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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아름다운 인생 우리시대의 ‘고집불통’들

  • 박은경 < 자유기고가 > siren52@hanmail.net 곽대중 < 자유기고가 > bitdori@kebi.com

아름다운 인생 우리시대의 ‘고집불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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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윤기씨는 출판기획자이자 북디자이너인 정병규(鄭丙圭·56)씨의 작업과정을 지켜보며 ‘시각적 시정(詩情)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가 책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라 ‘시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에선 책이 소파에서 사람을 밀어내고, 책이 책상 앞에 앉아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 살 수 있다면 차라리 책더미 속에서 죽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떠올랐다. 어지럽게 널린 책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한 사람이나 앉을 수 있을까한,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 그를 만났다.

27년 동안 오로지 책에만 매달려 한 길만 걸어온 그에게 책은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1996년 나이 50줄에 접어든 그가 국내 최초로 북디자인전을 열면서 그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책은 나에게 애(愛)와 증(憎)을 동시에 일으키는 대상이다. 삶의 희로애락과 등가물인 셈이다. 내가 책을 만들고 펴내고 꾸미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잘 만든 책’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책을 보고 만지고 읽으면서 교감하는 순간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행복하다. 그 짜릿한 교감 때문에 그는 지금도 ‘책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외국 여행길에 들른 서점에서 그런 책이 눈에 띄면 책이 그를 향해 “저 괜찮지 않아요”라며 속살거리는 듯하다고.



부친이 직업군인이라 가족과 떨어져 친척집에서 자랐던 그는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책으로 달랬다. 연인처럼 책을 품에 안고 보듬으며 밤새 대화를 나눈 적도 많았다. 결국 그 버릇은 중독성으로 악화됐다.

그는 대구 경북고등학교 재학시절 미술부장으로 교지 편집을 도맡아 하면서 책 만드는 인생의 첫 단추를 꿰었다. 그 시절을 지켜본 정씨의 경북중학교 후배 이윤기씨는 그를 “공부와 문학과 연애를 주름잡음으로써 일찍이 여러 동기생과 후배들에게 터무니없는 열등감을 안긴 전설적인 선배”로 기억한다.

그의 꿈은 작가였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던 그는 당시 쟁쟁한 문학 대가들의 강의 수준에 실망해 고려대 불문학과로 학교와 전공을 옮겼다. 고려대에 다니면서도 대학신문 편집에 매달렸다. 그는 1975년 ‘소설문예’ 편집장으로 출판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민음사 편집장, 홍성사 설립자이자 주간을 거치며 출판기획자와 편집자, 표지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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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 자유기고가 > siren52@hanmail.net 곽대중 < 자유기고가 > bitdori@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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