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효소 수치 정상보다 3배 이상, 복통 있다면 ‘위험’
급성 췌장염은 치료나 약제 없어… 중증은 치사율 높아
비만치료제 투약 사실, 얘기 안 하는 환자 많아
마운자로는 가이드라인에 ‘당뇨병 치료제’로 언급
BMI 정상 체중군에는 처방하지 말아야
저지방식과 규칙적 식사로 담석 예방

이시영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사무동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윤 객원기자
이시영(39)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만치료제 투약 후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급성 췌장염 증상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등을 투약하고 이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사용을 멈추고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주사형 비만치료제가 일반적인 다이어트약인 양 유행처럼 번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된 2025년 8월 1만8579건이었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완료 건수는 2026년 3월 22만8199건으로 증가했다. DUR은 처방 기관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발행한 횟수다. 반년 만에 마운자로 사용량이 1128% 늘어난 셈이다.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비만치료제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SNS에서는 “위고비 부작용으로 새벽 내내 토해서 응급실에 다녀왔다” “마운자로 맞고 배에 구멍이 났다”라는 부작용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5월 8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사무동에서 ‘신동아’와 만난 이 교수는 “모든 약과 치료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효과가 있는 만큼 건강하게 다이어트하고, 약을 빨리 줄이는 게 좋다”라며 현 상황을 경계했다.
비만치료제 투약 사실, 얘기 안 하는 환자 많아
위고비·마운자로 투약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나.“종종 있다. 작년 가을부터 한 달에 한두 분 정도 있었는데 요즘은 서너 명으로 늘었다. 췌장의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있다. 이 소화효소(이하 췌장 효소)의 혈중농도 수치가 높아져 내원한 환자 중 일부는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은 경우가 있다.”
환자들이 주로 뚜렷한 이상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찾는 편인가.
“환자 중 절반 이상은 혈액검사나 검진했을 때 췌장 효소 수치가 높아져서 온다. 급성 췌장염의 진단 기준은 정상 수치(아밀라아제 정상 수치 30~100U/L, 리파아제 정상 수치 13~60U/L)보다 3배 이상 높고, 복통이 있어야 한다. 췌장 주변에 염증 소견도 보여야 한다. 이 3가지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약 자체가 복부 불편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췌장 효소 수치까지 높으면 췌장염 가능성이 있으니 투약을 중단하고 지켜보게 한다. 복통이 없고, 영상학적으로는 정상인데 수치만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췌장염 진단 기준은 아니니 복통이 생기는지 추적 관찰을 잘하라고 얘기한다.”
증상이 심각했던 환자의 사례가 있나.
“아직 중환자는 없었지만 췌장 효소 수치가 정상 수치의 10배 이상 오른 환자가 있었다. 가벼운 복통도 있어서 약제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워크업(추가 검사)을 계속한 사례가 있다. 다만 투약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췌장염은 원인이 다양한데, 환자들이 투약 사실을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찾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은 비만치료제 처방이 워낙 많으니 한 번씩 물어봐야 그제야 ‘투약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췌장염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일부 정신과 약물의 복용력 정도만 물어봤는데 최근 진료할 때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지 꼭 확인한다.“
급성 췌장염은 치료나 약제 없고, 중증은 급사 이를 수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후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치료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면 진료로 처방받는 게 원칙이고, 제품에 따라 처방 용량(mg)과 처방 단위(펜)가 각각 다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 기준 위고비·마운자로 가격은 최소 용량(위고비: 0.25㎎, 마운자로: 2.5㎎)당 20만~50만 원 선이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위)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주사제 외관. 뉴스1, 뉴시스
“위고비는 GLP-1이라는 성분으로 이뤄진 약제이고, 마운자로는 GLP-1에 GIP(위억제폴리펩티드)를 더한 복합 제재다. GLP-1은 체중을 감량하는 데 크게 4가지 효과가 난다. 첫 번째는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낮춰준다. 두 번째는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뇌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도 억제하고, 위에서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준다고 알려져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어떤 경로를 통해 췌장에 무리를 주는 건가.
