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인천지역 대선후보 경선이 이회창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4월13일 저녁, 최병렬 후보 캠프에 있는 최구식 언론특보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안하지만 단독 인터뷰 대신 다른 잡지 기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애당초 ‘영남 출신의 원조보수’로 나선 최병렬 후보의 바람이 인천에서 미풍으로나마 나타나리라고 예상하고 인천 경선이 끝난 다음날인 4월14일 오후에 인터뷰일정을 잡아놓았지만 첫 경선 결과가 너무 처참하게 나왔던 것. 4월14일 오전 12시 서울 여의도 맨해턴 호텔의 중식당에서 최병렬 후보를 만났다.
-최후보가 아무리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었다지만, 언론이 그렇게 대대적으로 선전해준 ‘최풍’이 너무 미약했던 것 같습니다.
“인천지역 지구당이 11개인데 8개는 이회창계고 3개가 이부영계입니다. 이부영씨가 지난번에 원내총무하면서 공천심사위원회에 들어가 3명을 추천해준 겁니다. 아무튼 두 사람은 지구당 커넥션이 있으니까 유권자들을 자유롭게 접촉해서 홍보하고 지지를 부탁하는데, 내 경우는 지구당 순방 자체가 금지되다보니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내가 4월5일에 경선후보로 등록했는데 이미 4월3일에 등록을 마감했기 때문에 바람이 일 근거가 없어요. 홍보물도 대회 당일에 경선 현장에서 나눠주기 때문에 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전화 한통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참모들이 ‘인천 경선은 건너뛰자’고 건의하기도 했어요. 이회창과 이부영 두 후보가 8 대 3으로 나눠먹는 조직선거에 내가 낄 틈이 없다는 거지요. 맞는 말인데, 내가 엊그제까지 당의 부총재를 한 사람으로 자신의 유불리만 따질 수 없어서 참여한 겁니다.”
-그나마 최풍이 불 수 있는 근거는 국민선거인단인데 이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투표율이 61%인데 그러면 당원이나 대의원들은 50% 가까이 참석했을 것이고 나머지 선거인단은 10여% 정도만 참석했을 것인데, 이런 조직선거를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라고 하는 것은 사기입니다. 대의원들에게 미리 전화하고 투표에 참여하는 날에도 버스안에서 이회창 지지하라고 하는 등 철저히 줄세우기 조직선거였습니다. 경선장에서 이회창 후보가 연설할 때 환호하는 것 보세요. 완전히 동원선거예요. 그게 추대대회지 경선입니까.”
-국민참여 경선이 되려면 각 후보들이 동등하게 선거인단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충분히 모을 시간이 있습니까.
“나는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참여했는데 해놓고 보니 인천 등 5개지역은 이미 끝난 상태이고,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도 거의 임박했어요. 김문수 사무부총장에게 이야기해서 이틀씩 연기하긴 했는데…. 이틀동안 무슨 수로 나를 지지할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내겠습니까.”
-결국 조직선거로 인해 당 바깥의 민심이 경선에 반영될 길이 없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이회창 대세론’에 취해 4년동안 자나깨나 이회창 합창만 불렀어요. 이게 뒤집힌 게 불과 3, 4주 전 아닙니까. 냉정하게 판단하면 올해 대선은 끝난 게임입니다.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제가 나온 겁니다. 여당하다가 야당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어렵습니다. 고난의 길입니다. 그래서 이회창 후보를 통해 다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비원이 깔려 있습니다. 당외 사람들을 만나면 ‘이제 이회창으로는 정권교체 끝났다’고 하는데, 당내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가 뭉치면 무슨 수가 있지 않겠나’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조금만 사리가 있어도 알 수 있어요. 우리 한나라당에서 하는 전화자동응답 여론조사에서도 경남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50%를 넘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50%가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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