에선 이재명 정부의 지지기반이 취약해졌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간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40∼50대와 20∼30대 여성의 흔들림 없는 지지 덕분이었다. 여기에 일부 60대 이상도 가세했다. 그러나 선거 이후엔 범(汎)보수진영의 역동성이 매우 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이 대통령 대항마로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특히 6·3선거를 계기로 20∼30대 여성층에서 기존 ‘젠더’ 인식이 희미해지면서 이 대통령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여론조사의 공정성 논란과 함께 출구조사 무용론도 확산했다. 선거일 투표 마감 직후인 저녁 6시 출구조사결과 발표는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대형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번엔 최악의 민폐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6월 3일 투표 종료 시점에 발생한 잠실7동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20∼30대의 큰 반발을 샀다. 청년들은 퇴근 후 잠실로 모여들어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6·3선거의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20∼30대의 범진보 이탈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6·3선거에 나타난 주요 특징과 함께 향후 우리 정치와 사회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허니문’ 끝난 이재명 정부, 험난한 국정 예고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던 20~30대 여성의 이탈은 이번 지방선거의 큰 특징이다. 서울시장, 대구시장 선거 등 일부 지역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를 고려하면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20∼30대 여성의 지지와 연관이 깊다. 유권자의 약 36%를 차지하는 40∼50대, 또 15% 남짓인 20∼30대 여성, 60대 이상에서도 10% 안팎이 여권에 우호적이었다. 모두 합하면 전체 유권자의 대략 60% 수준이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들 우호 세력을 기반으로 지난 1년간 국정 독주를 지속했다. 이런 정치 환경은 지선 전까지만 해도 범보수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지선 후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6월 8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무선 가상번호 ARS 여론조사(응답률 5.8%,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50.4%로 나타났다. 부정은 45.7%이다. 선거 직전 23차(5월 26∼27일)에선 긍정 59.8%, 부정 35.2%였다. 

    KSOI 여론조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지방선거 전후 20∼30대의 이 대통령 지지율 변화다. 다른 세대에선 변화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선거 전 18∼29세의 경우 선거 전엔 긍·부정이 엇비슷했다. 그러나 선거 후엔 부정이 62.3%로 긍정(28.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30대는 선거 전엔 긍정이 55.9%로 부정(39.3%)보다 꽤 높았다. 그러나 선거 후엔 부정이 59.9%로 긍정(34.8%)을 압도했다(<그래프 1> 참조). 

    전국 단위 선거에서 20∼30대 남녀가 다른 투표 성향을 보인 것은 지난 2022년 대선부터다. 그전엔 남녀 모두 대체로 범진보 정당에 투표했다. 젠더 갈등이 격화하면서 남성은 국민의힘, 여성은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다. 그해 지방선거,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까지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했다.

    2030 남녀, 다른 정당 지지하다
    이재명 정부 비판 한목소리

    KSOI 여론조사에 나타난 20∼30대의 지지율 변화는 극적이다. 20∼30대의 남녀가 지난 지방선거를 계기로 ‘젠더’ 대신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동조화한 것이다. 20∼30대 여성의 범진보 이탈은 우리 정치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 우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한층 취약해질 수 있다. 유권자의 60%에 달하던 여권의 우호 세력이 45% 안팎으로 쪼그라들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범보수의 우호 세력은 50%를 넘기게 된다. 이재명 정부의 ‘허니문 기간’이 6·3선거를 계기로 끝나게 되는 셈이다. 선거 이전처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국정 독주는 쉽지 않다. 그뿐 아니라 민주당은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20∼30대 여성의 이 대통령 지지 이탈 원인은 몇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젠더 이슈’의 약화다. 10여 년 전 젠더갈등이 격화한 것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중에서도 교육, 취업에서 나타난 10∼20대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그러나 지금 청년의 실상은 남녀 모두 어렵다. 절대적 박탈감이 상대적 박탈감을 상쇄하고 있는 국면이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도 20∼30대의 박탈감을 심화하고 있다. 대기업의 N% 성과급 논란, 노조 중시, 증시 부양, 정년 연장 등은 40∼50대가 주로 혜택을 보는 국정 현안이다. 선거 막판 터져 나온 ‘스타벅스 사태’도 한 원인이다. 스타벅스는 20∼30대 여성들이 애용하는 곳 중 하나다. 이들에게 이 대통령의 이념적 대응은 과도한 민간기업 공격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게다가 잠실7동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결정타가 됐다. ‘참정권 침해’ 비판의 중심엔 20∼30대가 있었다. 잠실 집회 현장엔 청년 세대 수만 명이 몰렸다. 나아가 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 등 전국의 20∼30대가 잠실 집회에 공감하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20∼30대의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 이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여론조사, 출구조사가 빗나간 이유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는 대부분 빗나갔다. 여론조사 업체 ‘에스티아이(STI)’는 주요 격전지에 대해 수백 개의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예측 득표율을 공개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민주당 후보를 단 한 차례도 앞서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3월 초, 4월 중순엔 정 후보가 오 후보를 18%포인트 안팎으로 앞서기도 했다. 6월 3일 마지막 예측 득표율에서도 정 후보가 4.2%포인트 앞섰다(<그래프 2> 참조).