“담낭에서 담즙을 저장하고 있다가 음식물이 들어오면 뇌에서 호르몬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담낭이 ‘음식물이 왔구나’하고 생각하고 수축하며 담즙을 분비하는데, GLP-1 약을 무리해서 맞으면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담즙이 정체된다. 담즙이 담낭 안에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담석이 생긴다. 담낭 내 담석이 흘러내려 와 췌장 입구를 막으면 염증이 생긴다. GLP-1 수용체 가 췌장에도 있는데 GLP-1계열 약을 과하게 투여하면 수용체가 늘어날 위험이 있다. 수용체가 늘면 담즙이 더 잘 나오지 않게 되니 췌장염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췌장이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건가.
“급성 췌장염은 일반적으로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구분하는데 중증 췌장염에 걸리면 대부분 합병증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췌장 효소가 췌장 조직 일부를 녹이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를 ‘자가 소화’라 표현하는데 췌장 효소가 췌장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혈관을 건드리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췌장 옆에 비장으로 가는 주요 혈관을 녹인다면 최악의 경우 급사에 이를 수도 있다. 급성 췌장염도 위험하다.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 금식하고 수액 공급을 통해 췌장을 쉬게 해서 치료하는 병이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고 배가 아프거나 췌장효소 수치가 올랐다고 하면 투약을 중단하고, 증상이 좋아진 상태에서 재투약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약을 한번 잘못 맞았다가 몇 년간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겠다.
“증증 췌장염에 걸리면 그럴 수 있다. 담낭염, 담도염도 주의해야 할 위험한 질환이다. 흔히 ‘우상 복부 통증’이라고 하는 통증과 함께 38도 이상의 발열이 있는 경우에는 투약을 멈추고, 전문가와 꼭 상의해야 한다. 내과 전문의는 모두 공감할 테지만 통증이 있으면서 열날 때는 분명히 심한 염증이 있다는 방증이다.”
BMI 정상 체중군에는 처방하지 않아야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체중임에도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4월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고시 개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임을 밝혔다.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알고 있다. 사용에 더 주의해야 하나.
“둘 다 당뇨 치료제에서 출발했다.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마운자로는 가이드라인에서도 당뇨병 치료제로 명확히 언급되는 약제다. 그런 만큼 다이어트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본래 BMI 30 이상 정말 고도비만 이상인 환자들에게 투여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약의 효과도 좋으므로 BMI가 27 이상이면서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
SNS만 봐도 정상 체중인 사람이 비만치료제를 복용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다이어트가 필요 없어 보이는 체형인데도 지속적으로 복용하려는 분들이 실제로 있더라. 굉장히 경계해야 할 현상이고, 그런 분들에게는 처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 체중자가 복용했을 때 부작용이 더 위험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나.
“아직 비만도에 따른 합병증의 빈도나 중증도를 비교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정상 체중이나 저비만도라고 해서 합병증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보고는 없지만,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이어트 약제를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저지방식과 규칙적 식사로 담석 예방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는 동안 담석을 예방하려면 어떤 식으로 관리하는 게 좋은가.“가장 흔한 담석은 콜레스테롤 담석인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잘 생기므로 저지방식이를 권한다. 음식물이 들어가면 담낭이 수축하기 때문에 금식 시간을 너무 길게 잡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게 중요하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식욕을 억제하고 금식 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규칙적 식사가 담석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전에 담석이 있었다고 한다면 담석을 치료하는 약제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해서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만치료제 투약을 고민하거나 현재 사용 중인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약에는 장단점이 있다. 무조건 좋은 건 없다. 투약하면서 내가 원하는 목표가 있지 않나. 그 목표에 도달하면 중단해야 한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면 약을 빨리 끊고 일상으로 돌아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