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문제 가능성↑…검경 합수본? 특검이 답
선관위가 정보기관인가, 비공개 사항 너무 많아
선거관리 잘하라고 월급 주는데…존재 이유 있나
국민의 재선거 요구, “선관위 못 믿겠다”는 의미
입장 바뀐 민주당, ‘이대론 정권 위험’ 판단한 듯
비밀주의·기관 이기주의가 괴물 낳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6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주진우(51) 국민의힘 의원은 6월 8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탁상공론식 개혁 논의보다 선관위에 대한 특검이 먼저”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 의원은 “선관위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만큼 외부 수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그는 인터뷰 다음 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정 및 국민 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했다. 이날 주 의원은 “국민의 참정권이 침탈됐는데, 그 규모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직격했다. 다음은 주 의원과의 일문일답.
형사 문제 가능성↑…검경 합수본? 특검이 답
이번 사태를 형사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인가.“형사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지역에서, 특히 보수 우세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의도성이 엿보이는 측면이 있다. 투표용지를 왜 50%밖에 인쇄하지 않았는지, 심지어 이마저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 과정에 고의는 없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당초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선관위가 대응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선관위 책임으로만 미룰 수 있겠나. 당장 이 대통령은 1월 2일 본인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측근인 위철환 변호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위 중앙선관위원은 (현재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정도로) 조직 내 실세다. ‘선관위가 책임질 문제’라는 식으로 유체 이탈 화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후 이 대통령은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는데.
“이 대통령이 수사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권력에 맞닿아 있는 사람을 수사할 때는 권력자가 수사 주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카르띠에 시계 수수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미 한차례 실패한 수사 방식인데, 합동수사본부에서 수사한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 특검이 답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수용하면 될 일이다.”
선관위 관계자들과 면담했는데,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던가.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오민석 전 서울시선관위원장을 만났다. 심각한 상황인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더라. 상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질문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이 너무 많았다.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릴 중요 증거물이다. 그런데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들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투표함을 옮겼다. 운송 과정에 참관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마저 없는 것이다. 애당초 공직선거법상 투표가 종료되지 않으면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이 역시 무시했다.”
선관위는 6월 4일 새벽 “이번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는 ‘천재지변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할 수 없을 때 가능하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선관위가 스스로의 잘못에 면죄부를 주려 한 꼴이다. 당장 투표용지 부족 실태에 대한 발표만 보더라도, 직후 내용과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 시점에 나온 내용이 다르다. 발표할 때마다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지역과 투표소가 계속 늘어나는 ‘고무줄 발표’가 벌어지고 있다. 향후 수사가 진행되면 결과가 또 달라질 것으로 본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수만 명의 국민이 왜 거리로 나와 밤을 새워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겠는가. 선거의 당락이 바뀌지 않는다면 참정권을 침해해도 되는가. 게다가 시·도지사 선거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송파구 잠실7동 투표함이 개표되면서 서울시 비례의원의 당락이 바뀌는 일도 있었다. 이외 지역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당락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선거 관리 잘하라고 월급 주는데…존재 이유 있나
선관위의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기준에 따르면 최근 투표율 등을 고려해 인쇄 매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지방선거는 선거인 수의 50%를 하한선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무슨 정보기관도 아니고 왜 이렇게 비공개 기준이 많은가. 가령 예산 절감을 위한 기준이 있었다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관련 예산을 받을 때는 전체 유권자의 110%에 달하는 규모로 타갔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남으면 파쇄 과정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빌미를 줄 수 있어 넉넉하지 않게 인쇄했다고 해명했는데, 너무나 편의주의적인 대처다. 어떤 경로로 이런 판단이 이뤄졌는지, 소위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호남 지역에서는 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 밝혀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선관위의 무능’ 이상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미인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선관위 소속 직원이 굉장히 많은데, 본인의 출세를 위해 정권이나 권력자에게 줄을 댄 사람이 없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단순 실수였다’는 변명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넘어가곤 했다. 물론 개중에는 오해나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문제 제기도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 사안은 그렇지 않다.”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는 만큼 ‘휴먼 에러(인간의 실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 회계 업무를 처리할 때 이중 삼중의 점검 체계를 거친다. 선관위에 배정된 예산 규모와 직원 수, 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휴먼 에러를 걸러내지 못할 정도라면 존재 이유가 있겠는가. 사실상 선거 당일 잘 관리하라고 내내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이다. 오히려 전국 단위로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재선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주진우 의원이 6월 9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정 및 국민 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재선거 가능성을 닫아두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께서는 재선거를 외치고 있지만, 이는 ‘선관위의 발표와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당장 내일 재선거를 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되, 재선거 여부는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여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역전하니 재선거 요구를 돌이켰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초기에 민주당은 ‘재선거 불가론’을 펴며 선관위의 편을 들었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가 나왔고, 뒤집힐 것 같지 않으니 이대로 끝내자는 식이었다. 그런데 성난 민심을 보고 ‘특검이든 뭐든 다 수용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선관위를 감싸다가는 정권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입장이 바뀐 적이 없다. 사태 직후 개표 중단을 요구했고, 진상을 규명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무조건 재선거를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비밀주의·기관 이기주의가 괴물 낳았다
개표 중단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만큼 새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인가.“그렇다. 선관위는 이러한 요구를 무시한 채 개표를 진행해 버렸다. 이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개표 결과가 공개돼 재선거를 하더라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선관위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끼친 셈이다. 이제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한 뒤, 국민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민께서 선거 부정이 심각해 재선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때 하면 된다. 유불리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를 촉발하기도 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될까.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드는 탓이다. 선거를 총괄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고발 업무를 하다 보니 ‘갑 중의 갑’이 됐다. 오만함과 안일함이 도를 넘어 자녀를 경력직으로 꽂아 넣는 행태까지 벌어졌다. 내부에서 쉬쉬하며 채용 품앗이를 하고 있었는데, 조선시대 음서제도가 생각날 정도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 선관위가 한 번이라도 외부 수사를 요청한 적이 있는가. 고쳐 쓰기 힘든 조직이 돼버렸다고 본다. 이번 사태를 조사하면서 개인적으로 화가 난 부분이 있었다.”
무엇인가.
“선거 사무 가운데 힘든 일은 구청 공무원들에게 시키고, 본인들은 편한 일만 도맡아 하더라. 해외 선거제도를 연구한다며 휴양지로 연수를 가는 등 챙길 것만 챙겼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공개한 6·3지방선거 당일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공무원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선관위 직원들은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더라.”
선관위를 어떻게 개혁해야 한다고 보나.
“일단 성역 없는 수사를 받아야 한다. 철저한 비밀주의와 기관 이기주의가 괴물을 낳았다. 선관위의 독립성이니 하는 허울 좋은 말로 떠들 때가 아니다. 유관 업체와 유착은 없는지, 채용 과정에서 비리는 없는지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뇌물, 횡령 등의 가능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파헤쳐 국민이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개혁 방안을 한두 가지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사태로 투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사전투표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본투표의 보조장치로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데, 균형이 맞지 않는다. 본투표는 하루인데 사전투표는 이틀이고, 본투표와 시간차가 큰 만큼 후보자에 대한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차라리 본투표 기간을 이틀로 두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AI 혈관은 광(光)통신…100년 표준 구리선 한계 왔다”
“죄송하다, 스스로 떠난다” 김건희 항소심 판사의 비극
“‘여권 이탈’ 제약적이나 ‘중도·보수층 결집’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