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망 연결돼 해킹 가능 vs 22대 총선 전 망 분리
위조 투표지 투입 가능 vs 투입 시 흔적 남아
선거인명부 해킹 가능 vs 지자체에 원본 있어
가짜 사전투표지 인쇄 가능 vs 동일 투표지는 불가능
사전투표소 통신장비 해킹 가능 vs 내부 조력자 필요
개표 기기 해킹 가능 vs 수검표 병행
비번 12345, 中 연관 vs 부주의 인정하나 중국 관련 無
中 일대일로 국가에 투·개표기 수출 vs 민간 직접 계약
수상한 투표지 다수 발견 vs 불량 투표지일 뿐
대북 송금 연관 기업과 협업 vs 허위사실유포 고소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DB]](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4/3b/57/67b43b570ab7d2738276.jpg)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DB]
지금의 부정선거론은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맞붙은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을 계기로 촉발됐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기대와 달리 문 후보가 패배하면서, 원인을 개표 부정으로 돌린 탓이다. 특히 방송인 김어준 씨가 2017년 영화 ‘더 플랜’에서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루며 기름을 부었다. 그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라며 “투표소 수개표로 개표 부정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이 ‘개표 부정론’에 빠졌다면 보수 진영은 ‘사전투표 부정론’에 격분하고 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낸 선거무효 소송이 시발점이다. 민 전 의원은 투표지 위조, 선관위 서버 해킹 등으로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2년 2개월간 재판 끝에 대법원은 기각판결을 내렸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이미 해당 주장이 보수정당 지지자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믿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자필 편지에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도 이른바 ‘부정선거 10대 의혹’을 제기했다. 2023년 10월 10일 발표된 국가정보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합동 보안점검이 주된 근거다. 당시 국정원은 “해커가 개표 결과를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기술적으로는 선거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과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 공방’을 소개한다.
북한·중국의 선관위 투개표 조작 의혹 제기
![2024년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관 중인 사전투표함. [동아DB]](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4/3b/bd/67b43bbd25e3d2738276.jpg)
2024년 4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관 중인 사전투표함. [동아DB]
윤 대통령 측은 가장 먼저 ‘해킹 및 투개표의 전반적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관위 시스템의 내·외부망이 분리되지 않아 외부 침투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전산망은 △인터넷망(외부망) △업무망 △선거망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업무망과 선거망은 내부망으로 각각 선거사무 관리, 투표 지원 등에 사용된다. 2023년 점검 당시 망 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외부망을 통한 내부망 침투가 가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한국은 물론 북한, 중국의 외부 세력이 투개표 조작의 목적으로 선관위를 해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는 과거 내·외부망이 연결됐던 문제는 인정하면서 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 전 분리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다만 내부망 간 망 분리는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망과 업무망의 완전한 물리적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② 위조 투표지 투입 가능 vs 투입 시 흔적 남아
부정선거 의혹의 핵심 무대는 사전투표다.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사전투표에 초점이 맞춰져 공방이 오갔다. 윤 대통령 측은 “사전투표함에 자물쇠를 꽂은 것처럼 돼 있고 거기에 검은 종이를 씌웠는데, 양쪽으로 그걸(자물쇠를) 뺄 수 있게 돼 있다”며 위조 투표지의 투입을 우려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함은 투표관리관과 참관인이 서명한 특수봉인지로 봉인되고 투표 참관인과 정복을 한 경찰 공무원의 동반하에 관할 선관위로 인계한다”고 해명했다. 이후 사전투표함은 출입이 통제된 장소에 보관되며, CCTV로 24시간 촬영하는 만큼 위조 투표지 투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③ 선거인명부 해킹 가능 vs 지자체에 원본 있어
사전투표함이 봉해지기 전에 ‘가짜 표’가 들어가게 할 수는 없을까. 윤 대통령 측은 유권자 정보가 기록된 선거인명부 시스템을 해킹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국정원 보안점검에서 △사전투표자를 투표하지 않았다고 표시, △사전투표하지 않은 자를 사전투표자로 표시, △유령 유권자 등록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2월 11일 탄핵심판 공개변론에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은 ‘점검 당시 선거인명부를 바꿀 수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과거 보안이 취약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제도적 통제 장치’가 작동한 만큼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본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2월 11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선거인명부는 지자체장이 확정해 선관위에 자료를 준다”며 “서버 자료를 변경해도 교차 검증을 하면 문제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원본(지자체 선거인명부)이 있는 만큼, 위변조가 쉽게 확인된다는 것이다.
