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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은 국가적 테러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호천사’ 이금연씨

“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은 국가적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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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천여고에 수석입학한 학생이 가난 때문에 신당동 ‘마치코바’에 취직했다. 노동자에서 대학생으로, 복지관 생활지도 교사에서 인권운동가로. 이금연씨는 늘 낮은 곳으로 향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로 살아왔다. 고뇌하고, 포용하고, 투쟁하면서.
대한민국은 과연 살 만한 나라인가? 적어도 1980년대 초 가수 정수라씨가 불렀던 ‘아 대한민국’의 수준은 아닐 것이다. 정씨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이룰 수 있어’라고 호소했지만, 한국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리 크게 잡아도 5%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살아가기 막막할 정도로 불행한 나라도 아니다. 이미 절대 빈곤의 시대를 넘어섰고, 제도적 민주주의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는 기계처럼 일하면서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26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이른바 3저 호황을 맞아 경제가 급성장하고 광범위한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3D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고, ‘한국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무작정 입국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애매하기 짝이 없어, 한국사람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 사람 중에는 이국땅에서 한맺힌 삶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IMF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어느덧 한국경제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다가설 수 없는 땅’이다. 2001년 10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는 한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25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밀폐된 어창에서 참혹하게 질식사했다. 또한 2002년 1월엔 경기도 포천의 가구공장에서 최초의 외국인 노동자 집단파업이, 4월엔 경기도 안산의 종이박스 회사에서 작업거부투쟁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태는 정부가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차원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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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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