    다자 구도로 치러진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도 마찬가지다. 김용남 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혁신당) 후보가 번갈아 가며 선두를 지켰고,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는 줄곧 3위에 머물렀다. 김 후보가 5월 중순까지 선두를 지켰고, 이후엔 조 후보가 1위로 치고 올라왔다. 지난 6월 3일 마지막 예측 득표율에선 조 후보, 김 후보가 선두를 놓고 박빙 접전을 벌였다. 유 후보는 조 후보에 4.2%포인트 뒤졌다. 서울시장 선거, 경기 평택을 재선거는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도 여론조사와 같은 오류가 그대로 재현됐다(<그래프 3> 참조).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가 빗나간 가장 큰 원인은 역설적으로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있다. 선거 이전 이 대통령 지지율은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60% 안팎을 오갔다. 여론조사에선 ARS 방식보다 전화 면접조사가 틀린 경우가 훨씬 많았다. ARS와 전화 면접조사는 질문 설계가 다르다. ARS의 질문은 후보와 정당 지지율 등으로 간단하게 구성돼 있다. 질문 수가 많고 복잡하면 응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전화 면접조사의 질문은 후보와 정당 지지율 외에 이 대통령 지지율, 주요 현안 등을 포함한다. 심지어 어떤 전화 면접조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당대표 수행 평가를 넣기도 했다. 이런 방식의 질문 설계는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실제보다 부풀리게 할 개연성이 있었던 셈이다.

    대선 득표율에 갇힌 격전지 ‘명픽’ 후보들

    민주당의 압승이 예견됐던 것은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60% 안팎에 달하는 이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재보선의 주요 격전지에선 대통령이 선택한 이른바 ‘명픽’ 후보들이 2025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이 후보는 서울에서 47.1%를 득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6%,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9.9%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 후보의 득표율은 48.7%였다. 대선 당시 이 후보의 득표율에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에 비해 오 후보는 49.22%를 득표해 대선 때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표를 대부분 흡수했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1.26%였다.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의 부산 북구 득표율은 41.44%였다. 하 후보의 득표율은 대선 때 이 후보를 넘지 못한 것이다. 반면 한동훈 무소속,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42.96%, 15.76%를 득표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김 후보(50.19%), 이 후보(7.44%)가 부산 북구에서 기록한 득표율보다 되레 늘어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성남시장 선거에서 김병욱 민주당 후보는 48.68%를 득표해 낙선했다. 김 후보는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고 이 대통령의 핵심인 ‘7인방’으로 불린 인물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성남 득표율은 49.58%였다. 이번 성남시장 선거에서 신상진 국민의힘 후보는 50.3%의 득표율로 김 후보를 꺾고 당선했다.

    정청래·장동혁 여야 대표 심판 선거

    이번 6·3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여야 대표가 모두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전북지사에 당선함으로써 잠시 안도감을 가졌다. 그러나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날 오후부터 6·3선거 책임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 후보의 51.22% 득표율은 김관영 후보(41.7%)를 앞섰지만 김 후보가 거둔 무소속 지지율은 호남 선거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높은 득표율이었다. 

    민주당은 호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고전했다. 전남 강진·광양·완도 등 3개 시·군에선 무소속 후보가, 장흥과 신안 2개 군에선 혁신당 후보가 당선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 호남에서 민주당 결집의 이완, 경기 평택을에서 범진보의 패배 등이 겹치면서 정청래 책임론이 거세졌다. 차기 당대표를 노리는 김민석 총리, 인천 연수갑에서 당선한 송영길 의원은 정 대표 책임론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입지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장 대표는 부산, 울산, 강원 등 보수 텃밭을 내줬다. 특히 이들 지역에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선거 지원에 나섰음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울산에선 공천 논란의 여파로 보수성향인 김두겸 국민의힘 후보, 박맹우 무소속 후보가 나란히 출마했고 범진보와 달리 후보단일화에도 실패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충청의 광역단체장 4곳도 모두 내줬다. 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장동혁 퇴진론과 별개로 범보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조국 후보는 경기 평택 재선거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조 후보는 선거 이전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김용남 후보와 함께 오차범위 안팎에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유의동 후보가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조 후보와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과거 선거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다자 구도에선 유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2025년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경기 평택시 득표율은 약 39%였다. 그리고 2024년 총선에서 정우성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약 45%였다. 이를 고려하면 보수성향 후보들의 득표율은 최소 40% 수준으로 추산할 수 있다. 실제 개표 결과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보수성향인 유 후보(34.83%)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6.19%)의 득표율 합은 41%였다.

    조 후보는 여론조사를 너무 믿었거나, 아니면 속았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평택을 패배로 조 후보와 함께 혁신당 앞날도 어두워졌다. 혁신당은 국회의원 12석으로 원내 3당이지만 사순문 장흥군수, 김태성 신안군수 등 39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41명이 당선한 진보당(국회의원 4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게다가 조 후보에 우호적인 민주당 정 대표의 입지도 불안하다. 조 후보와 혁신당은 2028년 총선까지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6·3선거의 최대 패자다. 국회의원 3석으로 원내 5당인 개혁신당의 성적은 참혹하다. 190명이 출마했으나 기초의원 단 1명만 당선했다. 개혁신당은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를 거부했다. 이는 국민의힘 참패를 전제로 선거 이후의 보수 재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거 전략을 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선전으로 이 계산은 빗나갔다. 경기, 부산 등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했다면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범보수의 거부 정서는 한층 더 강해졌다. 이 대표에겐 배신자 이미지 때문에 정치적 활로를 찾지 못하는 유승민 전 의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대표의 ‘절대무기’인 청년 대표성도 약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30대 남성의 지지가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 시장이 당선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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