④ 가짜 사전투표지 인쇄 가능 vs 동일 투표지는 불가능
윤 대통령 측은 사전투표지의 무단 인쇄가 가능했다는 사실도 문제 삼았다. 국정원은 보안점검 당시 “선관위의 청인(廳印·선관위 도장)과 투표소 사인(私印·투표 관리관 도장) 파일을 탈취했고, 테스트용 사전투표 용지 출력 프로그램이 엄격히 통제되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가짜 투표지를 인쇄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전투표 용지 QR코드에는 선거명·선거구명·관할선관위명·일련번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선관위는 국정원의 발표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실제 투표지와 동일한 투표지를 발급하려면 청인, 사인 외에도 투표지발급기 및 전용 드라이버 등을 모두 취득해야 한다는 이유다. 국정원 보안점검에서 청인 및 사인 등이 탈취된 것은 맞으나, 이것만으로는 실제 투표지와 동일한 투표지를 인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안시스템 뚫으려면 내부 조력자 필요
⑤ 사전투표소 통신장비 해킹 가능 vs 내부 조력자 필요
사전투표소 통신장비의 해킹 가능성도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 측은 “(국정원 보안점검 결과) 사전투표소 통신장비에 미인가 외부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소 밖에서 내부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중국과 북한 해커들이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선관위는 “당시 선관위 직원이 통신장비 등 위치를 (국정원에) 사전에 안내했으며, 침입탐지·차단시스템 등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은 상태로 점검했다”고 항변했다. 외부인이 통신장비 등을 조작하려면 보안시스템을 뚫는 것은 물론 다수의 내부 조력자도 필요하단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⑥ 개표 기기 해킹 가능 vs 수검표 병행
김어준 씨 주장처럼 개표 단계의 부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 측은 “전자 투표지분류기와 개표 시스템의 보안 관리 체계가 부실해 해커가 개표 결과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표 보조 기기 및 시스템을 해킹해 득표수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현 선거 시스템은 사실상 수(手)개표 방식이라고 항변했다. 22대 총선 이후 개표는 ①전자 투표지분류기로 후보별 용지 분류 ②수검표 ③전자 계수기로 재확인 세 단계를 거친다. 설령 전자 투표지분류기를 해킹해 특정 후보에게 표가 몰리도록 해도 수검표 과정에서 걸리게 된다. 전자 계수기에 문제가 생겨 투표지 수를 잘못 세더라도 직전에 수검표를 한 만큼 즉시 알 수 있다.
⑦ 비번 12345, 中 연관 vs 부주의 인정하나 중국 관련 無
국정원 보안점검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사안은 선관위 전산시스템 비밀번호가 ‘12345’였다는 사실이다. 백 전 3차장은 탄핵심판 변론에서 “12345는 하나의 사례”라며 “(부실한 비밀번호가) 수십 개가 됐다”고 증언했다. 선관위 직원과 용역회사 직원들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용한 사례, 용역회사 직원들이 하나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사용한 경우도 발견된 것이다. 선관위도 비밀번호 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으며, 22대 총선 전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 조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더 나아가 선관위가 전산시스템 비밀번호를 12345로 한 것이 중국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밀번호 12345는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놓은 듯 기이한 일치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추가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⑧ 中 일대일로 국가에 투·개표기 수출 vs 민간 직접 계약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부정선거 중국 연루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탄핵심판 변론에서 ‘선관위와 중국 정부의 유착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주장이 거듭 나왔다. 윤 대통령 측은 “한국 전자투표 투·개표기를 수입한 키르기스스탄, 콩고, 볼리비아, 남아공, 벨라루스, 이라크, 미얀마, 모잠비크, 엘살바도르, 피지, 에콰도르, 필리핀 등의 공통점이 있다”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대상국들”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정부의 프로젝트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해상 교역로를 만들려는 사업이다.
선관위는 “선거 장비 수출은 민간기업과 해당국 간 직접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중앙선관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선거제도에 도입된 선거 장비는 외국에 지원되거나 수출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선거에 사용됐던 장비와 해외에 수출된 장비는 같은 민간기업에서 생산했지만 동일한 기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과 선관위 유착 의혹 에둘러 제기
![부정선거 의혹의 증거로 제시된 배춧잎 투표지. [유튜브 ‘채널 A News’ 갈무리]](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4/3b/d6/67b43bd60701d2738276.jpg)
부정선거 의혹의 증거로 제시된 배춧잎 투표지. [유튜브 ‘채널 A News’ 갈무리]
윤 대통령 측은 투표지의 상태를 이유로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했다. 투표함에서 △일장기 투표지(인영이 뭉개진 투표지), △배춧잎 투표지(중복 인쇄된 투표지), △자석 투표지(다른 투표지와 붙은 투표지), △빳빳한 투표지(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등이 발견됐는데, 이는 불법 인쇄의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도장 불량(일장기 투표지), △인쇄 과정의 실수(배춧잎 투표지), △잔여 접착제 흔적(자석 투표지) 등으로 해당 현상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불량 및 실수가 빚은 흔적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관련 문제를 이미 검증했으며, 대법원 판결(2020수30) 역시 앞선 투표지를 부정선거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⑩ 대북 송금 연관 기업과 협업 vs 허위사실유포 고소
선관위 협업 회사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대통령 측은 국정원 보안점검 당시 통합 보안관제를 수행하는 기업을 두고 “전문성이 결여된 극소 규모의 회사”라고 평가했고 “선거 장비 제조사가 대북 송금 800억 원의 주체인 쌍방울(의 계열사)”라고 비판했다. 북한과 선관위의 유착 의혹을 에둘러 제기한 것이다.
선관위는 “보안 컨설팅 당시 통합보안 관제를 수행하던 업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하는 보안관제전문기업 및 정보보호전문서비스기업”이라며 “2024년 기준 보안관제전문기업 및 정보보호전문서비스기업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업체는 전국에 13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쌍방울 계열사 논란’ 역시 사실과 다르단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이 겨냥한 기업은 비투엔으로 알려졌는데, 선관위는 이 기업이 2019~2023년 선거정보시스템 통합위탁운영을 맡은 것은 맞으나, 선거 관련 프로그램의 유지 및 보수 등을 맡았을 뿐 장비 제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이 비투엔을 인수한 시점 역시 2024년 7월로 선관위와 계약한 기간이 아니었다. 비투엔은 법정에서 관련 발언을 한 배진한 변호사를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신동아 3월호 표지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갈등 지속되면 ‘빨갱이와 파시스트 전쟁’ 벌어질 수도”
“광장 목소리만으로는 선거 못 이겨… 비명·반명 뭉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