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너처 전술 없는 감독이 가장 많이 우승했다

[특집┃2026 월드컵을 보는 눈] 세계적 감독 리더십으로 본 2026 월드컵

  • 한준 풋볼아시안 발행인 founder@football-asian.com

    입력2026-06-1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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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앞두고 잡음 많았던 홍명보 감독 체제

    • 선수뿐 아니라 코치진·스태프까지 하나로 만들어야

    • 세계적 투톱…과르디올라는 철학자, 모리뉴는 전략가

    • 루이스 엔리케가 보여준 ‘리더십의 본질’

    • ‘시그너처 전술’ 없는 안첼로티, 현존 최고인 이유

    • 전술보다 ‘원팀’, 월드컵 임하는 홍명보의 과제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6월 3일(현지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 전반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6월 3일(현지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 전반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스1

    2026 FIFA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는 그라운드 밖에서 먼저 흔들렸다. 문제의 핵심은 리더십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대회를 앞둔 5월 29일 공식 성명을 통해 “대회가 끝나는 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선임 과정의 논란으로 홍명보 감독에 대해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홍명보 감독이 처한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선수 시절 주장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고, 감독으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며 최고의 리더로 칭송받았다. 두 번째 대표팀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오랫동안 준우승에 머물던 울산HD FC에 K리그 2연패를 안겼다. 행정가로서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실질적 CEO 역할을 맡았을 당시,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 체제를 구축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을 주도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홍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감독이나 행정가로서의 역량보다는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문제가 원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홍 감독을 후임으로 낙점한 데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지급해야 할 거액의 위약금으로 예산 부담이 생긴 데다, 흐트러진 선수단을 하나로 추스를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도 컸다.

    벤투 감독 시절에도 전술 체계는 탄탄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선수단 결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보다 더 방임적으로 팀을 운영한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는 결국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와 터졌다.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선수단 내부 불화가 외부로 고스란히 노출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의 결정적 계기는 우승 실패가 아니라 바로 이 사건이었다.

    세계적 투톱…과르디올라는 철학자, 모리뉴는 전략가

    최고의 감독에게는 최고의 오른팔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수한 스태프를 구성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다. 단지 11명의 선발 출전 선수를 하나로 만드는 것을 넘어, 30여 명에 달하는 선수단 전체, 그리고 코치진과 지원 스태프 등 선수단에 준하는 인원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리더십’을 갖춰야 성공하는 팀을 만들 수 있다.



    세계적 감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둘 있다. 올여름 맨체스터 시티에서 10년을 채우고 스스로 물러난 펩 과르디올라, 그리고 위기의 레알 마드리드로 복귀가 유력한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다.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기를 각각 이끌며 엘클라시코의 라이벌로 맞붙었고, 세계 최고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여러 차례 제패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복수로 달성했다. 전술적 역량과 언변, 심지어 외모까지 출중하다. 두 사람은 명백히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스타 감독’이다.

    과르디올라는 요한 크루이프가 발전시킨 ‘토털 풋볼’의 계승자로, 현대 축구 전술의 교본이 된 ‘포지션 플레이’를 완성한 전술가다. 그의 커리어는 ‘우승하는 원팀’보다 ‘완벽한 축구의 구현’을 향해 있었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바르셀로나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해 1군 사령탑을 맡은 첫해에 챔피언스리그, 라리가, 코파 델레이를 동시에 석권하며 스페인 최초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물론 그의 전술만으로 이룬 결과는 아니었다. 자체 육성 선수들의 높은 수준, 그리고 역사상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바르셀로나를 떠나 독일 바이에른 뮌헨,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로 옮긴 것은 바르셀로나 안에서 한계와 정체를 느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에서는 독일식 축구에 자신의 철학을 접목해 전술적 혁신을 이뤘고,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역동성과 자신의 방식을 융합하는 데 성공하며 ‘현대 축구의 이상’을 현실로 구현해 냈다.

    과르디올라가 거쳐간 팀은 모두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 영입할 자본력을 갖춘 곳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 팀들을 택한 이유는 ‘우승이 보장돼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꿈꾸는 축구를 실현할 선수를 영입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한 것이다. 그의 지향점은 ‘최고의 팀’이 아니라 ‘최고의 축구’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과르디올라를 감독이라기보다 ‘철학자’에 가깝다고 한다.

    모리뉴는 결이 다르다. 자신만의 축구 철학보다 승리를 위한 최적의 경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목적을 두는 감독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단보다 자신이 주목을 가져가며 심리전을 펼치고, 선수단과 밀고 당기기에 능한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한때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러나 시대와 세대가 바뀌면서 균열이 생겼다. MZ세대 선수단을 장악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전술적으로도 한계를 드러냈다. 한때 ‘스페셜 원’이었던 모리뉴는 이제 ‘왕년의 명장’ 혹은 ‘준수한 감독’이라는 평가와 마주하고 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의 본질’

    과르디올라와 모리뉴도 훌륭한 감독이지만, 리더십의 관점에서 더 주목해야 할 이름이 있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PSG) 감독과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다.

    2016년부터 10년간 맨체스터 시티를 이끈 펩과르디올라 감독. 뉴시스

    2016년부터 10년간 맨체스터 시티를 이끈 펩과르디올라 감독. 뉴시스

    지금 유럽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감독은 PSG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이끈 스페인 출신 루이스 엔리케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황혼기에 접어들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킬리안 음바페마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뒤였다. 그런데도 PSG는 오히려 창단 후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레알 마드리드 이후 첫 2연속 우승팀이 됐다. 엔리케는 과르디올라에 이어 바르셀로나 트레블을 이룬 감독이자, 서로 다른 두 팀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엔리케의 여정은 과르디올라와 닮은 듯 다르다. 그 역시 스페인 대표 미드필더로 바르셀로나 주장을 지냈지만, 경기 스타일은 조금 더 투박하고 실리적이었다. 과르디올라처럼 바르셀로나 2군을 통해 지도자로 데뷔한 엔리케는 AS 로마와 셀타 비고를 거치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다졌고, 2014년 바르셀로나 사령탑에 올라 부임 첫 시즌에 트레블을 이뤘다.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로 구성된 ‘MSN 트리오’의 공격 구조를 완성했고, 이반 라키티치를 활용해 패스 중심의 바르셀로나에 속공과 롱볼을 접목하며 전술적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후 스페인 대표팀을 맡아 “21세기 들어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유로 2020 4강에 오르며 다시 한번 역량을 입증했다.

    레알 마드리드, 첼시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거쳐 현재 SL 벤피카를 이끌고 있는 조제 모리뉴 감독. 뉴시스

    레알 마드리드, 첼시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거쳐 현재 SL 벤피카를 이끌고 있는 조제 모리뉴 감독. 뉴시스

    그러나 엔리케가 감독으로 이룬 최고의 업적은 PSG다. 발롱도르 수상자인 우스만 뎀벨레조차 풀타임을 보장받지 못하는 팀이었다. 엔리케는 이 팀에서 세 명의 공격수와 세 명의 미드필더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네 명의 수비수까지 미드필더와 윙어로 변신하는 축구를 구현해 냈다. 과르디올라가 정립한 포지션 플레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을 지배하고 공간을 지배하며, 속도와 기술, 위치 선정과 패스 타이밍을 정교하게 맞물리게 하는 전술. 이를 훈련으로 구현하고, 선수들의 동기를 끌어내며, 팀이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정체 없이 나아가도록 이끈 것이 바로 엔리케의 리더십이다. 그는 지도자 초기부터 함께해 온 핵심 코치진을 바탕으로 팀을 꾸려왔다. 유능한 감독은 좋은 선수를 알아보고 발전시키는 것만큼, 좋은 코치와 스태프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믿음과 권한을 줄 수 있어야 한다.

    FC 바로셀로나와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쳐 현재 파리 생제르맹 FC를 이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 뉴시스

    FC 바로셀로나와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쳐 현재 파리 생제르맹 FC를 이끄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 뉴시스

    지난해 스페인에서 방영한 엔리케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 3부작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에서 한 장면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을 앞두고 엔리케는 음바페와 단독 면담을 했다. 당시 음바페는 득점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수비 가담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공격 상황이 아닐 때 압박이나 수비 없이 걷는 장면이 반복됐고, 이는 팀의 전술 구조를 흔드는 요인이었다. 엔리케는 이렇게 말했다.

    “음바페, 네가 마이클 조던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조던이 동료들을 끌고 미친 듯이 수비했던 거 알아? 먼저 한 사람으로, 한 선수로 네가 모범이 돼야 해. 나가서 압박을 해줘야 해.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끝까지 따라가 압박하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고. 최대한 빠르게. 왜냐고? 너는 리더잖아. 엄청난 선수야, 월드클래스라고. 하지만 난 거기에 만족하지 않아. 진정한 리더는 골을 넣지 않고도 팀에 도움이 돼야 해.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선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돼줘야 한다고. 그게 리더야. 이해하지?”

    그러나 음바페는 끝내 달라지지 않았고, 엔리케도 그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이러니한 결말이 뒤따랐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며 레알로 떠난 음바페는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그가 떠난 PSG가 유럽 챔피언이 됐다.

    ‘시그너처 전술’ 없는 안첼로티, 현존 최고인 이유

    물론 축구에서 승리가 감독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선수 간 실력 차이가 크면 아무리 뛰어난 감독도 한계에 부딪힌다. 결국 선수가 경기장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야 전술과 훈련도 결실을 본다. 그러나 감독이 선수단 운영에 실패하면,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전력이 낮은 팀에 지는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게 축구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의 핵심 직무는 분명하다. 선수가 자신이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것. 자신의 전술적·철학적 고집을 선수에게 억지로 강요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1992년 감독 데뷔 후 주요 클럽을 지도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유럽 5대 리그 우승을 달성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뉴시스

    1992년 감독 데뷔 후 주요 클럽을 지도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유럽 5대 리그 우승을 달성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뉴시스

    앞서 안첼로티 감독을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 언급한 이유도 그래서다. 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로 꼽히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감독은 카를로 안첼로티다. 이탈리아 AC밀란에서 두 번,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 번 우승했다. 잉글랜드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바이에른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우승, PSG에서 리그앙 우승을 일궈 유럽 5대 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한 유일한 감독이기도 하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토록 많은 우승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시그너처 전술’도 없고, 자신만의 축구 철학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맡는 팀의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과 전술 구조를 적용해 성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안첼로티 감독이 브라질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과정에 큰 동기는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한 중요한 예시가 있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방출 위기를 겪던 브라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안첼로티 감독 부임 후 경기력을 높이는 개인지도를 받았다. 안첼로티 감독이 친아들처럼 대하며 농담하고, 내기도 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결정적으로 안첼로티 감독은 비니시우스가 잘할 수 있는 전술 역할을 부여했다. 

    어떤 팀을 맡아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보다 우승을 남기고, 지도한 선수의 전성시대를 남긴다는 것은 축구 감독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 감독이 축구 전술 역사에 자신만의 시스템을 남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리더십’의 관점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감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충분하다. 

    안첼로티 감독은 잦은 부상 및 경기력 저하 논란을 빚던 네이마르를 브라질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했다. 현재 유럽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젊은 선수를 배제하며 내린 결정은, 축구 대표팀의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 정서와 문화 요인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선택이 월드컵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축구협회는 이미 2030년 대회까지 안첼로티 감독과 계약을 연장했다. 이번 월드컵 결과와 관계 없이 안첼로티 감독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술보다 ‘원팀’, 홍명보 감독의 과제

    다시 홍명보 감독의 이야기로 돌아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올림픽과 울산HD에서 성공을 거둔 홍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대회 1년 전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아 준비가 부족했고, 감독으로서 경험도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경기력 문제는 다른 지점을 가리킨다. 코칭스태프가 진정한 원팀으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딸 당시 홍명보 감독의 스태프는 결이 달랐다.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설득해 데려온 이케다 세이고 코치를 비롯해 오랜 시간 막역한 관계를 쌓아온 한국인 코치들이 함께했다. 코치진 내부의 유기성이 단단했다. 울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구성은 다르다. 대한축구협회가 리스트업한 포르투갈 출신 코치진과 대표선수 경력을 가진 한국인 코치진으로 짜였다. 한국인 코치들은 대표팀 경력에 전술 이론까지 깊이 공부하는 유능한 지도자들이고, 포르투갈 코치진도 포르투갈 대표팀 수석 코치 출신 아로수를 비롯해 명문 클럽 커리어를 갖춘 인물들이다. 개개인의 역량은 충분하다.

    문제는 이들이 이번 대표팀을 통해 처음 함께 일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명장들이 오른팔로 삼는 코치들은 대부분 가족에 비견될 만큼 깊은 신뢰를 쌓아온 이들이다. 그 정도 관계가 형성돼야 코칭스태프가 진짜 원팀으로 작동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성공하려면 26명 엔트리 전원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 역시 감독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격론을 벌이며 승리를 향한 최선을 모색하는 상태가 돼야 한다.

    한국 축구의 리더십은 오랫동안 철저한 상명하복, 감독 한 사람의 원맨 리더십에 기대왔다. 그러나 감독의 리더십은 감독 개인이 뛰어난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감독 리더십의 본질이다. 

    2026 FIFA 월드컵을 들어 올리는 팀의 감독은 가장 뛰어난 헤드코치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매니저일 것이다. 리오넬 메시에게 평생의 염원이던 월드컵 우승을 안겨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가 어떤 전술을 썼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기억에 남은 것은 전술이 아니라 하나로 움직인 팀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남길 기억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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